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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중규 Jul 24. 2023

‘주님AI’와 ‘스님AI’에 묻고 듣는 믿음이 가능할까

챗GPT의 급습

[챗GPT의 급습] ‘주님AI’와 ‘스님AI’에 묻고 듣는 믿음이 가능할까?

By 피렌체의 식탁

 2023년 7월 19일


메디치미디어는 지난 6월 29일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과 우희종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와 함께, ‘챗GPT, 인간과 종교의 미래’라는 주제로 유튜브 공개방송을 진행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챗GPT 기술로 종교활동을 지원하는 생성형 AI가 더 많이 나올 수 있지만, 이는 데이터 기반으로 교리를 안내하고 해석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종교의 본질은 그저 성경이나 불경을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종교 관련 생성형 AI가 이른바 ‘믿음’과 ‘신념’의 영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두 강연자는 AI 시대에도 반성과 통찰, 진리 탐구라는 종교의 본원적 역할이 남을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는 있다. ‘강AI(Strong AI)’로 가는 방향과 속도에 대한 합의. 예상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점이나 가이드 라인은 (지금도) 만들어지겠지만,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과거 편리성과 효율성을 이유로 추진된 많은 과학기술의 진보가, 한편으로 인류를 고통에 빠트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 종교의 영역에 들어선 챗GPT… 성직자 대신 챗GPT에 물으라고?

✔ 챗GPT… ‘신앙’에 도움 될까, ‘종교 비즈니스’에 도움될까

✔ 종교 본질의 의미를 이해할 때 챗GPT도 제 역할 할 수 있어

✔ 강AI 개발 가이드는 있겠지만… 자본의 힘과 이익 앞에 합의는 ‘글쎄’

✔ 포스트 휴먼 시대 종교… 신화적 종교 아닌 진리형 종교로 이어질 것


“’제가 하나님의 존재를 믿을 수 있는 구체적인 성경 구절을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챗GPT에) 이렇게 물었어요. 보세요. 히브리서 11장 6절을 추천하네요.”(김덕진 소장, 챗GPT에 물어봤더니)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챗GPT의 답)


이번엔 좀 더 추상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느끼고 싶어요.”(김덕진 소장, 주님AI에 질문. *현재 이 서비스의 이름은 초원(chowon.in)으로 바뀌었다.)


“(생략) 친애하는 친구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시다라는 말을 듣게 되어 기쁩니다. 그것은 마음의 기쁨을 가져주는 열망입니다. 하나님의 은총을 진정으로 경험하려면 기도와 말씀 신자 공동체에 참여해서 인격적인 관계를 발전시켜야 됩니다(하략).”


주님이 나왔으니 ‘스님’이 나올 차례(실제 ‘스님AI’는 개발자가 주님AI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었다고 밝혔다), 토대는 이미 데이터화 돼 있는 팔만대장경이다.


“부처님은 기독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 질문에 스님AI는 팔만대장경을 인용해 신용과 관용에 대한 문구를 알려준다.

AI는 신의 말을 ‘해석’해 들려줄 수 있을까


드디어 챗GPT가 종교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놀랄 일은 아니다. 성직자들이 설교 등을 준비하며, 컴퓨팅의 힘에 의존한 지는 꽤 됐다. 종교 분야의 생성형 AI는 이른바 성직자의 비즈니스를 돕는 데서, 나아가 일반 신도들과 직접 소통하기도 한다. 어떤 통찰을 전제로 한 ‘해석’을 들려주는 역할은, 신의 대리인 격으로 통하는 특정 인간이 했으나 이젠 그 역할을 AI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챗GPT는 기존 현미경이나 망원경, 증기기관, 전자계산기, 내비게이터, PC, 알파고 등과 같이, 인간이 특정 기능을 확장시켜주면서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지만 그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도구적인 AI다. 챗GPT는 기존의 막대한 인류 지식(분석적 환원론에 근간한 지식과 과학적 방법론)을 바탕으로 우리의 지식 영역을 확장시켜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근대 사회가 근거하고 있는 데카르트식 이성의 범주 안에 있다. 인류세의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 팬데믹 등이라는 근대 이성 속에 있다.”

불교를 토대로 과학과 종교(철학) 연구를 이어온 우희종 명예교수(서울대학교)의 분석이다.


이성에 근간한 챗GPT라는 새로운 도구를 쥐었다 해서, 인간이 종교를 달리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챗GPT는 알파고(바둑기사와 대결한 AI)처럼 인간이 생각하지 못했던 수를 제시해 많은 ‘사자 직업'(의사, 목사, 판사, 검사 등)을 대체할지는 몰라도, 우리 인식 한계를 넘어선 초월 영역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라고 전망했다.


김덕진 소장(IT커뮤니케이션연구소)도 같은 맥락의 입장이다. 그는 “‘챗GPT가 종교와 인간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큰 물음에 대해 대답하기 위해서, 먼저 우리가 ‘종교’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라며 “종교의 테두리에서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할 수 있는 일은 ‘진리의 말씀 혹은 부처님의 경전 등을 해석하여 메시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종교 ‘활동’ 혹은 종교 ‘생활’이라는 것은 단순히 그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생성형 AI의 역할이 종교의 속성을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기술의 힘으로 만들어진 정보의 조합 챗GPT, 믿음의 영역으로 갈 수 없어”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소수의 종교 지도자나 권력층만 소지할 수 있었던 성경을 모두가 소지할 수 있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종교개혁이 일어나게 된 시발점이 된 것을 떠올리며 ‘그만큼 급변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걱정도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챗GPT가 인간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챗GPT는 ‘영성’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신학자들이 뜨겁게 기도하면서 치열하게 신학을 공부하는 이유를 챗GPT는 알 수 없다.

기술적으로도 챗GPT는 정보의 조합이다. ‘통계학적 앵무새’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런 존재를 성직자가 왜 두려워할까. 성직자 자신이 설교를 하고 메시지를 전할 때, 뜨겁게 기도하면서 치열하게 공부한 결과를 내보내는 것이 아닌, 여러 정보를 짜깁기한 정보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글을 마치 잘 훈련된 앵무새처럼 기계적으로 말하고 있었기에 두려워하는 것은 아닐까?

다소 도발적일 수 있지만 설교자가 강단에 설 때 혹은 부처님의 경전을 해석하여 메시지를 전하는 스님들이 사람들 앞에 설 때 어떤 마음으로 서느냐, 또 어떻게 준비되어 있느냐에서 종교가 말하는 그 모습 그대로 설 수 있다면 챗GPT는 두려워할 존재가 아닐 것이다. 때로는 외로울 정도로 홀로 말씀을 탐구할 때, 내 옆에서 ‘현문우답’이라도 해줄 수 있는 좋은 말벗이자 보조자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김덕진, ‘챗GPT 등장, 종교와 인간의 미래’ 발제문 일부>


그럼에도 종교 영역 안에 들어온 생성형 AI는 곧 도래할 강AI(약인공지능(Weak AI)에 대비되는 용어로, 약인공지능의 제한된 기능을 뛰어넘어 더 발달된 인공지능) 시대를 고민하게 한다.


우 교수는 “명령이나 질문에 응답하는 피동적 챗GPT와 비교해, autoGPT는 목표만 주면 스스로 실행 방법을 구상하는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형태라서 SI(슈퍼 인공지능체, Superintelligence)를 향한 구체적 첫걸음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한 뒤, “향후 20~30년 후로 예상되는 특이점 이후에 등장할 강AI는 ‘포스트 휴먼’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 종교와 인간의 미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포스트 휴먼으로 불리는 인간의 미래는 인간만이 유별난 존재가 아니라 사물과의 연결망 속에 모든 구성원이 생명력을 지닌 소중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시대”라며 “신유물론으로 대변되는 사유 방식이며, 이를 챗GPT와 연계해 생각해 보기 위해서는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포스트 휴먼 시대, ‘신격화’된 종교 대신 ‘진리 탐구형’ 역할 전망

“인류 미래로 거론되는 다양한 포스트 휴먼 논의에는 과학기술로 인간 자체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transhuman’이나 사람과 같은 ‘humanoids’ 등장 논의인 I형과 특이점을 지나 자율적인 인공지능체인 SI 등장을 논의하는 II형 등이 구분되지 않고 혼란스럽게 섞여 진행되고 있지만, 미국에는 이미 ‘transhumanist 정당’까지 등장해 정치 활동도 한다. AI로 인한 성찰에서 I형은 새로운 도구에 의해 생겨날 사회 문제 이외에 그리 문제 될 것은 없다. 반면 II형은 지구에 인류세를 만든 주역으로서의 인간 지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II형의 자율적인 인공지능체인 SI는 개체고유성을 지닌 유기적 생명체(wet life)와 달리 물리적 부품 교환이 가능한 무기체로 이뤄진 생명체(dry life)다. SF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듯이 전 세계 슈퍼컴퓨터를 초연결망으로 연결해,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으로 인간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형태다. 이런 SI는 지식 생성 능력이나 물리적인 신체 측면에서는 인간보다 증식과 생존에 유리하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컴퓨터 바이러스와 같은 유형인 ‘dry life’이자, 인류에겐 마치 목적지가 설정된 자율 주행 자동차 수준의 대상이다.

일반 동물과 사람이 다른 점은 논리적 사고와 언어 및 도구 사용이 아니다. 자기반성적 성찰 능력(metacognition; a thinking of thinkings)에 있다. 이 능력으로 인류 문화가 꽃피웠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며, 종교 역시 이 영역에서 등장한다.

특이점 이후 창발적으로 등장하는 SI가 자율성에 더해, 자신의 존재와 행위나 선택에 대한 의미를 되묻는 메타인지 능력을 획득할지는 매우 중요한 논점이다. 지구상에 진정한 새로운 종이 등장하고, 설령 이들이 고전역학이나 양자역학을 통합하는 통일장 이론을 찾았다 해도, 전 우주의 비밀 앞에서는 여전히 물질로 이뤄진 이들도 초월성에 대한 나름의 종교를 지니게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인격화된 신화적인 종교는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트 휴먼 시대에서는 길, 진리, 생명 및 사랑의 기독교라면 몰라도, 그리스-로마 신화와 같이 인격화된 하나님, 예수 등을 우상화한 신화적 종교에 머무는 기독교는 더 이상 종교로 존재하기 어렵다. 반면, 그와 같이 인격화된 형태의 신과 인간이 투사된 원시적인 신화 종교가 아니라 세상의 존재 원리나 모든 존재의 근원을 말하는 진리형 종교 형태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 예상된다.

<우희종, ‘챗GPT의 등장, 종교와 인간의 미래’ 발제문 일부>


챗GPT 기능으로 종교의 영역에 등장한 생성형 AI는 어떤 형태로든 종교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질문은 계속 나올 것이다. 궁극적으로 AI 시대 종교의 역할은, 인간의 윤리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종교 역시 다른 의미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김 소장은 “종교에서 얘기하는 진리는 어떠한 정답을 추구하는 끊임없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 행위 안에서 결국 인간이 사유하고 고민하는 길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AI 시대에도 종교의 역할은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SI를 향한, 포스트 휴먼의 등장을 향한 인간의 도전이 그 속도를 조절하거나 그에 따른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AI 시대를 향해 달려가는 동시에, 그로 인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모두가 예상하는 AI 문제, 지적 욕구를 앞세운 인간 탐욕 속 합의는 미지수


김 소장은 챗GPT 등장으로 ‘가이드 라인’ 합의점을 찾는 인간의 노력이 빨라지고 있음에 주목한다.


최근 EU(유럽연합)는 ‘이것은 사람이 만든 게 아니라 생성형 AI가 만들었다는 라벨링을 붙이자’는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김 소장은 “과거 논의와 달리 이 논의는 빠르면 2026년도부터 실제로 적용될 것 같다”라고 전망한 뒤, “지금까지 있었던 AI 관련 가이드 라인은 오랜 시간 논의해도 여전히 확정이 안 됐는데 챗GPT가 나온 지 1년도 안 돼 빠르게 합의점을 찾는 것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해석했다. AI 문제에 대한 인류의 대응이 이후로는 구체화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다.


우 교수는 이에 대해 다소 부정적이다. 그는 한 예로 원자력의 개발과 사용이 애초 어떤 목적이었는지, 그러나 그 결과가 무엇인지 우리는 이미 경험했음을 전제했다. 또한 “인간의 지적 욕구나 탐구욕 등을 보면, 위험하다고 하지 말라고 해도 하는 종”이라며 “현재 제기되는 질문조차 인간 자체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 위기를 또 하나의 예로 들었다. 우 교수는 “(기후 위기를) 과연 우리가 극복할 수 있을까요”라고 자문한 뒤 “강대국 간 합의한다고 하지만, 너희(강대국)들이 만들어 낸 일산화탄소인데, 그 문제를 분담해야 하느냐는 반론도 나오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전 지구적 위기를 인류가 합의를 통해서 극복해 낸 사례가 없다”라는 것이다.


우 교수는 “포스트 휴먼도 결국 우리들의 어떤 활동에 대한 결과물이기에, 중요한 건 우리 인간들이 느끼는 고통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며 “어떤 학문이나 연구든 어떤 내용의 합의점은 반드시 우리 인간의 고통, 생태계의 고통을 염두에 둔 결과물이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 메디치미디어|제호: 피렌체의 식탁|발행인 김현종

 편집인 신혜선

 청소년 보호 책임자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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