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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피 Jul 07. 2020

달리는데 춥네

여름이지만 추울 때가 있다.

                                                                                                                                                                                                                                                                                                                                                                                       

가로등에 불이 켜진다






어라? 


춥다. 왜 춥지? 저녁이라서? 여름인데? 바람이 분다. 자전거를 타는데 팔에 와 닿는 감촉이 차가워. 빗방울이 날린다. 아직 누구도 맞지 않은 것 같은 빗방울이 분명 내린다. 문득 핸들을 잡은 팔이 가늘어 보인다. 피부가 오돌토돌. 반소매 아래 고스란히 드러나 숨을 데도 없다. 속도가 이렇게나 빠른데 거뜬히 지켜줄 수 있을까. 핸들이 확 꺾어지거나 재껴지는 사고에서, 바닥에 돌을 보지 못하고 타이어가 밟거나 혹은 어떤 여타 요인에 의해 얼마든지 넘어질 수 있는 확률을 방지할 수 있을까. 뒹구는 불상사로부터. 


나는 핸들을 붙잡은 두 팔에게서 시선을 거둠으로 슬며시 신뢰를 부여한다. 자전거 도로가 고정된 도화지라면 팔은 움직이는 붓이다. 붓이 옆으로 갈팡질팡 흔들린다. 불안하다. 곧 비가 쏴~ 하고 내릴 것만 같은 저녁. 구름이 새까맣게 변하는 시각. 가로등이 하나둘 켜진다. 바람이 차다. 그러고 보니 길 위의 몇몇은 바람막이를 입었다. 알고 있었구나. 그러면 나만 반소매인가? 아니다. 나처럼 반소매 차림은 많아. 저들도 모두 서로를 보면서 추위를 느낀다. 으스스한 기운이 얇은 소매를 통과하여 겨드랑이를 타고 몸통으로 들이친다. 배가 찹찹하다. 이토록 차가운데 차갑다는 통증은 언제나 올까. 나만 느끼는 게 아냐. 내가 느끼는 걸 너도 느끼잖아. 나만큼 너도 추워. 이걸 견뎌 내는 거니? 이토록 서린 것을, 아픈 것을, 무거운 것을, 너도? 그래서 괜찮은 거라 암시하지만, 그런데 왜 이렇게 힘들지? 몸이 안 좋나? 어쩌면 같은 거라도 몇 배나 더 추위를 타는지도 몰라. 음, 아니야, 아직 아니다. 난 아직 괜찮아. 아직 한창때라고. 아직.




아니다. 8월이 오면 해 지는 시각이 빨라질 터다. 광복절이 지난 어느 아침 서늘한 기운이 휭 불어오면 위기가 닥친다. 9월이면 축제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10월이면 축제가 시작되고 11월이면 정신없이 겨울을 준비한다. 12월이면 모두 잠들어버린다. 아직 40대니까 괜찮다. 사람을 사귀기에 기회가 있다. 아직 해지기 전 7시 30분이라서 괜찮아. 하늘이 어둑어둑. 아직 사람들 얼굴이 많이 보여서 괜찮다. 거리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기억이 나고 추억이 떠올라서 괜찮다. 아직 남아있는 이들을 헤아릴 때가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겪고 접할 때다. 아직은 아냐. 가늠하지 말자. 아직 7월이잖아. 여름은 이제 시작이라고. 늦지 않았어. 찬 바람이 불기 전까지 나는 좀 더 누비고 다닐 테다. 정리할 때가 아냐. 달리자.

 

앞으로, 쭉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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