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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먹갈기 좋은날 Sep 24. 2021

변신로봇에 열광하는 남자아이들

- 당신의 환상에 문화산업 한 스푼, 키덜트를 만드는 문화콘텐츠


  

      오래 전 봤던 글이 있다. “미국 아이들은 톰과 제리를 보며 웃으며 상상력을 키우지만 일본의 아이들은 아톰을 보며 과학 기술의 꿈을 키운다.”는 말이었다. 무엇이 아이들에게 선제되어야 할지는 각자의 선택이겠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들을 이공계에 심취하게 하기 좋은 것은 로봇문화콘텐츠라 하겠다. 

      로봇은 과학기술이다. 그리고 이 과학기술은 자연을 정복하는 것을 넘어 외부세계와 대적할 인간의 무기다. 영화 <퍼시픽 림>을 보면 심해의 이계 생물 카이주에 대적할 로봇을 만들어내는데 이 기술이 과학기술의 총아다. 로봇기술로 외계생물에 대적한 문화콘텐츠는 일찍이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에반게리온>인데 사도라고 하는 외계생물체에 대적하는 에반게리온을 만들어내는데 이 로봇은 인간형 생체전투병기다. 3명의 주인공과 에반게리온이 신경으로 연결되는 점이 퍼시픽 림과 동일하다. 흥미로운 점이 바로 이 파일럿이라는 부분인데, 퍼시픽 림이 신체 건장한 성인들이 조종한다는 점과 달리 에반게리온은 3명의 주인공이 모두 14세 전후의 사춘기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에반게리온의 강력한 신체에 인간의 영혼이 결합해 전투를 치루는 것인데 사춘기 아이들은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아직은 어머니와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는 작품의 설정상 필요한 설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로봇 애니메이션의 연보를 만들어 살펴만 봐도 시간이 꽤 투자될 정도로 많은 양의 로봇애니메이션이 있다. 영화의 기술이 발전하고 자본주의 경제에서 미국 영화산업이 주도권을 쥐고 있어 대중들은 로봇이라는 개념을 <터미네이터>,<트랜스포머>,<아이, 로봇>,<퍼시픽 림><에이 아이> 등 미국 영화를 중심으로 받아들여 왔겠지만 그 저변에는 일본의 로봇애니메이션이 자리하고 있다. 아톰, 철인 28호, 마징가 Z, 메칸더 V, 로봇 K-캅스, 에반게리온, 공각기동대 등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다. 다만 일본은 로봇을 인간과 교감하는 대상으로 바라본 철학이 담겼다. 인간이 직접 로봇에 탑승해 조종을 해야 하거나, 인간성을 가진 로봇이라는 설정은 그들이 과학기술과 인간 사이의 간극을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물론 할리우드 영화도 <바이센테니얼맨(2001)>이나 <아이,로봇> <에이아이>처럼 인간성에 대한 고민이 있는 영화도 있고 <리얼스틸(2011)>은 인간과 교감으로 기능하는 로봇이라는 설정을 가진 것을 보면 인간성을 고민했던 일본의 영향을 받았던 것이거나 그들 스스로 인간성 상실에 대한 우려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터미네이터>도 인간을 공격하는 타자화된 로봇이 등장하지만 결국 인간성을 가진 또 다른 로봇에게 도움을 받는 설정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다른 시각으로 <트랜스포머>가 성공한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일단 인간과 같은 영혼을 가진 외계생명체라는 설정에서 흥미롭다. 기괴한 모습을 가진 외계인이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기계문명의 형체를 하고 있다. 인간사회에 이질감없이 적응하기 위해 선택한 외형이지만 덤프트럭이나 스포츠카의 외형을 가진 로봇생명체들은 배트맨의 배트카에서 오는 일종의 ‘가오’가 있다. 남자들의 차에 대한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킨 그들의 선택이 얼마나 탁월했는가. 특히나 ‘범블비’의 노란색과 검은색의 조화로운 주목성과 귀여운 외형,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결핍은 여성관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변신’이라는 것은 인간의 오랜 욕망 중 하나인데, 대중문화의 강력한 문화 아이콘으로 소비되고 있다. 변신은 ‘모습을 바꾼다’는 뜻인데, 과거 인간들이 사냥으로 삶을 이어갈 때 그들은 좀 더 강력한 신체적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면 사냥이 수월했을 것이라는 상상에 빠져 동물의 팔을 가졌거나, 날개를 가졌으면 하는 욕망을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혹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모습이 아닌 다른 정체성을 가지면 어떨까 하는 욕망도 작용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이나 ‘지킬 앤 하이드’를 보면 인간의 변신에 대한 욕망을 확인 가능하다. 

      이런 변신의 능력은 인간에겐 불가능의 영역이었는데 마법사나 주술사가 이런 능력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들은 인간을 사물로 변신시키는 주술을 걸거나 스스로 모습을 변신시킬 수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또한 변신은 인간이 이룰 수 없는 환상이란 점에서 이계의 존재들에게서 나타났는데 뱀파이어의 경우 박쥐로 모습을 변신해서 하늘을 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둔갑술’이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머털도사>에서 보면 머털이는 머리카락을 뽑아서 도술을 부린다. 이 것은 ‘누더기 도사’가 자신의 머리카락에 심겨준 도술을 통해 모습을 변신할 수 있는 강력한 비기를 깨달은 머털이가 왕지락 도사의 계략에 빠져 참지 못하고 ‘독수리’로 ‘변신’해 장애물을 넘는 순간 공격을 받아 머리카락을 모두 읽고 도술마저 잃게 된 비극의 전말이다. 결국 분신술이 가능하게끔 성장하긴 하지만, 둔갑술이 먼저였던 거을 보면 ‘변신’을 좀 더 높이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요즘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부캐’라는 설정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것 또한 ‘변신’에 대한 인간의 욕망의 현신인 듯하다. 

      여자아이들이 변신소녀를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유인데, 다만 변신소녀는 신체의 변화보다는 변장술, ‘가면’에 가깝다. 마법소녀로 변신하는 능력을 가졌는데 마법을 부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뿐 아니라 변신 후 모습을 알아보지  것에서 오는 희열이다. 

     남자아이들이 변신 로봇에 열광하는 것이 좀 더 근원적인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것이다. 로봇이라는 기계문명이 가져다준 환상과 자유자재로 모습을 변형시킬 수 있는 변신능력은 인간의 오랜 희망마저 이루어준다. 그것을 확인 시켜준 것이 <트랜스포머>였고, 오늘의 아이들에겐 <터닝메카드>가 있겠다. 터닝메카드는 종류도 수십 가지가 넘는데 가격도 만만치않아 부모들의 지갑이 얇아지는데 한 몫 톡톡히 했다. 후대에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는 이 터닝메카드를 키덜트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할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키덜트 상품’이 만들어지는 원리다. 

    <트랜스포머> 이후에 성인 대중들이 <아이언맨>에 열광한 것은 과학기술로 로봇과 인간의 합체가 ‘변신’ 갑옷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인데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는 욕망의 실현 뿐 아니라 과학기술과 자본을 모두 거머쥔 ‘토니 스타크’의 신격화마저 불러온 문화다. 여자들마저도 그의 경제적 성공과 과학적 지성, 인간성 결여에서 오는 모성본능 자극 등 여성의 남성성에 대한 환상을 충족시킨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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