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면 목욕탕에 간다.
아내와 딸 둘이서만 간다. 나는 처자식을 차에 태워서 목욕탕 앞에 내려주고는 (같이 내리지 않고) 그대로 운동하는 장소로 차를 몰고 간다. 그게 우리 가족 목요일 저녁의 패턴이다.
지난 목요일에도 나는 아내의 퇴근시간에 맞춰 데리러 갔다. 6시가 넘으니 벌써 어둡다. 건너편에 아내가 나타나 뒷좌석에 탔다. 운전석 옆자리에는 이것저것 올려둔 게 많아서 오래전부터 아내는 뒷좌석에만 탔다. 아내가 운전석 대각으로 앉으면 운전석 뒷자리에는 딸이 탄다. 늘 그랬다. 오늘도 아내를 태우고 진양교를 건너 집에 가는 길 도착할 즈음 딸이 내려왔다. 그리고는 쪼르륵 차 뒤를 돌아 내 뒤에 탔다. 나는 이들을 태우고 에나교를 건너 탑마트를 지나 목욕탕에 다다랐다.
비상 깜빡이 버튼을 누르고 목욕탕 입구에 세웠다. 그러자 별안간 아내가 뭔가를 쓱 내밀었다. 나는 뭔가 하고 돌아보니 아내가 내 얼굴을 보고는 "아놔~ 나 또 이러네"라면서 웃었다. 내가 보니 내민 손에는 카드가 들려있었다.
아내는 왕왕 택시를 탄다. 택시를 타고서 내릴 때면 폰케이스에서 카드를 꺼내 내민다. 그게 일상화되다 보니 뒷자리에서 잠시 정차한 차에서 내리는 상황이 겹쳐 순간 택시를 탄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엄마~ 택시가 아니에요. 아빠라구요."
아내가 주섬주섬 카드를 도로 집어넣는 와중에 우리 가족은 빵 터져서 와하하 웃었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당신이 택시기사처럼 자꾸 다른 말을 시키니까 그러잖아~"
"ㅎㅎㅎㅎ 왜 도로 넣어? 결제해줄게요. 손님!"
벌써 두 번째다. 목요일만 되면 아내는 내게 카드를 내민다. 결제해 달라고. 패턴화 된 일상에 무의식으로 사는 지점. 어느새 중년의 부부.
목요일이면 나는 목욕탕에 태워다 주는 택시기사가 된다.
*2023년 3월호 좋은생각에 수록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