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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 Jul 25. 2016

나무는 별에게 닿을까 - 1

새벽 5시 6분 현관문이 열렸다. 남자는 닫힌 방 안에서 온몸의 촉수를 곤두세웠다. '아버지구나. 바로 방으로 안 들어가시네. 불 보러 가시나보다...' 그에게서 난로가 위치한 곳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로가 열리고 두툼한 소나무 장작이 불길에 내던져진 소리. 난로가 "끼이익 쾅"하며 남자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거칠고 투박한 소리. 난로실을 나오며 경쾌하지만 내팽게쳐지는 듯한 문의 소리. 내 방 앞을 지나는 쓸쓸한 발 걸음 소리. 아버지의 오래된 척추처럼 삐걱이는 방 문을 여는 소리. 그제야 외투를 내던지며 기침을 세 번하는 두려운 소리.' 영하에게 아버지의 소리는 점점 강해졌다.


'그와 중 엄마가 일어났는지, 세탁기의 전원이 '삐-'하며 켜지는 소리. 물이 차오르고 세탁기가 회전하는 소리.' 그는 이런 소리들을 듣고 있노라면 그들의 수고는 심장박동수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엄마와 아빠가 있구나.' 그는 이내 두려워졌다. 그들은 늙어가고 기침 소리가 점점 늘어날 때면 영원함이란 점점 멀어짐을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없다면 누구와 살아가야 할까. 그들의 기침 소리와 세탁기 소리를 기억하며 살아가야 할까. 그들은 유효하지만 나는 두렵다. 저들도 부모가 얼마나 보고 싶을까. 얼마나 어리광을 부리고 싶을까. 저들이 이해 안 가는 고집을 피울 때면 짜증이 났는데...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늙어가는 부모는 점점 자식에게 부모 역할을 기대하는 게 아닐까. 무겁다. 그래도 그들이 아니면 난 아무 존재도 아니다...' 


영하는 늘 머리로 부모를 이해해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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