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머피 Dec 15. 2022

넌 귀여운 강아지가 아니란다

큰 개가 껑충껑충 달려들었다.



어제 일어난 일이다.


마곡 막골. 마곡마을 옆 골짜기 깊숙한 곳이라 하여 '막골'이라 부른다. 막골에 사는 재민이. 아침에 재민이가 스쿨버스를 타는데 큰 개가 껑충껑충 뛰어오르며 재민이의 얼굴을 핥았다. 녀석, 큰 개를 무서워하지도 않는구나, 하고 나는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주변에 고양이나 작은 개를 귀여워하던 재민이. 동물이랑 정답게 지내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부러웠다.

그런데 어제 아침 그 큰 개는 처음 보는 놈이었다. 얼마나 큰지 흡사 송아지 같았다. 송아지 같은 놈이 개의 탈을 쓰고 까불었다. 놈은 재민이 곁에서 껑충 껑충이 아니라 겅~충 겅~충 뛰었다. 워낙에 덩치가 커 뛰는 속도가 느릿느릿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재민이 옆에서 겅충겅충 날뛰었다. 놈이 재민이에게 다가가더니 재민이 가슴을 딛고 일어섰다. 두 앞발을 들어 재민이의 어깨에 척 걸쳤다. 그러고는 재민이의 얼굴에 제 얼굴을 부비부비 하는 게 아닌가. 큰 놈이 뭐가 좋다고 저리 부대끼나? 재민이는 싫어하잖아? 재민이가 그다지 무서워하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다소 부담스럽다는 동작으로 차에 올랐다. 오르는 중 놈이 어울리며 같이 탈까 싶어 불안했다. 다행히 재민이만 타고 놈은 타지 않았다. 나는 놈이 재민이가 차에 오를 때 붙어있다가 행여나 차 문에 끼일까 싶어 불안했다. 내가 말했다.


"저렇게나 큰 개가 동네를 자유롭게 다니네요?"


"그러게요, 재민아~ 저 개 어디서 왔니?"


보호탑승자 선생님이 재민이에게 물었다. 재민이는


"저기 절에서 사는 개예요, 너무 무서워요, 아까 손등도 긁혔어요"


라고 답했다. 겉으로는 그리 무서워하지 않더니 속으로는 그게 아니었다. 재민이 집 옆에는 '은적사'라고 유명한 사찰이 있다. 아무튼 무사히 재민이를 태워 마을을 돌아 나왔다. 그리고

.

.

.

하굣길에 다시 마곡마을, 막골 깊숙이 들어갔다. 재민이가 내리는 지점 수풀 속에 놈이 숨어있었다. 내가 하차 문을 열자 재민이가 내리려다가 "앗! 저 개가 저기 있어요"라고 소리쳤다. 나는 얼른 문을 닫고 차를 돌렸다. 놈은 스쿨버스 주변에서 어정거렸다. 재민이가 내릴 때를 엿보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차를 돌려 후진으로 재민이 집 가까이 갔다. 최대한 집 가까이 차를 가져가 재민이가 재빨리 집 대문 안으로 뛰어가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허나 놈은 여전히 차 뒤편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떨어지지 않았다. 어떡하나~고민하는데 보호탑승자 선생님이 빗자루를 손에 쥐고


"재민아~내려! 내가 빗자루로 엄호할게"


라고 말하더니 차문을 열어달라 손짓하였다. 재민이와 선생님이 내렸다. 선생님은 빗자루로 "훠이~훠이~" 하면서 놈을 몰았고 그 뒤 틈으로 재민이가 쪼르륵 집으로 들어갔다. 선생님은 뒷걸음질로 차에 올라타 "어서 문 닫으세요"라고 소리쳤다. 나는 문 닫는 스위치를 눌렀고 삐~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아~ 믿을 수 없는 일이... 문이 닫히는데 그 짧은 찰나 놈이 점프하여 차 안에 들어와 버렸다. 차 문이 닫히는 순간 그리고 선생님이 빗자루를 거두고 자리에 앉는 순간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다. 놈은 차 안에 들어와 큰 덩치로 후다닥 정처 없이 타닥거리는 발걸음과 함께 내게로 돌진했다. 큰 입을 벌려 이가 하얗게 반짝이는데 아아~ 소름 끼쳐서 나는 고개를 왼쪽으로 돌린 채 "으아악!" 소리쳤다. 아니 왜 내게? 지금 뒷 문은 닫힌 상태다. 놈을 어떻게 내보내지? 생각하는 중에도 놈은 내 오른쪽 어깨와 무릎 위 그리고 얼굴을 부대끼며 파닥거렸다. 너무 크잖아? 나는 감히 놈의 큰 얼굴을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눈을 질끈 감고 놈과의 접촉, 다양한 감촉에 질색하고 있었다. 부비부비~ 타닥타닥~ 날름 날름~ 그만 좀, 아아~ 도저히 못 견디겠다. 너무 싫어~~ 나는 왼손으로 운전석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놈을 운전석 문으로 내보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안전벨트를 미처 풀지 못하고 내려서는 바람에 나는 옴짝달싹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운전석 문이 열리고 내가 내려서니 놈도 따라 내리려고 바둥거리며 전진했다. 그러나 내가 막아서는 형국이라 놈은 핸들과 운전석 사이에 끼였고 나는 내려서서 안전벨트에 묶여 우리는 다시 부비부비 하며 서로의 감촉을 느꼈다. 부비부비~ 타닥타닥~ 날름 날름~ 이건 지옥이다. 왜 갑자기 지옥에? 요 근래 하굣길에 그리 하품이 나더니 졸음을 싹 달아나게 하려고 그러시는 걸까? 하굣길에 안전 운전하게 하려고? 나는 그리 생각하였다. 평소 작은 개도 무서워하는 나인데 이렇게도 큰 개라니? 뜬금없이 제게 왜 이러시나이까? 저는 아주아주 작은 개도 징그러워하고 무서워한단 말이에요. 평소에는 그저 내가 서 있으니 개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구부정 얼굴 거리를 좁히지 않으니 안 무서운 척 버티는 거라고요. 그런데 지금처럼 운전석에 앉아 내 얼굴 위치에서 놈의 얼굴이 같은 높이 같은 선상에서 마주치게 하다니요? 그리고 제가 운전석에서 내려서서 바라보는 얼굴 위치에서 운전석에서 바둥거리는 놈의 얼굴이 또다시 같은 선상에서 부대끼게 하냐고요? 놈은 침을 질질 흘리며 제 얼굴로 내 얼굴을 마구 비벼댔다. 부비부비~ 날름 날름~ 나는 목청껏 비명을 질렀다.


"으악~으악~제발 어떻게 해주세요. 제발 어떻게~~~~"


정신 차리자. 놈은 아직 운전석에서 바깥으로 나오려고 버둥거렸고 나는 온전히 내 얼굴로 놈의 바둥거림을 다 감당하고 있다. 안전벨트가 묶여서 나는 비켜주지 못한단다 얘야~ 지옥이 있다면 바로 여기일까? 나는 왜 어쩌자고 여기서 소리 지르고 있나?

"으아아아아악~~!"

마곡마을, 막골 골짜기 멀리멀리 나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잔인한 다툼 속에서 보호탑승자 선생님이 놈의 꼬리를 잡아당겼고 내게 "뒷문 열어주세요"라고 소리쳤다. 나는 지옥 속에서 허둥거리다 간신히 스위치를 눌렀다. 선생님은 빗자루로 놈을 후대 껴 밖으로 내보냈다. 이윽고 "차 문 닫아주세요"라는 말에 문 닫는 스위치를 눌렀다. 거의 동시에 나는 혹시라도 놈이 차를 한 바퀴 휙 돌아 앞문으로 돌진할까 싶어 얼른 차에 올라타 앞문을 닫았다. 하아~하아~ 하아~ 이게 무슨 꼴인가. 스쿨버스 안에서 한창 잠들어있던 아영이 채영이 시윤이 그리고 유치원생 하진이와 지훈이 모두 깨어있었다. 아영이가 말했다.


"선생님~그렇게나 무서웠어요?"


목이 칼칼했다. 마곡마을, 막골에 있는 수많은 나무, 풀, 짐승, 새, 흙, 곤충들 전부 놀랐을 터이다. 느닷없이 성인 남자, 그것도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어른이 목청껏 비명을 질러댔으니...


보호탑승자 선생님이 말했다.


"저 개가 암컷인가 봐요. 남자를 보고 막 달려드니... 오늘 악몽 꾸지 말고 잠드세요."


나는 말했다.


"선생님~~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얘들아~ 너네 오늘 집에 못 갈 뻔~한 거 알지?"


오늘 다시 나타났다~


매거진의 이전글 구불구불 지르밟아 가는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