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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피 Jun 28. 2020

아침 수면이 물고기 비늘을 닮았다

알람보다 일찍 깬다.

아침에 보는 남해 바다





알람보다 일찍 일어난다. 


알람은 라디오가 켜지는 방식인데 정작 라디오를 들어본 게 언제인가. 언제인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숙면에 빠져 한창 꿈꾸던 중 라디오를 듣고 싶은 바람. 나는 왜 알람을 듣지 못하는가. 깊이 잠들 수 없는 이유. 무엇이 그리 만드나. 나이가 들어서 그럴까. 아니면 불안하기 때문에? 대체 뭐가 그리도 불안하나. 가만 그러고 보니 불안은 늘 가슴속 깊은 곳에 웅크려 있었구나. 그래서 언제든 반응할 수 있게 스탠바이 상태를 만든다. 바로 이거다. 불안을 만드는 강박. 강박은 나이를 먹을수록 흐르는 피에 섞여 온몸을 활주 하여서 심장에 돌아올 때 비로소 나만의 관념이 된다. 


자던 중 깨어 언뜻 스치는 불쾌한 기분. 


그런 기분이 그립다. 아이는 자다가 깨면 울면서 조금만 더, 오 분만 더, 좀 더 잘 방법은 없나 궁리한다. 커가면서 불쾌함은 줄어들었다. 마치 내 잠이 우선이었다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은, 나보다는 약속이 우선이다. 나보다는 주변이 우선이고 나보다는 지켜보는 이가 우선이게 되는, 그런 거 아닐까? 나이 들어서 아침잠이 없는 것이란, 뭐 그런 류일 것이다. 나보다는 자식 걱정 가족 걱정 사는 걱정, 이번 달은 얼마간 이대로 무사히 잘 넘기면 된다. 다음 달은 어쩌나 내년에는 어떡하지, 갖은 걱정에 잠 못 자는 날이 달려온다. 어떻게 달려올까, 그건 이렇게 달려온다. 잘 자는데 뭐야? 짜증은 0.1초로 그치고 곧바로 큰일 났다는 긴장감이 덮쳐온다. 긴장은 벼락같은 힘을 주어 몸을 벌떡 일으키게 한다. 후다닥 화장실로 달려가 치카하고 세수하고 머리에 물만 묻히고는 바르고 입는다. 늦으면 안 돼. 수많은 시행착오 속 실수를 피하고자 얼마나 큰 부담을 지는가. 미리 알아서 일찍 누워서 피로를 조정한다. 출근이 없는 전날 밤이면 몸이 알아서 긴장을 푼다. 그런데도 같은 시각 눈이 떠진다. 억울하다. 아무튼 대문을 나서면 커피가 넘쳐날까 으차차 조심조심 살며시 대문을 닫는다. 지하로 내려가 시동을 건다. 얼마간 핸드폰을 보면서 예열되기를 기다린다. 내 차 주변으로는 늘 이중주차가 되어있다. 내가 만만하니? 살금살금 차를 비틀어 주차장을 나선다.




사진은 평일에 찍었다. 


시작되는 운전. 이른 출근에 도로는 한적하다. 어느 지점부터는 내내 혼자만의 시간이다. 혼자 풍경을 독점한다. 바다가 참 예쁘다. 하늘에 저만치 구름을 본다. 밤 구름이 아침 구름에 급히 쫓기는 형상이다. 저 하늘을 또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바다는 어떨까. 문득 궁금하다.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차를 세워두고 후다닥 바닷가로 달려가 사진을 찍었다. 이제 막 밝아지는 하늘에 비해 수면과 갯벌은 아직 까맣다. 


수면이 물고기 비늘을 닮았다. 물아래 물고기가 가득할까. 간밤에 깊이 푹 잠자느라 제 비늘이 둥둥 떠오른 것도 잊었나 보다. 물고기 비늘은 수면을 이룬다. 


이따가 물고기들이 일어나면 파도가 시작될 터다. 파도가 치면 땅이 일어나 나무가 깨고 수풀이 인사한다. 인사받은 풍경은 사람들과 섞여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는 라디오를 통해 들려온다. 나는 라디오 듣기를 기다린다. 알람이 그리운 일요일 아침. 내일을 대비해 미리 알람을 맞춘다. 


라디오야! 다음 주는 말이야. 한 번이라도 좋으니 너의 이야기를 들려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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