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최여원 12살 5학년
* 이 글은 제가 실제 겪은 일을 적은 것입니다. 그래서 이름 빼고 100% 제가 하는 말, 주위 사람들 모두 똑같이 그려냈어요. 제가 3학년 때쯤의 일.
한참 동안 책상에 앉아 연필을 돌리며 글 쓴다. 이렇게만 표현하면 내가 아주 부지런한 바른 자세로 소설을 쓸 줄 아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은 턱을 괴고 다리 꼬고 앉아 있다. 이 자세가 버릇이 되었다. 서 있을 때는 팔짱을 끼거나 만화에서 나오는 자세처럼 남들보다 동작으로 기분을 표현하는 것도 버릇이 됐다. 왜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그나저나...
"하... 젠장... 오글거려! 오글거린다고!"
아~진짜 못 읽겠다. 이거 뭔데! 이거 뭐냐고! 카니의 모험... 제목부터 이상하고 뻔한 데다가 주인공은 왜 이리 진지하냐고. 응? 읽을 때 오글거려 손발이 사라질 지경이다.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잠시 그 시리즈는 쉬기로 하고 이렇게 완전히 나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살짝 써 보면 되지 않는 싶다.
나는 피아노 치기와 책 읽기를 좋아할 때도, 그냥 누워있거나 스마트 폰을 보는 것을 좋아할 때도 있다. 하지만 오늘은 이렇게라도 앉아서 글을 써본다. 사실 부끄러운 점이 또 생겼다. 그런데 나는 요즘 이상하게 중독된 것이 있다. 여태까지는 낭만적이고 섬세하고 고풍적인, 그렇지만 완전히 4차원적이고 환상적인 그런 것을 좋아했었다. 그런데 '어라? 이상하군. 내 취향은 이게 아닌데 말이지.' 나는 게임 같은 것에 그리 빠지지 않았다. 물론 내가 한 적도 없다. 그저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볼뿐이다. 하지만 그 캐릭터들 요즘 유행하는 것. 그것이 어떤 건지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열심히 지을 테니 내가 쓴 글을 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나는 아주 행복할 것이다. 그러니 열심히 봐주세요. 지은이의 말.
차가운 공기가 느껴진다.
'...!!'
잠에서 깼다. 밖이다. 벤치다. 내 몸을 아래로 내려다보니 내 자세는 다리를 꼬고 벤치 등받이에 한껏 기대고 있는 자세였다.
"흐... 으갹!"
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번쩍 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 여기가 어디야? 갑자기 여기서 깨다니 무슨 일이람?"
"으... 그건 그렇고 추워!"
나는 계속 앉아있다가 일어났다. 내 다리와 팔, 볼은 차가웠다. 보다 보니
"아! 지... 집 앞이군."
휴... 깜짝이야. 나는 그 상태로 다리에 힘을 주고 빨리 넓은 보폭으로 걸어갔다. 집까지 얼마 안 남았다.
"빨리 가서 뜨끈한 물로 샤워해야지."
나는 신나는 마음으로 집까지 뛰었다. 오늘은 금요일이다. 외갓집에 가는 날이다. 나는 서둘러 집에 들어갔다. 신발장에서 복도로 발을 옮기자 차갑고 설레는 기분이 편안하고 따뜻한 기분으로 바뀌었다. 나는 빨리 샤워를 하러 뛰어들어갔다.
"엄마~!!"
나는 엄마를 향해 아주 높은음으로 불렀다.
"오, 왔구나."
나는 샤워기 온도를 대충 조절한다.
"더 뜨겁게, 더 뜨겁게..."
그리고 나는 아까 일을 떠올리며 샤워한다.
끝~ 다음 시간에~
딸아이가 자신이 쓴 거라며 A4 용지 몇 장을 건넸다. 두 장은 빽빽이 글만 적었고 두 장은 그림이다. 나는 어제 출근길에 가져가 컴퓨터로 옮겼다. 옮긴 것을 딸아이가 자신의 폰으로 읽었다. (얼마 전 딸아이 폰에 브런치 앱을 깔아 글 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내가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데 딸아이가 집에 들어서며 괴성을 질렀다. "꺄아~~~ 어떡해~~~ 오글거려~~~" 딸아이는 황망한 표정으로 어떡해, 를 연발했다. 나는 놀라서 왜 그러냐고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자신의 글(카니의 모험)이 부끄럽다고 했다. (다소 안심했다. 이 녀석 큰일 난 줄 알았잖아 ㅠ) 쓸 때는 몰랐는데 여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올려진 글을 읽으니 너무너무 부끄럽다고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고칠 걸" 하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몰라 몰라 몰라"라며 발버둥 쳤다. 그러면서 "카니의 모험은 제 얘기가 아니라구요. 그래서 엄마가 악역이어도 제 얘기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엄마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구요"라고 항변했다.
화요일 저녁.
딸아이는 내가 차려준 밥을 먹으며 연신 A4 용지에 뭔가를 썼다.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글을 쓸 거라고 큰소리친 이후다.
수요일 아침.
음, 글쎄 있는 그대로의 글이라더니 뭐 별로 그렇지도 않은 거 같다. 딸아이도 글쓰기 때 겪는 여러 감정을 느낀다. 이를테면 대충 이런 단계다.
어떤 상상 - 한번 재밌는 이야기로 지어볼까 - 제법 그럴듯한데 - 이 정도면 뭐 - 아악! 이게 뭐야? 다시 읽어보니 괴로워! 오글거려! 그래, 안 고쳐서 그렇단 말이야! - 좀 더 꾸밈이 없으면 괜찮겠지?
꾸밈보다는 솔직함에 충실해진다. 가끔 솔직하게 썼다고 생각한다. 다시 읽어보니 솔직하지 아니하다. 솔직하지 아니한 내가 솔직하게 쓰려고 했구나 하고 다시 낙담한다. 이 과정을 반복한다. 알에서 번데기가 되었다가 껍질을 계속 벗으면서 몇 번이고 성숙한다. 마침내 바깥세상으로 나온다. 날개를 퍼덕인다.
아직 번데기인 아빠가 두꺼운 껍질 틈으로 이제 갓 번데기 껍질을 두른 딸아이를 본다.
하늘하늘한 투명 껍질.
곁에 두고서 지켜본다.
옆에 딱 붙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