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에서는 늘 좋은 일만 있었다
공식 탁구대회.
처음 작년 4월부터 도전했었다. 경남 전역의 시군이 주최하는 탁구대회. 먼저 거제를 거쳐 두 번째가 남해였다. 예선부터 죽음의 조에 배정되어 정말 죽다가 겨우 살아남아서, 본선 토너먼트를 거치며 만나는 이 저마다 비장의 기술이 있어서 감탄한 게 기억난다. "아, 이거 때문에 올라왔구나." 누구는 서브가 좋았고 누구는 공격이 좋았다. 다들 자기만의 특화된 무기로 토너먼트를 올라갔고 나 또한 올라가긴 했는데 딱히 꼬집을만한 무기는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수비?' 정도. 운 좋게 4강까지 갔고 개인전 3위에 단체전 3위라는 성적을 거뒀다.
1년이 지나 두 번째 남해 대회.
단체전 마지막 경기 복식.
상대는 노련한 분들. 우리는 이제 막 대회에 뛰어든 초보들. 나는 말했다. "형, 나 루프 걸 거예요." 그 말인 즉 서브 넣는 형에게 어떻게든 상대의 리시브가 커트로 돌아오게끔 해달라는 뜻이다. 보통 커트서브를 넣으면 커트로 돌아온다. 이때 커트서브가 길면 안 되고 또 너무 짧아서도 안된다. 상대의 리시브가 투바운드만 아니면 된다. 탁구대 너머로 흘러나오기만 하면 나는 탁구대 바로 앞 바닥에서 기다리다가 라켓을 땅에 거의 닿은 채 앉았다가 탁구대 밑에서 위로 승천한다. 일자로 길게 스윙. 루프 드라이브를 걸되 결코 과하게 걸지 않는다. 공이 최대한 짧고 낮게 네트를 넘어가게끔 건다. 공에 잔뜩 전진회전을 거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는 속도가 느려도 무엇하나 해보지 못하고 공을 붕 띄워줄 수밖에 없다. 하늘로 치솟은 공은 그냥 찬스볼이 된다.
떨렸다.
형과 나는 한점 한점 얻을 때마다 하이파이브를 했다. 한 점 한 점이 소중했다. 형이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더 자신 있게 걸어요, 라고 말했다. 내가 실수하면 형이 잘했다, 나이스라고 소리쳐줬다. 곁에서 응원하던 수많은 이들. 그들도 한 점 한 점에 열광했다. 우리 팀이 얼마나 힘겹게 올라왔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이 자리가 성패의 분수령인지를 알기에 떨렸다. 이기면 전부를 얻지만 지면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순간. 우리는 기어이 승리했다. 나는 마지막 득점 후 승리한지도 모르고 있다가 옆에서 기뻐하는 함성에 놀라 뒤늦게 소리 질렀다. 달려가 응원단들도 일일이 껴안고 하이파이브를 했다. 끝났구나. 이겼구나. 미쳤구나. 아자아자아자. 그리고 승리와 함께 나의 하위부수 시절이 함께 지나가버렸다.
이제 상위부수가 되었다. 탁구대회는 으레 1부부터 6부까지가 상위부수, 7부와 8부가 하위부수로 나뉜다. (작년에는 1부부터 5부까지, 그리고 6부와 7부로 나뉘었었다) 상위부수와 하위 부수는 다른 날에 치러진다. 보통의 구장 리그전도 6부까지 상위부수로 구분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5부였지만 지난 연말에 전부수 1 부씩 하향했다. 그래서 작년의 5부가 올해는 6부다. 나는 6부가 되었다. 작년에 세 번째 대회인 산청 대회에서 승급하고 1년여 만에 두 번째 승급을 이뤘다.
이제 다시 도전자의 입장이 되었다. 상위부수 대회에 가면 나는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초보가 된다. 그래도 좋다. 또 올라가면 되는 것. 탁구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이뤄낸 쾌거. 여기서 막힌다 해도 괜찮다. 꾸준히 정진하다 보면 길이 보일 테니까.
이제 다시 승점을 쌓아 승급을 목표로 달려보고 싶은 마음.
지난 주말, 남해 대회를 다녀와 기쁜 마음에 기록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