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전의 묘미
"월드컵 이후 이렇게 환호해 본 적이 없어요."
단체전 우승 때 규옥이가 한 말이다.
우리 팀의 승리가 결정되기 직전. 지켜보는 손에 땀이 몽글몽글. 아아~ 차마 볼 수 없어서 뒤돌아 눈감아버리는... 비나이다 비나이다 부디 한 점만.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앞으로 착하게 살겠습니다. 이번 한 번만 도와주세요. 너무 긴장돼 침조차 삼킬 수 없는 바로 그 순간. 멈춘 화면처럼 승리를 결정짓는 한 점을 얻고. 정적이 흐르고. 게임하던 동료가 두 손을 불끈 들어 올릴 때. 그제야 응원하던 우리는 벌떡 일어나 만세 부르고. 일제히 터져 나오는 함성. 참았던 용암이 솟구치면서. 달려가 부둥켜안던 환희. 기쁨을 끝없이 분출하는 시간. 우리가 이렇게 가까웠나? 그래 가까웠구나, 서로 껴안고 껑충껑충 뛰어오르고. 고생했다 잘했다 대단하다 글썽이던 한마디 한마디...
대회 때마다 우승을 기대하고 참가한 게 아니었다. 입상만 해도 기적이다, 대단한 거다, 성공이다, 라고 여겼다. 그런데 한 사람씩 토너먼트마다 영웅이 생겨나 올라가고 올라가 결국 우승해 버리는 식. 환상적인 팀 워크. 어느새 공식이 되어버렸는데.
남해대회 전 규옥이가 한 말.
"한 번만 더 우승해 봤으면 좋겠어요.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요."
대회장마다 오고 가며 마주치는 선수들이 덕담처럼 말했다.
"진주 팀이 젤 무서워요."
"오늘도 우승하려고 왔어요?"
"요새는 했다 하면 우승이네."
"고만 좀 해 먹어라, 지겹다 지겨워."
그런데... 작년은 밀양대회 우승이 마지막이었다. 밀양대회 이후 우승 근처도 가본 적이 없다. 이유가 뭘까? 단지 대진 운이 없어서겠지, 라고 여기며 계속해서 도전했다.
대회에만 들어가면 이상하게도 실력이 초기화되는 느낌. 몇 달 전의 나로 되돌아가는 느낌. 마음이 급해. 급해서 잘하는 기술을 쓰지 못해. 자신이 없어. 그래서 아주 확실한 것만 주야장천 판다. 하회전 서브를 넣고 드라이브를 걸면 되는데 그걸 못하고 있다. 너클 서브를 넣고 제끼는 드라이브를 하면 되는데 그걸 못한다. 그저 상회전 서브만 넣고 쇼트나 스매싱만 준비하네. 이게 뭐야? 이건 탁구를 갓 시작한 초보들의 전술이잖아. 초창기 대회 때 써먹던... 그것도 10대 9에서 마지막 비장의 무기로 쓰던 건데 그것을 처음부터 계속해서 같은 서브를 넣고 있잖아.
다른 서브를 넣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한다. 처음 커트 서브를 넣고 한방 드라이브를 거는데 그게 네트에 걸리거나 오버아웃되면 이후 드라이브를 걸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커트 서브를 넣고 집중해서 커트량에 맞게 살랑 넣어야 하는데 힘조절이 되지 않는다. 이런 고민에 한동안 정체했었다.
그러다 이제는,
커트 서브를 넣고 3구는 안전하게 루프 드라이브를 건다. 루프를 걸되 높게 띄워주지 않는다. 5구에서 전진 드라이브를 건다. 급하게 스매싱을 때릴 필요도 없다. 배꼽 앞에 내려올 때까지 기다린다. 기다렸다가 몸통 회전힘을 더하여 때린다. 코스를 확실하게 뺀다. 안정감이 생겼다.
파티는 끝났다. 이제 단체전은 남자 2부에서 놀아야 한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싶다가도 이기면 쾌감은 배가 되겠지. 같이 탁구 치는 이들이 덕담을 건넨다. 너 공이 좋아졌어. 우리하고는 공이 달라. 급이 달라. 다르다고?
아닌데... 아직 나는 그대로인데... 정말일까? 걱정과 긴장이 겹치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