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그 소리 3

작가 최여원 12살

by 머피


asdf.jpg 소리에 집중하는 작품


나는 토스트를 살짝 쥐고 조용한 엘리베이터를 바라보며 멍 때린다.


아~참, 이럴 때가 아니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것을 멈추고 계단으로 힘없이 뛰어갔다. 그 모양이 좀 없어 보였다. 어둡고 아무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계단에 한 발 내디뎠을 때

"문이 열립니다!"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나는 황급히 엘리베이터 쪽으로 뛰어갔다. 그곳엔 신기하게도 같은 반 아이가 신발끈을 열심히 묶고 있었다. 그 애의 이름은 '모오'다. 그 애는 양갈래 머리에 양쪽에 빨간 장미모양 핀을 달고 있었다. 나는 그 머릿결이 참 부럽다. 나는 반곱슬에다 하얀 머리색이지만, 그 애는 긴 생머리에다 검은 머리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머리에서 항상 샴푸 향기 비슷한 향이 난다.

우리는 잠시 적막하게 서로를 바라보다 둘 다 무표정으로 동시에 "안녕" 하고 비슷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와 그 애의 목소리는 놀랄 만큼 비슷하다. 둘 다 사춘기인 게 티가나는 어둡고 냉정한 목소리다. 하지만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중 하나다. 그 애는 사실 내가 딱 싫어하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친구들 앞에서는 지나치게 애교 부리는 주제에, 내 앞에선 내가 마음에 안 드는지 냉정한 척, 어른스러운 척하며 말을 절대 먼저 걸지 않는다.


'저 녀석, 짜증 나.'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나저나 이 엘리베이터는 언제 도착하는 거람? 아, 답답해 죽을 맛이군. 이런 건방진 애랑 대체 몇 초를 더 있어야 하는 거냐고? 우리 집이 26층인데... 아, 이런 젠장. 나는 심심하고 불안정한 상태로 그 애의 머리카락을 살짝 보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분하다. 그리고 그 냉정한 척하는 눈, 비웃는 듯한 그 입, 그것에 나는 더 냉정하고 자신감 있게 보이기 위해서 눈은 크게 뜨고 다리는 세우고 어깨는 더 쫙 펴고 입꼬리도 더 올렸다. 이렇게 내 설명으로 봐서는 내가 되게 우스운 자세이구나 싶을 수도 있지만 웃기지 않고 어른스러운 자세였다.

나는 워낙 얌전한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조금... 아주 조금은 나한테 어울리는 자세였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엘리베이터가 빨리 지나가기를 간절히 생각하고 계속 간절히 생각했다. 그때 띵!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조심히 발소리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당당하고 냉정하게 걸었다.

또각또각

소리가 계속 울려 퍼졌다. 최대한 천천히 걷고 내 발소리가 울리는 것에 집중했다.

"문이 열립니다."

자동문이 열리고 마침내...




얼마 전 토스트기를 샀다.


딸아이에게 작동법을 알려줬다.


'식빵을 넣어서 레바를 아래로 내리고 기다린다. 얼마간 기다리면 딸깍! 소리와 함께 식빵이 올라온다. 그걸 접시에 담아 1회용 딸기잼을 뿌려 먹는다. 목 막히니까 우유랑 같이 먹는다.'


딸아이는 혼자 잘도 먹었다. 아침에도 먹고 저녁에도 먹었다. 예전 같으면 식빵을 사 두고 곰팡이가 필 때까지, 아내가 냉동실에 넣을 때까지 남던 식빵인데 이제는 며칠 만에 사라졌다. 유통기한이 지나도록 줄어들지 않던 우유도 제법 잘 팔렸다. 딸아이가 식빵을 더 사달라고 했다.


저녁을 먹고 딸아이는 제방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그렸다. 삼십 분인가 한 시간인가, 부지런히 그려서 색칠했다며 자랑스레 그림을 보여줬다. 그러더니 에이포 용지에 이야기를 썼다. 이번엔 두장이나 썼어요. 읽어보라고 연신 말하길래 내일 읽어본다고 했다.


이처럼 어떤 장면에 깊이 빠져서 상황을 묘사하고 심리 변화를 서술하는 자세, 그것은 때때로 연습이 되고 연습은 어느새 능력이 될 터.


참으로 바람직한 습작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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