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루와 계란을 넣는다.
전날밤 불금에 딱히 뭐가 없었다 하더라도, 뭐를 마시지 않았다 하더라도 토요일 아침 콩나물국밥을 먹을 때면 크으~~ 하고 그냥 속이 풀리는 거다. 시원하게 해장되는 거다. "어제는 나만 마셨는데 자기도 어제 술 마셨어?" "안 마셨는데?" "근데 왜 술 마신 거처럼 속이 풀려?" "술 안 마셔도 해장이 되네. 콩나물국밥이잖아." "뭐래~" "지난 일주일 피로가 싹 풀리는 이 느낌, 몰라?" "웃겨~" "이 뜨끈뜨끈한 콩나물 국밥 한 그릇에 치열했던 일주일 피로가 다 풀리네." 간밤에 술은 아내만 마셨다. 아내는 술기운이 풀리는 건데 나는 뭐가 풀리는 걸까?
아내와 주로 같이 시키는 건 '김치 콩나물 국밥'이다.
김치 콩나물 국밥은 그냥 콩나물국밥보다 천 원이 더 비싸다. 그 천 원에 김치와 오징어 조각이 추가로 들어간다. 김치는 얼큰함을 더하고 오징어 조각은 쫄깃쫄깃 씹는 맛을 더한다. 일단 생계란을 깨 국밥 저 밑에 박아둔다. 콩나물을 덜어먹다가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때 숟가락을 들어 호호~ 불면서 밥과 국물을 함께 먹는다. 숟가락에는 간간이 김치가 들어가기도 하고 오징어조각이 얹히기도 한다. 한입 넣어 젓가락으로 깍두기를 집는다. 와그작와그작 부드럽게 씹힌다. 뜨거운 국밥에 차가운 깍두기가 입안을 중화시킨다. "여보~깍두기 좀 더 가져와." "응, 알았어 많이?" "응, 많이." 나는 깍두기를 잔뜩 덜어와 탁자 위에 놓는다. 우리는 다시금 국밥 먹는데 집중한다. 빨리 먹고 싶지만 말없이 가늠한다. 숟가락 가득 국밥을 뜨면 뜨거워서 절반가량 입안에 텁~ 넣더라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을 조절한다. 그러곤 얼른 깍두기로 고온의 임계점을 뚝 떨어뜨린다. 끝에 가서는 설 익은 게란을 조각내 야금야금 먹는다. 마지막 국물까지 쪼르륵 다 먹고 입맛을 다신다.
딸아이가 그려준 그림이 재밌다.
내가 콩나물 국밥을 좋아하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딸아이는 열심히 국밥집에 따라가 준다. 그리고 맛있게 먹는 아빠 엄마 모습을 본다.
아내와 나 그리고 딸아이까지 함께 콩나물 국밥을 먹는 토요일 아침.
그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가.
토요일 아침은 집안 대청소를 하는 날이다. 대략 한 시간 정도 열심히 청소한다. 거실과 방바닥 청소기를 밀고 물걸레도 민다. 화장실 청소를 하고 쓰레기 분리 정리를 한다. 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쯤 청소가 끝난다.
"자, 이제 콩나물 국밥 먹으러 감세~"
콩나물국밥이 다 비워지면 다시금 주말 일과가 진행된다. 콩나물 국밥을 먹기 전과 먹은 후는 다르다. 콩나물 국밥이 나오면 아내는 집에서 비닐에 가져온 김가루를 뿌리다. 계란을 깨 각기 국밥에 넣는다. 나는 숟가락을 들기 전 잠시간 콩나물 국밥을 응시한다.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뭐 해? 얼른 안 먹고? 감상하니?" "아빠, 표정이 바보 같아."
나만의 퇴폐로운 한때.
이 맛을 보기 위해 고단한 일주일 간신히 버텨왔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