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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먹갈기 좋은날 Sep 24. 2021

빨간색을 좋아하는 남자아이들

- 색이 가진 문화적 상징성

남자아이들은 왜 빨간색을 좋아하는가색이 가진 문화적 상징성      


       색은 동양과 서양이 큰 차이를 가진다. 서양에서 색은 빛의 영역이다. 인간의 눈은 빛을 감별하는데 인간의 눈에 보이는 빛이 바로 가시광선이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 즉 광선의 스펙트럼에서 인간의 눈으로 식별 가능한 빛이 가시광선인데 이 가시광선이 파장의 길이에 따라 각각 적, 주, 황, 녹, 남, 자 등으로 구별되는 것이다. 이 가시광선이 사물에 흡수되고 반사시키는 색이 우리가 인지하는 사물의 색이다. 사과의 색이 붉은색인 것은 사과라는 물체가 빛을 흡수하고 붉은색 가시광선을 반사시켜 우리가 그 붉은색을 눈으로 인지하는 것이다. 이 가시광선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빛의 삼원색, 물감의 삼원색으로 추출한다. 빛의 삼원색은 서로 합쳐지면 흰색이 되고 물감의 삼원색은 합쳐지면 검은색이 된다. 이러한 색의 삼원색은 멘델의 색상환으로 정리된 이후 상호 연계된 속에서 색깔을 만들어낸다. 서양의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세계관 아래 만들어진 색의 관념이다. 

      하지만 동양의 경우 색을 물질에서 나타나는 색감으로 보지 않았고 마음의 상태가 그대로 얼굴에 나타남으로 보았다. ‘얼굴이 빨갛다’는 것은 부끄럽거나 화가 난 감정상태를 뜻했다. 얼굴이 붉그락푸르락 했다 등 으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혹은 동양은 그 사람의 행태나 정취를 표현할 때도 색이라는 관념을 가져왔는데, ‘행색이 초라하다.’라고 하면 서양에서 말하는 광합적 색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서 풍기는 행태, 꼴을 표현한 것이다. 혹은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는 말을 보면 여인의 지닌 미의 풍취를 뜻할 때도 사용했다. 재미있는 것은 동양의 오행과 오방색인데, 동양은 오행과 연관지어 다섯가지 색을 상징적으로 적용했는데 목은 청, 화는 적, 토는 황, 금은 백, 수는 흑이었다. 색 배합에 있어서도 서로 상생하는 기운을 중심으로 배색했고, 이것이 적용된 사례가 색동과 오방장 두루마기 등이 있다. 아이들에게 입혔던 색동은 우주의 기운이 서로 상생하는 상서로운 기운이 아이를 지켜주길 바랬던 기복신앙도 관여되어 있다. 동양의 색은 서양에서 광학적 시선으로 본 색이 아니라 대자연의 조화로운 기운을 해석한 동양인의 윤리와 철학이 생활문화 전반에 표현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남자아이들은 붉은색을 좋아하는 것일까. 붉은색은 나라의 문화에 따라 상반된 의미가 중첩되어있는데 일반적으로 서양에서 붉은색은 긍정적이고 정열적이며 힘, 상서로움 등을 상징했다. 정열의 나라 스페인이라고 하면 투우와 붉은색이 연상되는 것도 그렇다. 붉은색은 염료로 사용될 때 까다로운 색 중 하나였다고 하는데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이 붉은색을 왕의 색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조선 왕의 용포가 붉은색이었던 것을 보면 붉은색은 힘을 상징했던 것으로 보인다. 

       동양에서 색이 문화콘텐츠에 상징적으로 사용된 것은 전대물이라고 하는 콘텐츠를 가져올 수 있는데 전대물이란 일본에서 시작된 특수 촬영물로 다수가 팀을 이루어 악당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하는 내용을 다루는 장르다. <독수리 오형제>, <후레쉬맨>, <파이오맨>, <파워 레인저>, <벡터맨> 등이다. 여기서 팀을 구성하는 구성원들 중 리더가 붉은색 의상을 입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이 전대물을 보지는 못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붉은악마 세대들과 이런 전대물을 보고 자란 어른들이 문화콘텐츠를 만들고 있어 콘텐츠에 그려지는 리더, 주인공들을 디자인할 때 붉은색을 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붉은색에 대한 문화적 인식이 대장, 리더, 주인공으로 점철되어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아이들이 소방차를 좋아하는데 이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정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영웅심리가 적용된 것 같아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할리우드의 자본주의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히어로들의 의상은 주로 붉은색과 파란색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인데, 두 색 모두 눈에 잘 띈다는 것 이상으로 동양의 음과 양의 조화를 결합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서양의 이분법적 사고관으로 세상을 태양, 불, 붉은색, 따뜻함 vs 음, 차가움, 물, 파란색으로 서로 상극인 대상을 상생하는 관계로 받아들여 조화를 이루도록 한 것은 아닐까. 물론 미국의 슈퍼히어로는 미국의 성조기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는 것이 먼저일 것 같지만 말이다. 색채디자인 적 감각으로 봤을 때 보기에 좋아 보이더라도 이것 또한 미국이 문화가 가진 힘을 절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 같으니 주의를 두고 즐겨야 할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아들이 빨간색에 집착해서 힘들다고 하는 엄마들은 남자아이는 파란색, 여자아이는 핑크색이라는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벗어나고 싶어서 중성적인 색을 선택해 아이의 옷을 고르거나 물건을 구매하는 것도 고심하고는 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중성적인 색이라고 우리가 명명하는 색도 우리의 관점이 관여된 것이니 본능적으로 혹은 스스로 좋아하는 색을 선택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부모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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