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 사람은 잠들어버렸다

이건 내 피가 아니야.

by 머피


거꾸로 보는 암호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텅 비워졌다.

'내가 대체 왜 여기 있는 거야?'라는 생각이 소용돌이처럼 계속 되풀이해 머릿속에서 부풀었다. 그때, 아까 그 여자의 소름 돋는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범인은...? 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

.

.

하지만 정신을 잃기 직전,

현실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날카로운 휭! 소리와 함께 내 손에서 피의 비릿한 냄새가 전해졌다.

'이건 내가 피가 아니야'라는 생각이... 내가 살아 있었을 때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나는

.

.

.

범인이었다. 아니, 지금부터 범인이 될 것이다. 내가 손을 뻗자, 앞으로 앞으로 소름 돋는 기운이 퍼져나가고... 결국 나는 한 명의, 그러니까 이승에서 사는 인간으로서의 존재가 아닌, 저승에서 죽어가는 한 괴물이 된 것이다. 사실 내가 누구인지도 기억 못 한다. 그저 새빨간 복도와 '그'계단이 눈앞에 아른거리며 나를 잡아당기려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노래를 부른다. 가만히 내 눈앞에 보이는 소름 끼치는 것들을 보며, 물음표? 하고 정체를 감출 거니? 그렇게 계속 '죽은 새'를 떠나보낼 거니? 마음대로 해, 어차피 너는 범인이니까. 생각대로 해. 어차피 너는 괴물이니까. 빨간빛을 띠고서. 그렇게 홀려 본능으로만 살아가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할게. 물음표? 하고 정체를 감출 거니? 범인은? 야!




-작가의 토막 후기-

이거 쓰느라 중반 부분에 정신 나갈 것 같았습니다.

주제를 갑자기 '범인'과 '괴물'로 바꿔버리기, 중2병이 느껴지지만 저는 재밌었습니다. (오랜만에 쓰는 이런 소설... 그래, 1년 전 그때의 느낌을 느껴보고 싶어!)

어쨌든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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