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엔 사랑해서 떠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는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드라마 속 지루한 말이구나 정도로 여겼었다. '사랑하는데 왜 떠나? 사랑하면 더 붙어있어야지.'라며 단순하게 생각했다.
20대 끝자락 고요한 방구석에서 책의 어느 구절을 읽다가, 문득 그 진부한 말이 떠올랐다. 왜 사랑해서 떠나는 걸까? 사랑의 의미부터 생각해야 했다. 사랑은 상대가 상대답게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상대가 자기 생각대로 되길 바라는 마음은 사랑이 아닌 욕망이다.
상대가 나와 있을 때 상대답지 못하고 불안해한다면 떠나야 한다. 상대를 사랑하니까. 상대가 상대답게 행복해져야 하니까.
너를 위한 거라며 자신의 욕망대로 상대를 조종하려는 건 사랑이 아닌 욕망이다. 상대를 생긴 그대로 인정하는 게 사랑이다. 상대를 외부 기준에 맞추려 한다. 소유하려 한다.
상대를 외부 기준에 근사하게 고쳐서 발전시키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면 일차원적인 생각이다. 그 전에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자신이 먼저 행복하게 살면, 누구나 보고 배운다. 부부 사이든, 자식이든. 학부모 모임 가서 아이 세워놓고 아이에게 구구단 읊어보라며 뿌듯해하는 부모는 누구보다 자기 삶에 대한 자긍심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