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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중규 Aug 22. 2023

한미일 삼각동맹은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 / 정중규

 "586 설거지" 외친 ‘민주화운동동지회’ 결성의 의미

지난 8월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 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은 1919년 임시정부 때인가?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때인가? 건국절 논란으로 뜨거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습니다. 단순히 빼앗긴 국권을 되찾거나 과거의 왕정국가로 되돌아가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공산전체주의 국가가 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독립운동은 인류 전체의 관점에서도 보편적이고 정의로운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주권을 회복한 이후에는 공산 세력과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것으로, 그리고 산업 발전과 경제성장, 민주화로 이어졌습니다. 이제는 독립운동의 정신이 세계시민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위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기여를 다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의 비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조국의 자유와 독립, 그리고 보편적 가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던 선열들을 제대로 기억해야 합니다. 이분들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 국가 계속성의 요체요, 핵심입니다.”


건국절 논란 관련 두 입장 모두를 절묘하게 포섭하는 지혜로운 발언이었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행보는 그 길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경축사는 마침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앞둔 윤 대통령 자신의 다짐 같았다. 거기서 구상되어 향후 한미일 협력의 지속력 있는 지침이 될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과 한미일 협력의 비전과 그 이행방안을 담은 문서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Spirit of Camp David)’이 목적하는 바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근간을 둔 가치동맹인 까닭이다.

한미일 삼각동맹이 명실상부하게 완성되었다. 뉴욕타임스(NYT)의 표현대로 “미국의 오래된 외교적 꿈이 실현된” 것이다. 미국의 그 꿈은 이제껏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이른바 진보좌파정권 때는 물론이고 보수정권 때도 이루지 못했었다. 두 나라 사이의 과거사 때문이다. 심지어 일본 정부로부터 전후 배상금이나 차관을 받은 박정희 전두환 정권 때도 그것을 온전히 풀 수 없었다. 박근혜 정권 때는 클린턴 미 대통령이 나서 지소미아(GSOMIA)와 위안부 관련 양국 합의까지 끌어냈지만, 하필 박근혜 대통령의 친중 행보 때문에 온전한 결실을 맺지 못했었다.


그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단칼에 끊어버린 것이다. 말하자면 이번 한미일 3국 정상회의는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과거사 문제로 껄끄러웠던 한국과 일본 사이의 관계 개선 덕분에 가능했는데, 그를 주도한 것이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국가라는 30-50클럽 7개국에 한미일 모두 속해 있는 데다, 세계 GDP의 32%를 차지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한미일 3국이 전체주의 국가 북·중·러에 대응해 세계질서 구획을 아주 선명하게 그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그리는 세계시민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위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기여를 다 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의 비전으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것이다. “3국의 안보·경제 협력의 역사는 한미일 정상회의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라는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의 주장은 결코 지나친 바가 아닌 것이다.

지난 8월 15일 오전 서울시의회 앞에서 민주화운동 동지회 결성식에서 참가자들이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런 윤석열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에 호응이라도 하듯 의미 있는 모임이 결성되었다. 과거의 ‘민주화 투사’들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反대한민국 세력에 맞서고 특히 ‘586 운동권’ 역사관을 설거지하겠다”고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지난 8월 15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거행된 ‘민주화운동 동지회’ 결성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타락한 운동권 세력, 진보라는 간판을 내세우지만, 권력(이권) 챙기기에 날 새는 줄 모르는 거짓 진보세력, 민주화운동 시기 한 때는 동지였지만 권력(이권)의 맛을 본 뒤부턴 민주화운동 할 때의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그 꿈마저 배신해 이젠 타도 대상으로 전락한 정치권의 그 ‘586 오물통’을 설거지해 제대로 된 나라를 다시 만들자는 결의를 보였다.


이들은 “지난 정권의 무능과 일탈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민주화운동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자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라며 “우리가 젊은 시절 벌였던 잔치판을 설거지하여 다음 세대가 새 잔치를 벌일 수 있도록 먼저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 남긴 反대한민국적인 역사 인식부터 치우자”고 호소했다. 이들은 또 “우리나라 정당 정치와 의회민주주의가 근래에 와서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데에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민주화운동 세력이 큰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며 “가짜 뉴스와 괴담이 난무하는 극단의 대결 이면에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이른바 ‘운동권 정치’가 내재되어 있는 건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이날 결성된 ‘민주화운동 동지회’는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으로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한 함운경 씨를 대표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 출신으로 ‘광우병 선동’에 앞장섰던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를 사무총장으로 588명이 동참하고 있다.

지난 8월 15일 결성식을 가진 민주화운동 동지회가 서울 성공회주교좌교회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실 인식은 ‘민주화운동 동지회’ 결성식과 같은 시간대에 제78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표된 윤석열 대통령의 경축사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올해는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자 한미동맹 체결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는 공산 침략에 맞서 유엔군과 함께 싸워 우리의 자유를 지키고, 그 후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산업화를 성공시켰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세우고 한미동맹을 구축한 지도자들의 현명한 결단과 국민들의 피와 땀 위에 대한민국은 세계가 놀랄 만한 성장과 번영을 이루어 낸 것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70년 동안 전체주의 체제와 억압 통치를 이어온 북한은 최악의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추구한 대한민국과 공산전체주의를 선택한 북한의 극명한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이러한 반국가세력들의 준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사회가 보장하는 법적 권리를 충분히 활용하여 자유사회를 교란시키고, 공격해 왔습니다. 이것이 전체주의 세력의 생존 방식입니다.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습니다. 우리는 결코 이러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됩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과 확신, 그리고 우리 모두 함께 힘을 모으는 연대의 정신이 중요합니다.”


이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이른바 진보좌파 진영 시민단체에서 과민반응을 보이며 대통령을 맹비난했는데, 우선 여기에서 ‘공산전체주의’가 다른 누구도 아닌 북한 김정은 정권을 콕 짚어 말한 것이라면, 그가 ‘종북 주사파’ 세력이 아니라면 굳이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예민하게 반응할 이유가 없다.

동남아 국가에서 북측 인사들과 접촉해 지령을 받고 활동한 혐의를 받는 경남진보연합 관계자들이 지난 1월 3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뿌리째 흔들려는 대남 공작이 적발된 간첩들은 물론 민노총을 향한 거리 집회 구호까지 지령 내려지는 등 엄연히 드러나고 있는 실정에서 ‘종북 주사파’ 세력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짓는 것은 절대 지나치지 않다. 오히려 헌법 수호자인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다시금 확인시킨 것에 그 의미가 있다.


국가란 무엇인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그 헌법적 가치요 존재 이유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남침 위협을 차단 억제할 안전장치로 안보 협의체를 제도화시킨 것은 의미가 있다.


정부는 ‘동북아판 쿼드(Quad)’라 하지만 사실상의 ‘동북아판 NATO’라 할 수 있는데, ‘전쟁 억제력’ 측면에서 NATO는 이미 유럽에서 그 위력이 확인된 바 있다. 소련(러시아)의 서유럽 침략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까지 70년 넘게 막아왔다. 그 바탕에서 서유럽의 전후 경제 부흥은 가능했다. 이런 삼각동맹이 한미일 vs 북중러 사이의 대결 구도를 강화해 제2의 냉전 시대를 열게 될지는 모른다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이 실전(열전)으로까지 나아가도록 하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승만 전 대통령

전쟁을 치르지 않는 것이 국가의 흥망성쇠에 얼마나 중요한 요인인지는,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대한민국의 지금 발전은 오로지 이승만 대통령이 6.25 직후인 1953년에 미국을 상대로 이끌어낸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70년간 전쟁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에 결실을 본 한미일 삼각동맹이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만 없이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은 이승만 대통령의 그 결단처럼 역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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