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를 떠올려보세요. 무언가 한 가지 놀이만을 계속 반복했나요? 그런 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거 하다가 다른 게 흥미가 생기면 눈 돌려 다른 걸 하고 그랬잖아요. 매일 똑같은 놀이를 하지 않았잖아요.
성인이 되어 이 일이 재밌어 보인다고 해보고, 저 일이 더 재밌어 보여서 해본다면 어떻게 될까요. 직업에서 그렇게 한다면 어떤 분야에서의 전문가도 되기 어렵겠죠. 물론, 한 분야를 유지하면서 낯선 체험을 한다는 건 창의적인 면에서 도움이 되죠. 모든 직업에는 고난이 따르는데 그 순간에 '내게 맞는 게 아닌가'하며 도피하는 사람들 말이에요. 제가 그래 봐서.
사실 도피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느 철학자의 말을 듣고 곡해했던 제 잘못이죠. 제 마음에 충실하는 게 삶이라고 감성적으로만 생각했던 때라서. 하지만 여러 방황했던 순간을 후회하진 않아요. 그런 경험들로 다른 직업을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호기심이 적어졌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어느 정도 마음을 다스려도 납득이 돼요.
방황을 해보지 않았을 때는 스님들이 하는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저 주어진 눈앞의 일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정진하라는 의미의 말들이요. 인간이라면 욕망이 있는데 삶에서 여러 시도들을 하지 않고 주어진 대로 살아간다는 건 아깝다고 느껴졌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니 100% 내게 맞는 천직은 없는 것 같아요. 내가 원했던 일이라도 사회 구조나 시스템 때문에 질리게 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가슴 설레는 일을 하라고 하는 것 같지만, 정말 안 맞는 일이었는데 반복하다 보니 좋아졌다는 사람들도 존재해요.
부모님이 어떤 직업을 강제로 하라고 해서 정해준 것 아니면 괜찮아요. 부모님이 정해주었는데 그게 자신 마음에 들어도 괜찮아요. 다만 마음에 들지 않는데 타인의 기대 때문에 억지로 하고 있는 게 문제겠죠. 다만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하면 다른 선택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완벽한 선택은 없잖아요. 내가 좋아서 선택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괴로운 일이 생기면서 흔들릴 거예요. 그 선택한 일이 60% 정도만 마음이 가면 안 좋은 생각을 잊고 그저 반복하는 게 성공한 사람들이 하는 행동인 것 같아요. 어느 일이 매번 좋을 수 있을까요. 어느 일과 사랑에 빠졌고 설레지 않은 적이 없었다, 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마인드 컨트롤을 그렇게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또 좋아지는 게 마음의 구조이기도 하고요. 반복하기 위해선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하죠.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좋아하는 걸 찾아야 하지만, 찾고 나서는 어른의 마음으로 끌고 가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찾을 때는 감성적으로, 찾고 나서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거죠. 세상엔 재미난 일이 너무나 많은데 그걸 다하려고 한다면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고 전문성은 옅어지겠죠.
직업을 선택하는 건 진로의 부분이에요. 이룰 수 없는 문장으로 된 꿈이 필요해요. 방향을 알려주는 북극성처럼 북극성에 닿을 순 없지만 나의 방향을 응시하게 해주는 문장이요. 율곡 이이 선생님의 <격몽요결> 책 1장 제목이 입지장(立志章)이에요. 뜻을 세우는 장(글)이죠. 첫 줄엔 배우려는 자는 뜻을 먼저 세우라고 말씀하세요. 그게 꿈이자 방향이에요. 어떤 사회적 위치와 배경을 갖는 것보다 뜻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의 문장은 '사람들과 글과 대화를 통해 행복과 영감을 나누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도록 돕는, 마음이 빛나는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정했어요.
고은 <순간의 꽃> 중에서
고은 시인님의 이런 시가 있어요. 내가 무엇이 되겠다, 마음 먹지만 삶은 점점 마음대로 안 되는 일들이 많아져요. 그래서 어떤 한 직업이 되기 위해 집착하기보다 스펙트럼을 넓게 문장으로 가져보세요. 꿈을 문장으로 가지면 그 문장 안에만 부합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그럼 누구나 북극성으로 가고 있는 것이죠. 자기만의 문장 안에서 유유히 흘러가세요. 크고 거대한 바다가 아니라 초라한 개울가의 구석. 거기가 시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