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을 새로 덮는 날 차를 타지 않는 날 앞에 철골 자재와 노동자들의 트럭이 가로막지만 굳이 말하지 않는 날 저들은 추우니까 나는 돌아서서 걸었다 불온한 미래에 입금을 한다 입금이 되자 허탈하지만 나는 애써 여유를 뒤적거린다 대학생을 바라보며 이젠 그들이 어려 보이기 시작한 서른 스쿨버스 안에 비친 젊은 날 얼굴은 왜 이리 황량한지
내가 황량하기에 그렇게 비치는 걸까 하염없이 걷는다 차를 타지 않는 날 전나무에게 너는 무슨 색이냐고 물어보니 고개를 저으며 아무 색이 없다고 했다 눈은 무슨 색일까를 고민하니 흰색이라고 하지만 먼지에 섞인 탁한 눈도 있는데 흰색이 아닌 건 눈이 아닌 걸까 바닥에 밟힌 건 눈이 아닌 걸까
H2O는 물 분자다 얼음이나 수증기 모두 물이다 얼음은 얼음만이 아니라 물이다 내가 굳거나 풀어져버리거나 증발해도 결국 나다 어떤 색이란 게 존재할까 나라는 느낌을 유지하는 게 나의 색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