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들어 세 번째 열린 '민생토론회' 주제를 반도체로 잡고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경기 남부에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성공하려면 대규모 전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원전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경기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열린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 토론회에 참석해 "반도체 파운드리 라인을 하나 구축하는 데 1.3GW(기가와트)의 원전 1기가 필요하다. 인구 140만명의 대전이나 광주보다 전기를 더 많이 쓴다"며 "고품질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하고 원전은 이제 필수"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탈원전을 하면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을 포기해야 한다"며 "민생을 살찌우기 위해서라도 원전 산업은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올해 예산에 R&D를 줄여서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걱정하지 말라"며 "어디에다 돈을 투자하면 여러분이 마음껏 도전하고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지 저희가 연구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도 예산을 만들 때는 R&D 예산을 대폭 증액해 민생을 더 살찌우는 첨단 산업이 구축되도록 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R&D 예산이라는 게 연구자들에게 관행적으로 나눠 주기식으로 진행된 부분이 있었다. 효과적으로 투자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점검하라는 차원에서 조정된 것"이라며 "그런 것이 연구됐기 때문에 올해 예산을 짤 때는 증액을 해서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투자가 이뤄지게끔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나란히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매일경제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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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기 남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을 ‘전쟁’에 빗대 표현하며 총력 지원을 밝히고 나섰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 수출과 일자리를 비롯한 경제 전반에 걸쳐 가지는 절대적인 중요성을 고려한 것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986억달러로, 전체 수출 6327억달러의 15.6%를 차지했다. 단일 수출 품목 중 단연 가장 큰 규모다. 11년 연속으로 반도체는 한국 수출 1위 품목 자리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조792억달러의 3.9%인 662억달러가 반도체 생산으로 유발된 부가가치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지난해 반도체 산업 직접 취업자는 12만명이다. 관련 직종 취업자까지 포함하면 일자리 27만개가 반도체 산업에서 생겨났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유관 산업의 일자리로 연결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대만, 미국을 포함한 반도체 종주국들이 반도체 클러스터 육성에 사활을 걸었다. 각국이 반도체 산업을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지원하는 것은 전후방 가치사슬 연계와 기술·인재집약이 중요한 산업 특성상 클러스터 조성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대만의 TSMC 투자유치를 위한 최대 규모 보조금(12조원)을 지급하며 구마모토현을 ‘일본 반도체 산업 재건 클러스터’로 조성하고 있다. 대만은 기존의 TSMC 신주과학단지와 주변 지역을 묶어 ‘대(大) 실리콘밸리’를 조성 중이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CSA)을 통해 39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해 전 국토의 클러스터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이에 대항할 클러스터를 경기 남부에 조성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5일 합동으로 발표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방안’을 보면, 2047년까지 총 622조 원에 이르는 민간 투자로 신규팹 16개를 건설해 총 37개 팹을 갖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경기 남부 일대에 만든다. 경기 평택부터 화성 용인 이천 안성 판교 수원까지 경기 남부에 밀집한 반도체 기업과 생산단지, 연구개발(R&D)센터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22조원을 투자한다. 정부는 세제 혜택과 전력·용수를 비롯한 인프라 구축, 인력 양성을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용인 남사와 용인 원삼에 신규 조성 중인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와 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에 각각 360조원과 122조원을 투자한다. 삼성전자는 고덕 반도체 캠퍼스 증설에 120조원을, 기흥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증설에 20조원을 추가 투자한다.
이를 통해 여의도 7배 수준인 2102만㎡ 면적의 클러스터에 2030년 기준 월 770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것으로 기대한다. 생산유발 효과는 650조원, 직간접 고용 효과는 346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는 판교·수원·평택을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3대 거점으로 삼아 반도체 기술 초격차 확보를 지원하기로 했다. 판교를 AI 반도체 연구개발(R&D), 수원은 화합물반도체 산학연 협력, 평택은 차세대 반도체 소자와 첨단 패키징 거점으로 각각 육성한다.
정부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을 통해 송전선로 건설기간을 30% 이상 단축할 계획이다.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최대 25%로 높이고, 첨단산업 용적률 특례(350→490%)를 도입해 투자 환경을 개선한다. 올해 반도체 예산은 지난해 대비 2배 규모로 확대한 1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
현재 30%에 불과한 공급망 자립률도 2030년까지 5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4개뿐인 ‘1조 클럽 기업’은 10개까지 육성할 계획이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영국·네덜란드 등 반도체 밸류체인 핵심국과는 정상 외교를 통해 구축한 글로벌 반도체 동맹을 기반으로 협력을 강화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네덜란드 ASML간에 체결한 약 1조원 규모의 공동 R&D센터 국내 건립과 관련해 입지 선정을 비롯한 후속 절차를 신속히 지원할 계획이다.
해외 우수 연구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사이언스 카드 비자기간도 현행 1년에서 최대 10년으로 확대한다. 가족 체류 지원도 늘려 올해부터 2027년까지 500명을 유치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초석을 닦은 기업가를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에는 선각자들이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전에 당시 서울시 1년 예산에 준하는 정도를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기로 하고, 산업은행에 그 자금을 조성해 삼성 이병철 회장에게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도록 밀어줬다”며 “반도체는 광범위한 전후방 경제 산업 효과 통해서 중산층과 서민의 민생 살찌우는 산업일뿐 아니라 미래세대에 새로운 기회를 계속 열어주는 산업”이라고 역설했다.
매일경제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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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5일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방안’과 관련,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등과 관련된 부분에서 상당히 많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메가 클러스터 3대 거점으로 판교·수원·평택을 확정했다. 오는 2047년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민간기업들이 클러스터에 총 622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안 장관은 이날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의 사후 합동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전체 (반도체) 생태계를 키우려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장관은 이를 통해 650조원의 생산 유발효과가 발생하고, 총 346만명의 직·간접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반도체·소부장 등 부문에서 약 193만명의 직접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하고, 인프라 건설 확대에 따라 약 142만명의 간접 고용 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됐다.
안 장관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에 따라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나올 수 있는 일자리뿐만 아니라 협력 기업에서 나오는 일자리들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안 장관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위한 인프라 사업은 수년이 걸릴 작업인데, 지금부터 가열차게 총력전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례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규제 개혁 중 용수와 전력 부분의 인프라 구축을 위한 규제 개혁을 시급히 추진있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는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세계 최대·최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평택, 화성, 용인, 이천, 안성, 성남 판교, 수원 등 경기 남부에 밀집된 반도체 기업과 기관을 한 데 아우르는 개념으로, 이미 지난해 발표됐다.
정부는 이번 민생 토론회를 계기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모습을 한층 구체화했다.
오는 2030년 반도체 공급망 자립률을 50%까지 올리고, 매출 ‘1조원 클럽’ 기업을 10개 육성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현재 공급망 자립률이 30% 수준인 탓에 공급망 리스크에 쉽게 노출된다는 점을 고려해 이 같은 목표를 세웠다. 이와 동시에 메가 클러스터를 활용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