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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얀갓 Jun 22. 2021

휘둘리지 않을 것

단지 정신승리하려는 것은 아닌

분명 코로나로 만나는 사람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에 휩쓸리기는  좋은 때가 되었다. 다른 이들의 소식을 뉴스나 sns로만 접하다 보니 누군가는 집을 사서 시세차익을 남기고 누군가는    갖지 못해 벼락 거지가 되었다고 실컷 떠들어대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어디에 속하나 생각해보니 무주택에 벼락 거지가  쪽이다. 돈이 돈을 낳는다고 현금 1억조차 갖지 못한 나는 지금 전세 살고 있는 집조차  능력이  된다.  수도 없으면서 전셋집 시세를 가끔씩 찾아보곤 하는데 6개월  4 3천이었던 것이 어제 확인해보니 5 7천이다. 경기도의 30 묵은 19평짜리 아파트가 말이다.


글렀구나, 나는 이제 글렀어. 하면서 한탄하다 보면 불현듯 속이 끓어오른다. 난 왜 집을 갖지 못하나 생각하다 보니 원망이 부모에게까지 닿았다. 가진 집에서 가진 자식 나는 거지. 이게 다 가난한 엄마 아빠 탓이다. 하는 못난 생각까지 했다.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주체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자 책을 펼쳐 들게 됐다. 독일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한 철학자가 내게 말했다. '네 화는 다름 아닌 두려움'이라고. 남들에게 뒤처질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었다. 결국 남과 비교하는 마음 때문에 끓는 화를 주체할 수 없게 된 거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자 끓어오르던 마음이 착 가라앉았다. 다 걷어내고 생각해보니 지금 당장 내게 부족한 거라곤 아침잠 정도였다. 별로 일찍 일어나지도 않지만 출근하려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하니까. 그 외에 먹는 것, 입는 것, 몸 뉘일 곳, 보고 싶은 사람까지, 내겐 다 있었다. 풍요로운 삶이다. 욕심을 걷어내면 되는 것인데 뉴스에 휘둘리는 와중에는 그것이 보이지가 않는다. 그렇다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귀 닫고 살 수는 없으니 내가 해야 할 일은 중심을 잡고 서서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오늘 김영하 작가의 인사이트 3부작 <보다, 읽다, 말하다>를 펼쳐 들었다. 그는 설국열차의 머리칸과 꼬리칸 승객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읽다 보니 머리칸과 꼬리칸에 탄 사람이 지닌 차등(꼬리칸은 바퀴벌레를 먹고 머리칸은 제대로 된 요릴 먹는다든가 하는)은 별 문제가 안 되었다. 결국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더 중요해 보였다. 자신의 세상을 규정할 줄 아는 힘이 있어야 한다. 정신승리라기보다는 그가 알고 있는 세상이 그의 전부를 규정하므로 생각할 줄 아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유'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게끔 세상을 알아볼 자유가 더 필요하다. 멋대로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쓰다 보니까 의식의 흐름이 되어 또 제대로 정돈되지 않는데, 이렇게 남겨 두기라도 해야 나중에라도 다시 정리를 할 테니 그냥 이대로 발행한다. 1장, 김영하 작가의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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