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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 Jul 31. 2016

나무는 별에게 닿을까 - 3

영하는 그녀와 1초간 마주치고 서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먼저 자리를 피했다. 영하는 그 순간이 20초는 된 듯싶었다. 발끝부터 타고 올라와 얼굴에 시선이 다다르자 그녀의 경악하는 표정은 내내 생각이 났다.

   

서로 놀라자 주변 사람들은 모두 웃는다. 4년을 만났으니까.  


'내가 올 걸 예상 못했을까? 나와 친한 동기인데 예상하지 않았을까? 내가 결혼식에 늦어서 없는 걸 확인하고는 안심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더 당황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하는 친구의 결혼식을 바라보고는 있지만 머리에서는 온통 그녀에게 신경이 쓰였다.  


'참 낯설다.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야. 눈빛도 다르네.'  


15분 정도가 흘렀을까. 결혼식이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영하는 그녀의 위치를 파악하고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 위치했다.   


그녀는 당당하고 활발했다. 그에 비해 영하는 어딘가 주눅이 들어있었다. 밥을 먹으러 식당에 도착했는데, 음식보다 그녀가 어디에 누군가와 앉는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위치를 알고 떨어져 있어야 하니까.  


두 무리로 떨어져서 식사를 했다. 영하는 내내 깨작거렸다. 표정도 우중충했다.  


"요새 뭐해?" 동기가 물었다.  


"그냥 작은 마케팅 회사 다니고 있어."  


"어디에 있는데?"  


"의정부."  


"어. 나도 요즘 그 근처로 다니는데. 회사 이름이 뭐야?"  


영하는 얼마 전 그만둔 회사를 지금 다니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왜 그랬을까. 촌스러운 나의 언어였다.'  


학교 사람들은 밥을 다 먹고 나서 1층에 모여 있었다. 동기가 영하에게 전활 걸어 어디느냐고 물어보았다. 영하는 2층에 머물러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1층으로 내려가기로 하고 앞을 확인했다. 학교 사람들 틈에서 그녀가 보였다.   


영하는 동기들의 손짓을 외면했다. 그들이 남자답지 못하다고 여겨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늘 '남자'라는 단어가 미웠다. 그들 무리는 영하를 비웃듯 사라졌고 영하는 결혼식장에 홀로 남아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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