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계획할 때
딸아이 여원이 이야기다. 여원이는 제주도에 가보지 못했다. 가보지 못하고 제주도에 관한 이야기만 들었다. 이번에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지금은 중학교 입학 전 대기하는 시간이다. 중학교 가기 전에 제주도 한번 데리고 가야 되지 않겠나, 라고 아내가 말했다. 지금뿐이다. 그 말에 그건 그렇지, 라고 대답했다. 곧장 항공권을 끊고 호텔을 예약하고 렌터카까지 알아봤다. 여차저차해서 주어진 시간은 고작 1박 2일. 너무나 짧다. 토요일 아침에 가서 일요일 점심때 돌아온다. 이렇게 짧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부모의 먹고살기가 벅차기 때문이다. 먹고살기가 벅차 주말을 벗어난 평일에 휴가 내기가 어렵다. 이것저것 고려하면 대체 언제나 갈 수 있겠니? 이것도 아내의 말이다. 그건 그렇지, 하며 나는 끄덕였다. 아득하다. 너무너무 짧다. 정말이지 맛보기 여행일 수밖에 없는 여정. 언젠가 여건이 되면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고프다. 그런 마음을 오랫동안 품고 있다. 한 달이 안되면 보름 살기. 보름이 안되면 일주일이라도 여유로이 살고 싶다. 그저 바람이다. 그래, 나처럼 이런 마음이 들게끔 충분한 시간. 씨앗의 탄생에 적당한 시간은 어쩌면 1박 2일이면 족하지 않을까?
제주공항에서 렌터카를 타고 서쪽 해안을 따라 서귀포 쪽으로 내려갈 것이다. 반나절 정도 여기저기 가볼 것이다. 그리고 호텔에 도착할 것이다. 호텔에 도착해 수영장에 갔다가 온천도 즐길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금방 지나가버리겠지. 맥주 한잔에 까무룩 잠이 들면 곧바로 이튿날이다. 조식을 먹고 돌아서면 다시 공항으로 가야 해. 아쉬움 가득 부산으로 날아가겠지. 부산에서 차 타고 진주로 돌아가는 길. 아~ 너무 짧다, 고 탄식할 것이다. 단 하룻밤이지만 제주의 정서를 느끼려 한다. 제주의 밤바다 차가운 공기를 맛보려 한다. 여원이에게 그런 느낌을 느끼게끔 해주고 싶다. 공유하고 싶다. 아직 어린 나의 딸아이. 이제 막 서정적인 감성이 꽃피는 시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러한 멈춤, 휴식, 여유를 전해주고 싶다. 앞만 보고 바쁘게 살지 말아라. 민들레 꽃씨처럼 두둥실 떠올라 바람을 타고 흐느적거리는 시선. 그제야 주위를 돌아보고 주변을 둘러보고 비로소 자신을 인식한다. 그에 반해 나는 아직 내 가까이 풍경을 보지 못하고 산다. 가까이는커녕 신기루 같은 먼 산만 본다. 희미하게 잘 보이지도 않는 먼 곳을 그리며 허우적대는 시간. 언제쯤이나 멈출 수 있을까. 멈추기 위해 가는 길. 그만 힘들어하렴. 그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 여원이. 아빠에겐 오직 꽃. 이제 막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 힘들 때면 떠나렴. 제주도 푸른 밤 여유가 떠다니는 곳으로.
가까이 보지 못하는 이가 가까이 보고 살아라 하는 바람을 가진다.
가족과 제주에 잘 다녀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