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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 Jul 25. 2016

나무는 별에게 닿을까 - 2

영하는 사람들과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편이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4년 동안 방황을 했기에 의기소침한 성격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결혼식이나 동창회 모임이 생기면 마음은 가고 싶었지만 애써 피하곤 했다. 그러다 조금은 타협을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대학 동기의 결혼식에 가기로 결정한 듯 했다. 포천에서 춘천까지 가야 했는데 교통편이 좋지 않아서 자동차에 비해 꽤 돌아가야 함에도.


그는 마음의 누추함을 숨기기 위해 겉모습에 공을 들였다. 일주일 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던 바지의 통을 바듯하게 줄이고 드라이를 맡겼다. 결혼식 당일, 평소와는 다르게 새벽같이 일어나 머리 스타일과 피부에 온 신경을 쏟았다. 오랜만에 학교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에 설레기도 했지만 두려움이 더 큰 모양이었다.


'사람들에게 뭘 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춘천으로 향하는 내내 영하는 고민했다.


의정부역에서 경춘선을 타고 남춘천역에 도착했다. 결혼식은 1시였지만 역에 도착한 시간이 1시였다. 결혼식장이 역과 거리가 멀어서 택시를 타야 했다. 택시가 쉬이 잡히지 않았다. 모든 게 이렇다. 대부분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10분 지났을까. 핸드폰에서 다른 동기의 이름이 떴다.


"너 어디야?"


"아, 거의 다 왔어. 금방이야."


통화를 하는 도중 택시를 탔다. 결혼식장으로 허겁지겁 뛰어 올라갔다. 신경 쓴 머리와 피부는 엉망이 되었다. 2층으로 올라가 결혼식이 아직 끝나지 않음을 확인했다. 급하게 들어가려다 축의금이 생각나 발걸음을 돌렸다. 축의금을 내본 경험이 전무해서 어물쩡거리다 옆 사람이 하는 걸 눈치껏 봤다.


겨우 식장에 들어섰다. 누군가 불렀다.


"어. 영하야!"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바라보니 학교 선후배들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헤어진 전 여자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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