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 너의 이름이

by 머피


울 동네 어린이 도서관.


딸아이와 함께 2주에 한 번꼴로 도서관에 간다. 가서 10권씩 대출해 온다. 주로 동화다. 딸아이가 묻는다.

"동화 말고 소설 없어요?"

"응? 어떤 소설?"

"어른이 보는 소설요."

"아니 왜?"

"여기 있는 소설은 다 유치해요. 보기 싫어요."


유치하다니.


"도서관에 세계명작 소설 많은데 이거 다 재밌는 소설이라고. 너 소공녀 다 읽었어?"

"읽었어요. 이제 어린이 도서관은 싫어요. 어른이 가는 도서관에 데려가 줘요."


어른이 가는 도서관이라니. 어른이 보는 소설이라니. 어느새 동화가 유치한 나이가 되어버린 아이. 5학년 12살. 동화 10권을 빌리면 두세권 읽고 만다.


"아빠, 이 소설 좀 사주세요."

"어? 이건 어른이 보는 거 아닌가? 조금 야한 장면도 있던데."

"보고 싶어요. 제가 읽으면 안 되는 건가요?"

"음, 그건 아닌데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있어요."


애니메이션을 보여줬다. 보더니 책도 있냐고 물어본다. 있다고 하니 사달란다. 읽어도 되냐고 묻길래 읽어도 된다고 했다. 사줬더니 이틀 만에 다 읽는다. 그러더니 소설을 한번 써보고 싶다고 한다.


딸아이가 온종일 책상 앞에 얌전히 앉아있다. 앉아서 종이에 무얼무얼 쓴다. 몇 장 쓰고는 읽어보라 한다. 읽었더니 결말을 어찌 낼지 모르겠다고 한다. 천천히 생각해보라 했다. 나는 말했다.


"중요한 건 소설 첫 부분과 끝부분 맥락이 같아야 해."

"맥락이 뭐예요? 아무튼 알았어요, 똑같게 할게요."


이튿날 퇴근하니 딸아이가 달려와 또 읽어보라 한다. 쓰다가 중간에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아 쫙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뭔가 뿌듯한 표정. 이제부터 딸아이의 첫 소설이 시작된다. 그림도 딸아이가 그린 거다. 근데 중간에 색칠하기 귀찮다고 빼먹었다.




2.jpg 어떤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아직 모르는 게 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무슨 일을 믿는지.


요즘은 왠지 예전과 다르게 이상한 감정이 든다. 내가 예전엔 왜 그랬는지. 내가 요즘은 왜 이러는지, 라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에서 맴돈다.


하필 슬슬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고학년이라 맘대로 상상할 수 없다. 그 점이 정말 안타깝다. 나는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것도 알고 있다. 치마 입고 양반다리 하면 예의 없다는 것. 욕이나 유행어는 가볍게 보인다는 것. 남들이 보면 애늙은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요즘 사람들이 가볍고 예의 없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런 사람들을 가볍고 한심하게 여긴다. 뭐 한심하게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건 잘못이지만 맞는 말이지 않은가.


나는 갈색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주위에 금색과 갈색 건물들이 넘친다. 건물들 위에는 정원 같은 옥상이 있다. 풀이 나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삭막하다. 나는 친구가 없다. 있긴 하지만 나랑 생각이 다르다. 하긴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요즘 없다.

나는 책 읽기와 산책을 좋아한다. 하지만 요즘은 뛰는 게 더 좋다. 왠지 몸이 가벼워지고 세상의 맨 끝으로 달려가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어쨌든 나의 소개는 끝내고 내일부터 이야기를 쓸 거다. 오늘 저녁은 피곤했다. 평소도 피곤하지만 하루 종일 산책하느라 더 그렇다. 오늘은 8시에 자야겠다. 양치하는 것도 잊은 채 홀린 듯 잠이 왔다. 그 정도로 피곤했다. 힘없이 흐느적거리며 '퍽' 하고 이불에 엎드렸다. 요즘 눈이 잘 떠지지 않는다. 피곤하고 슬프다. 왠지 나는 졸리면 슬퍼진다. 이상한 일이다. 오늘은 금방 잠들었다. 홀린 듯 나는 정신없이 잤다.


오늘 아침은 더웠다. 벌써 8월 2일이다. 나는 지금 누워있다. 오늘따라 졸리고 피곤하다. 창문에서 햇빛이 스며들어 왔다. 나는 계속 누워있었다. 오늘따라 몸이 무거웠다. 밖은 한여름처럼 햇빛이 강했다. 하늘을 보고 있자니 눈이 아팠다. 그러다 창밖에 있는 어떤 사람 한 명이 지나가는 것을 봤다.



1.jpg 어떤 소녀가 간다.



그 사람은 나를 보더니 나를 향해 어둡게 미소 지었다. 입에는 웃음이 보였지만 눈에는 어둠이 보였다. 나는 소름이 끼쳤다. 내가 보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그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나를 알고 있을까.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그 사람의 눈을 애써 피했다. 그 사람을 자꾸 곁눈질로 관찰하고 있자니 순간 뭔가 익숙한 목소리와 그림자가 머릿속에 스쳤다. 나는 눈을 뜬 채 그 기억을 생각했다. 기억 속 그림자의 주인은 사람이 분명했다. 그 애는 나와 다르게 갈색의 긴 머리와 하얀 피부를 갖고 있었다. 나도 하얀 편인데 그 아이는 나보다 더 하얀 얼굴이었다. 그 아이는 나를 향해 순수하게 웃었다. 그 아이는 나를 보고 난 다음 자기 머리 쪽으로 떨어지는 초록빛의 나뭇잎을 보았다. 눈에는 어둠이 서려있었다. 아까 창문 밖의 그 아이처럼, 그 아이는 "잊지 마. 잊지 마. 잊지 마"라고 계속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속삭였다. "나중에 꼭 찾으러 갈 테니까 나를 잊지 마." 그리고 마지막에 슬픔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 이름은 리카." 그 순간 왠지 모르게 슬픈 감정과 왠지 모르는 어려운 감정이 막 몰려나왔다.


그리고 눈 떴다. "리카?" 나는 일어나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내 이름은 나츠요. 나는 조금 전 기억을 생각하며 머리를 빗었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그 애는 뭐였지?" 나는 학교에 걸어간다. 학교 가는 길은 오르막 길이라 덥고 힘들다. 빨간색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땀을 거칠게 닦으며 흐느적거렸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해서 멀쩡하게 걸으려고 노력했다. 그때 또다시 그 애가 생각났다. 그 아이의 어두운 미소. 나를 보는 그 무서운 눈. 그러다 발이 삐끗해 다리에 힘이 빠져 넘어질뻔했다. 하지만 간신히 넘어지지 않았다. 한참 제대로 걸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학교 앞까지 왔다. 학교에 가니 정신이 더 혼미해졌다. 나는 살짝 비틀거리며 다리에 최대한 힘주며 걸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선생님들은 나를 보고 "너 괜찮니?"라고 물었다. 사실 큰소리로 들렸다. 눈앞이 회색빛이 되어갔다.


"왜 이러지, 왜 이러지, 왜 이러지?" 하며 또다시 흐느적거리며 아주 천천히 조금씩 걷다가 결국 모르는 선생님한테 쓰러질뻔했다. 나는 보건실까지, 쓰러지고 싶은 것을 참으며 걸었다. 아까보다 더 흐느적거리며 쓰러질 듯 갔다. 보건 선생님은 없었다. 나는 소리 없이 무릎을 바닥에 댔다. 나는 될 대로 되겠지 하고 생각하며, 아니 그냥 생각 없이 무릎 굽히고 허리도 굽힌 채 느리게 침대 쪽으로 갔다. 그리고 '퍽' 하고 힘없이 누웠다. 어지러웠다. 혼란스럽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3시간? 4시간? 아무튼 많이 지났다고 생각했다. 머리는 아직도 아프다. 갑자기 왜 이렇게 어지러웠을까. 아까 그때의 기억과 그때의 느낌이 준 기억. 쓰러질 만큼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던 것은 기억난다.


"나는 오늘따라 왜 이러지?" 하고 속삭였다. 그다음 마음속으로 말했다. "한 번도 이런 일 없었잖아. 아~" 그리고 그다음 나는 말하지도, 생각하지도 않고 눈감았다. 밖은 이상하다 싶을 만큼 조용했다. 나는 몸이 무거워 일어나지도, 손가락을 들지도, 생각할 수도 없었다. 밖은 무서울 만큼 조용했다. 사람들 소리도, 바람 소리도, 차 소리도, 새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또 잠든 모양이다. 밖은 아직 밝았다. 하지만 분명 최소 6시는 되었을 거다. 느낌으로 안다. 한참 넋 놓고 창밖을 바라보자니 불안함이 팍 하고 스쳤다. "아, 엄마 아빠는 어쩌지?" 하며 벌떡 일어나서 머리를 풀고 헝클어뜨린 채 미친 듯이 뛰었다. 나는 엄마 아빠 걱정에 생각이 없어졌다. 그런데도 어딘가를 향해 내 몸은 자꾸 미친 듯이 뛰었다. 나는 헉헉 소리도 내지 않고 홀린 듯 내 몸의 말을 들었다. 생각은 싹 비우고 처음 보는 저녁때의 학교를 순식간에 빠져나와 막힌 교문을 뛰어넘었다. 나는 깜짝 놀라지도 않은 채 계속 뛰었다. 교문이 적어도 한 150cm은 될 것이다. 내 운동신경이 마법처럼 갑자기 확 늘었다. 남들보다도 나는 머리는 뒤로 하고 앞만 보고 아주 빠르게 미친 듯이 끝도 없이 뛰기만 했다. 한 시속 100km는 될 것이다. 사람의 한계를 뛰어넘어 아주 비현실적이게 빠른 속도로 달렸다. 계속 끝없이 생각을 비우고 뛰었다. 홀린 듯.



3.jpg 교문을 뛰어넘고 하늘을 나는 것처럼 뛰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아까 한 6시 10분쯤에 나와서 달렸으니... 그때 시계가 울렸다. 지금은 8시다. 금세 어두워지고 차가운 공기가 내 몸을 스친다. 나는 지치지도 않고 미친 듯이 1시간 50분을 달린 것이다. 나는 갑자기 점점 힘이 빠졌다. 그러더니 조금 지나 드디어 헉헉 소리가 내 입에서 나오더니, 나중엔 내가 스스로 멈췄다. 멈추고 나서 순식간에 몸이 계속 축 쳐지고 힘들어졌다. 땀이 점점 늘어나고, 나는 길에 또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차갑다.


오늘 진짜 왜 이렇게 자꾸 쓰러지고 잠드는 걸까.

대체 왜? 대체 왜? 대체 왜?

그러다 갑자기 그 이상한 아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오늘 아침 눈을 마주친 그 이상한 아이. 기억 속 그 아이. 누굴까. 누굴까. 누굴까.

그 애는 무슨 속셈이지? 나는 왜 이러지? 나는 "대체 왜 이러지?" 하고 소리쳤다. 두렵다. 내 머리에 문제가 있나? 아니면 이건 내 꿈일까? 아니면... 전부 다 내 착각인가? "깨어나! 깨어나라고!" 나는 미친 듯이 내 볼을 때리며 소리친다. 괴롭다. 무섭다. 괴롭다. 무섭다. 너무 슬프고 무섭다. 나는 어떡하지? 길바닥에 누워 있는 채로 너를 생각한다. 그러자 시계는 마침내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데 또 눈이 감긴다. 이제 쓰러지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나는 온몸에 힘을 뺐다. 두렵다. 이제는 새벽 1시다. 5시간이나 누워있었다. 나는 한참 더 있었다. 그러다 나는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을 주고 벌떡 일어났다. 나는 힘을 내 달렸다. 계속 온 힘을 다해 달리기만 했다. 이대로 있을 순 없다. 무작정 내 힘으로 집에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나는 무서움도 잊은 채 달린다. 새벽에는 가로등도 켜지지 않았다. 내가 살면서 이렇게 빨리 달린 적은 없었다. 계속 달렸다. 그런데 또 갑자기 몸에 식은땀이 나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아 진짜 왜 쓰러지는 것일까. 잠이 쏟아지는 느낌. 확실히 나는 달리다 힘이 빠져 눈을 감았다. 그러다 내리막 길에서 넘어졌다. 그리고 계속 굴렀다. 그리고 신경이 끊겼다.


또 일어났다. 이제는 새벽 2시 30분. 왜 이러지? 아프다. 온몸이 너무 아프다. 팔과 무릎에는 멍이 들었다. 하지만 주변에 도와줄 사람도, 의사도 없었다. 그래도 힘을 내 겨우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나는 계속 쓰러져도 달릴 수밖에 없다. 집에 돌아가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4.jpg 돌아가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달린다.



나는 달리다 몸이 갑자기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이내 몸이 하늘 위로 올라갔다. 올라가며 당황해서 발버둥 쳤다. 밑으로 내려가려고. 하지만 계속 올라갔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밑을 보니 어느새 우리 마을이 눈앞에 보였다. "얼마나 올라왔길래." 너무 당황스럽고 두려워 눈을 한참 감았다가 뜨니 구름이 보였다. "허!" 나는 너무 놀라 소리를 냈다. 내가 구름 속을 날고 있어? 이게 꿈 맞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하늘이 무슨 판타지 영화 같다. "아니 이게 무슨 흐름이지? 내 무의식이 참 이상해"라고 이상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정신이 또다시 혼미해져 또 눈을 감았다. 어? 이번엔 차갑지 않고 따뜻하다. 누군가 나를 안고 있......


깼다.


이상하다. 이번엔 식은땀도 흘리지 않았고 따뜻하다. 사람이다. 분명 사람의 온기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어떤 아이가 말하는 목소리가 바로 내 옆에서 들렸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왠지 몸이 그러지 않았다. 그 애는 흥분해서 침 튀기며 말했다.

"나야. 리카. 나라고! 기억해봐!"

나는 고개를 여전히 그대로 둔 채 작게 대답했다. "리카?" 그 애는 더 흥분하고 흐느끼며 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나츠요! 기억해봐! 내 이름은 리카! 기억 안 나? 기억 안 나? 기억 안 나? 나츠요! 나츠요!" 하고 내 이름을 말했다. 나는 또다시 머리가 아파 온다. "리카. 기억이 나는 거 같..." 나는 또 쓰러지고 말았다. 리카라는 그 이름, 어딘지 익숙하다. 리카, 리카... 갑자기 막 슬퍼졌다. 또 잤다. 또.

리카는 나를 보며 "얼마나 당황했으면 쓰러지기까지 하니? 나츠요, 기억 안 나니?" 하고 작게 말했다. "음... 음... 저..." 하고 나는 말끝을 흐렸다. 그러다 생각났다. 드디어. 생각나기 전에 내 몸이 떨렸다. 슬픈 감정이 내 온몸에 퍼졌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떨어졌다. 내 눈물은 위로 솟았다. 나는 울며 흥분해서 말했다. (평소 차분한 내가 그렇게 말한 건 처음이다)

"리카! 왜 사람이 됐어? 왜! 나한테 말을 해줬어야지" 리카도 기뻐서 또 흥분하며 말했다. "하하, 나츠요! 기억했구나.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리카는 전생에 나랑 사랑하고 있었다. 드디어 기억난다. 전생에 우리가 학교에서 만나지 않고 길 가다 만났다. 이때처럼 여름날에.

리카는 전생에는 남자였다. 왠지 서로 스쳤는데 '팍' 하고 두근거리는 감정이 온몸에 스며들며 얼굴이 빨개졌다. 그런데 리카는 먼저 죽었다. 73살 때. 우리 둘 다 결혼하지는 않았다. 고민만 하다 죽은 것이다. 그날 꿈. 거기에 리카가 나왔다.



5.jpg 생각났다.


우리는 손을 잡았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뭐였지? 기억이... 안 나."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곳은 나의 방이다. 창밖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그저 햇빛만 창문으로 들어왔다. 바람 소리도, 새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계속 누워서 생각을 비운다. 뭐였을까. 꿈일까? 내가 꿈을 꾸었던 걸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 그 애의 이름은 뭐지?" 꿈이었다. 기억이 안 난다. 왠지 너무 슬프다. 하지만 울지 않았다. 역시 꿈이 맞다. "나 뭐한 거지?"


오늘은 주말이다. 나는 잠시 창밖을 본다. 버릇인가 보다. 그런데 그 숲길을 어떤 애가 지나간다. 나는 왠지 모르게 몸이 떨린다. 그 애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때... 내 머릿속에 어떤 목소리가 울렸다.

"그 사실이 진짜였다면 하늘에 내가 날아다닐 거야"라고 들렸다. 누구의 목소리일까? 소녀의 목소리다. 나는 당장 씻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진짜였구나. 리카!" 하늘에 구름들이 떠 간다. 하지만 나는 리카를 알 수 있다. 저 멀리 리카가 나를 보며 웃고 있다는 것.

나는 지금 아는 게 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무슨 일을 믿는지, 내가 무슨 마법을 믿는지, 나는 알고 있다.



6.jpg 기억났어. 안녕.




'너의 이름은'을 보고 딸아이가 책을 사달라고 했다. 사줬더니 단숨에 다 읽는다. 신카이 마코토의 소설에 푹 빠져서 이번엔 '초속 5cm'을 사달라고 한다. 그러더니 소설을 한번 써보겠다며 공모전 좀 찾아달란다. 아빠가 타이핑하여 예쁘게 올려줄게, 라고 약속한 덕에 나는 이렇게 하나하나 타자 쳐 올린다. 오늘 저녁 폰으로 이 글을 딸아이에게 보여 줄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 '나'의 이름이 '나츠요'라고 하는데 손수 검색해서 무슨 뜻이라고 했는데 무슨 뜻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너무 잘 썼단다 얘야. 이틀 만에 단숨에 써 내려간 이야기. 옆에서 생각을 엿보는 것처럼 호흡이 살아있는 글.


마치 일기처럼 아주 솔직히 쓴 소설. 소설이 곧 너 자신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잘 썼다. 친구가 없고 친구를 만나지 못하는 나날. 그 때문인지 '나츠요'는 환상 속에서 친구를 만들어 낸다. '리카'는 어디에 있나? 있다면 간절히 부탁하고프다.


빨리 우리 딸이랑 만나주지 않을래? 만나서 즐겁게 놀아주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