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머피 May 22. 2024

사람을 쳤으면 말을 해야지

왜 잠들 때마다 그러니?


잠들 때면 꼭 아내를 치고 잠든다. 아내는 왜? 말을 해, 라며 기다리는데 곧 드르렁 코 고는 소리만 울린다.



툭!

응?

왜? 

무슨 일인데?

말을 해!

"......"

"드르렁~~~ 피유우우우우~~~"

"......"

뭐야?

또 이래?

사람을 쳐놓고 금방 잠드는 건 뭔데?

잠들 때마다 왜 자꾸 사람을 치는 건데?

뭔데 정말?

뭐 이리 빨리 잠들어?

코 좀 그만 골아.



검색해 보니 수면놀람증(수면 근대성 경련)이라고 한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얕은 수면에 빠져 깨어날 때면 순간 움찔거리거나 투둑 하고 옆 사람을 때리면서 깬다. 움찔거리며 잠들거나 아니면 깨어나거나 둘 중의 하나. 간질이거나 틱 장애일 수도. 과한 긴장,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면 생기는 증상. 나이 든 현상 중 하나.


나는 잠들 때 옆에 누운 아내 옆구리를 툭! 하고 친다. 

아내는 왜?라고 묻는데 내 대답은 "드르렁~피유우~"이다. 그러면 아내는 또 시작이네, 일찍도 잠드네 하면서 뒤늦게 잠을 청한다. 내 코 고는 소리가 잦아들거나 간격이 길어지는 찰나 잠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몇 시간이고 뒤척이게 된다. 나는 일정한 박자로 코 골다가도 이따금 엇박자로 사람 간을 뒤집어놓는데, 드르렁 피유우, 드르렁 피유우~ 하다가 드르렁 읍, 읍, 읍 하면서 피유우가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면 아내는 이거 뭐야? 코 막혔나? 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우면 그제야 뒤늦게 피유우우우~~ 가 터져 나온다. 아이 뭐야? 놀랐잖아? 하면서 아내는 저 혼자 등 돌려 눕는다. 

나는 다시금 아내의 관심을 끌어들인다. 드르렁~ 읍, 읍, 읍! 드르렁~ 이렇게 부자연스러운 코골이로 아내의 애간장을 다 녹인다. 야! 뭐 하니? 숨 쉬어라! 하면서 아내가 내 머리통을 툭 치면 피유우우우~~ 하고 숨소리가 터져 나온다. 아이, 이 인간 때문에 날밤새겠네 하면서 아내는 베개로 귀를 막는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드르렁 읍 읍 읍 하며 귓가에 울린 코골이 소리에 번쩍 잠 깬다. 방금 뭐지? 내가 왜 깼지? 무슨 소리가 나긴 했는데? 아, 맞다, 드르렁 소리의 울림. 코골이가 막혔구나. 내 코골이에 놀라 깼구나 하고 한참 생각 끝에 깨닫는다. 어떨 때는 자다가 깬 건지도 모르고 아직 잠들지 못하고 생각의 바다에 빠져있구나, 뒤척이는구나라고 자각하는데 아내가 무슨 말을 한다든지, 돌아눕는다든지 할 때 "잠 좀 자자!"라고 내가 호통 칠 때도 있다. 가만 돌이켜보면 본인의 코골이에 잠시 깬 건데도 처음부터 잠들지 못했다는 피해의식, 망상에 빠져 말한 것이다. 아내는 어이없어하고 나는 어딘가 당당하고. 



코 좀 그만 골지?

양심이 있냐?

"......"

툭!

아쭈, 사람을 또 치노?

설마 깼는데 자는 척하는 거?

다 안다.

"드르렁~~~ 피유우우우우~~~"

"......"

뭐야?

장난해?

"드르렁~~~ 읍, 읍, 읍~!"


지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