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어떤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낯설지만 반갑고 친근한 그런 목소리였다. 나는 버스정류장 안에서 앉은 채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똑똑히 그 목소리가 들렸는데도 정말 아무것도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런 생각으로 바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두운 밤하늘이 가득 담긴 물웅덩이에는, 동공이 떨리는 내가 있었다.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지는데도, 적막한 빗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데도, 왠지 모르게 공허한 느낌이었다.
1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
집에 도착했다. 반가운 도어록 소리와 함께 집에 왔다.
"집에 왔다!"
나는 나도 모르게 집에 발을 들이지 마자 신나게 힘껏 소리쳤다. 나는 집이 좋다. 편안하게 누워서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집에서 누워 멍하니 생각하는 게 좋다. 그대로 계속 누워있다가 잠들어 버리기도 한다. 그나저나 아직 이 글을 쓴 지 겨우 2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손목 한쪽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조금만 쉬었다가 하고 싶지만 그러면 아까 생각해낸 아이디어를 다 잊어버릴 수 있다. 지금 바로 그 소설을 써야지.
하지만 하늘은 이상한 보라색이다. 왠지 무서운 색이다. 분명 아름다운 색이지만 무섭다. 창문으로 비치는 내 눈동자는 그 무서운 지금 하늘의 색이다. 뭐랄까, 어젯밤 혼자 학교에 갔었는데 그때 하늘을 봤을 때의 그 색.
아, 그때 뭘 하러 혼자서 밤에 학교를 갔더라...
모르겠다. 그냥 왠지 모르게 무서워지니 거실로 나가서 티브이나 볼까. 나는 영화 보는 것이 취미다. 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나는 영화를 볼 때 행복하다. 그 영화를 보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하기도 하고, 스토리를 어떻게 저렇게 생각해냈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영화 볼 때와 가족과 이야기할 때만큼은 행복하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는 것은 피곤하기도 하지만 왠지 모르게 겁나서 잘 나가지 않는다.
굳이 나가야 될까?
내가 집에 있는 게 이렇게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