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 밀 Nov 21. 2022

나만의 ‘작품’ 하나를 마치고 나서


육아휴직을 끝내고, 일상으로 복귀하여 직장을 다니게 된 때.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육아휴직 기간, 그림도 그려보고 일상의 내용들도 끄적이며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하였고, 친구는 쉬는 기간 쓴 글에 그림을 함께 해서 SNS에 올려 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또 이렇게 몇 달 재밌는 ‘꺼리’를 만드는 거지~”라는 친구의 말이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그렇게 7월 어느 날.


네이버 블로그에 처음으로 나의 글과 그림을 올리게 되었다.


과거 작성한 글들은 노트에 대략적으로 작성하던 글들이었기에, 컴퓨터로 옮기는 과정이 필요했고, 당시에는 와이프 몰래 블로그를 하던 때라, 핸드폰의 메모장 기능을 활용하여 글을 쓰고 수정하기를 반복했다.


몇 개월간 작은 핸드폰으로 글씨를 쓰다 보니, 가뜩이나 안 좋은 눈은 점점 침침해져 갔다. 그리고 내 글들을 핸드폰으로만 보게 되니, 핸드폰 화면에 맞춰 문장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칸을 띄어서 나름 가독성이 있게 하려고 노력한 듯하다. (지금 와서 보면 문장의 끝남으로 인한 줄 바꿈이 아닌, 핸드폰 화면에 맞춘 줄 바꿈이 이상하긴 하나, 글을 다시 수정하기에는.. 솔직히 귀찮았다.)


여하튼, 그런 힘들고 무식한 방법을 사용하며 3개월 정도를 블로그에 글을 연재를 하다, 어느 날인가 블로그 이웃님의 권유로 브런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작가 신청 후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블로그 글이 끝나는 시점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기에, 브런치에서는 블로그에 있는 글들을 옮기는 과정만을 진행한 듯하다.


원래의 목표는 하루 하나씩 글을 올리는 것이었으나,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브런치 작가 공모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에 대략적인 일정을 맞추고자 글들을 마구 투하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하루에 하나 이상의 글들이 올라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내 자체가 하루에 몇 개씩 올라오는 타인의 블로그나 브런치의 글들을 보면, 몇 번은 읽을 수 있으나 나중에는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당연히 내 글 역시 하루에 몇 개씩 글을 올리면 상대방도 읽는데 지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공모전 신청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중년 남자의 잡생각’이라는 나만의 작품이 완성되었다.


1~10화는 ‘도피’의 목적으로 육아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힘들었던 시절의 내용.

11~20화는 쉼을 선택하고 나서, 무한 긍정의 기운이 다가와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갖게 된 나의 변화에 대한 내용.

21~89화는 이런 자신감과 여유가 생기고 나서, 과거와는 완전하게 다른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게 된, 일상의 소소한 내용. (사실 이게 메인인 글이다.)

89~94화는 육아휴직을 마치며 인생의 중반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로운 인생관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겠다는 나의 다짐을 담은 내용.



크게 4가지 파트로 구성된 나의 작품은, 그 내용의 깊이와 수준을 떠나서, 글이라는 것에 새롭게 도전했다는 부분과 중도 포기하지 않고 마무리까지 하여 나만의 작품을 하나 만들어내었다는 부분에서 스스로 대견하고 너무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요리, 수영, 자전거, 독서, 주식, 부동산, 미술로 이어진 육아 휴직 기간 동안의 많은 도전과 취미에 육아 휴직 후에도 글쓰기라는 새로운 도전으로 나만의 ‘브런치북‘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그것도 완결을 한!) 스스로에게 자랑스럽다.

 



또다시 글을 쓰기엔, 확실히 육아휴직 때와는 다르게 ‘글감’을 찾기가 어려운 것 같아 꽤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머리에 번뜩이는 ‘글감’을 찾기 전에는 머리와 손을 녹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가끔 일기를 쓰듯, 나의 감정들을 브런치에 적어 보고자 한다.

 


블로그부터 브런치까지.. 약 5개월 간..

글쓰기라는 것을 하며, 정말 잘 놀았던 것 같다.


 


P.S. 확실히 글을 쓰거나 올리거나 하는 일을 당분간 멈춘다고 하니, 다른 작가님들 글도 눈에 더 잘 들어오고, 재밌게 읽히는 것 같다. 내가 해야 하는 숙제가 없어져서 맘이 편해서 그런가 보다. (처음으로 핸드폰이 아닌 워드에 글을 써서 옮겨봤다. 그리고 핸드폰 화면에 맞춘 줄 바꿈이 아닌, 문장의 마침으로 줄 바꿈을 해본다. 아.. 몬가 어색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