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등굣길 이야기
통학버스가 다다르니 트럭에서 아이가 내린다. 5학년 주연이다. 주연이가 조르르 통학버스에 탄다.
"안녕하세요~"
밝게 인사하며 자리에 앉는다. 그러고는 곧장 다른 아이들과 "꺄아~" 소리 지른다. 반갑다는 신호다.
6학년 지효와 3학년 명선이와 5학년 주연이까지 여자아이 셋이 만났다.
너무 반가워서 즐거워서 함께 인사하는 시간.
내가 모르는 장면.
아버지가 딸을 데려다주는 아침.
딸은 아버지와 인사한다.
"아빠! 다녀오겠습니다."
"응, 그래, 우리 딸 잘 다녀오렴."
내가 보는 장면.
주연이는 6학년 지효, 3학년 명선이랑 수다를 떤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 부른다. 듣고 다시 부르고, 듣다가 다 같이 부른다. 그래? 그랬대. 뭐? 정말이야? 글쎄, 그렇다니까. 꺄아아. 와하하. 깔깔깔. 정답게 떠들며 웃고 노래 부르는 소리. 그리 크지 않은 소란. 내 귀에는 새가 지저귀는 것처럼 예쁘게만 들린다.
어쩌면 움직이는 교실.
교실은 꼬불꼬불 깊은 마을 집으로 잘도 찾아간다. 아이는 교실에 올라타 얘기하고 웃고 노래 부른다. 마치 소풍을 간 것처럼 신나게 논다.
그리웠어. 보고 싶었어. 놀고 싶었어. 얘기하고 싶었어. 듣고 싶었어.
밤새 친구가 그리운 아이들. 얘기를 들려줄 생각에 바쁜 마음. 기다린 시간. 저마다 멀리 띄엄띄엄 떨어져 있어서 방과 후에는 만날 수도 없다. 주말은 너무 길다. 같이 놀 수 없어서 친구가 보고 싶은 마음, 그리운 마음 내내 간직했다가 학교 가는 날 아침 버스에서부터 터지고 터뜨린다. 보고 싶었어. 어제 뭐했어? 나 재밌는 일 겪었다? 우리는 모두 다른 마을에 살지만 통학버스에서는 같이 사는 친구가 된다. 친구와 만나 소통하는 장소. 교류하는 공간. 치유하는 순간.
나는 매일 움직이는 교실에 타 여행을 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풍경을 본다. 벌써 벚꽃이 다 졌구나. 초록 잎이 돋았네. 문득 고운 노랫소리가 들린다. 1학년 아영이다. 아영이는 창밖을 보며 웅얼거린다. 풍경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노래 나오는 장면. 소리가 감미롭게 풍경과 어울린다. 기분 좋은 여행.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라나는 아이들.
매일 풍경 속을 달리며, 다른 얼굴 다른 소리를 들으며 여행에 빠진다.
움직이는 버스 맨 앞에 미소 짓는 내가 보인다.
노래하는 아이들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