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의 잡생각
와이프는 날씬하다.
아니, 말랐다고 하는 게 맞다.
아이들도 날씬하다.
아니, 둘 다 너무 말랐다.
인생의 즐거움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먹는 즐거움인데,
우리 가족은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즐거움을 모르는 것 같다.
다른 집 아이들은 서로 먹겠다고 싸운다는데,
우리 집 아이들은 서로 내 밥이 더 많다며
화를 내고 싸운다.
먹지를 않으니,
또래에 비해 둘 다 작을 수밖에 없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와이프는 밥 좀 먹으라고 화를 내지만,,
와이프 역시 거의 먹지를 않는다.
예전부터 아이들이 작아,
성장 클리닉에 상담을 받으러 자주 갔고,
이제는 곧 제대로 치료를 받을 모양이다.
때때로 와이프에게 당신이 많이 먹어야
아이들도 그 모습을 보고
많이 먹지 않겠냐고 하면,
화를 내면서 본인은 잘 먹는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밥을 풀 때부터
밥공기의 1/3 이상 담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나 역시 또래 아저씨들에 비하면
살이 많이 찌지는 않았다.
회사에서 술을 많이 마실 때는
배가 좀 나오긴 했지만,
쉬면서는 그 배도 다 들어갔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 나는 뚱땡이 아빠다.
둘째 아이가 2-3일 정도 밥을 잘 먹는다.
우리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가장 큰 칭찬을 해 줄 때는,
밥을 잘 먹을 때이다.
와이프는 밥 잘 먹는 둘째를 폭풍 칭찬이다.
갑자기 첫째가 운다.
그냥 우는 것도 아니고,
세상 그렇게 슬피 우는 모습은 처음 봤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했다.
설마 둘째 밥 잘 먹는 거 칭찬했다고
운다고는 생각도 못해서.
와이프는 이게 울 일이냐며 되려 화를 낸다.
나는 가서 첫째를 꼭 안아준다.
내 품에서 계속 흐느낀다.
나도 이 상황이 전혀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일단 안아 줘야지…
1~2주가 지났을까?
이번엔 첫째가 2-3일 밥을 잘 먹는다.
와이프가 첫째를 폭풍 칭찬한다.
둘째는 그러거나 말거나 전혀 관심이 없다.
갑자기 식탁에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먹은 것도 없는데 방귀는 잘 나오네?”
둘째가 히죽 웃고는,
자기 방으로 천연덕스럽게 들어간다.
같은 배에서 나왔는데,
전혀 다른 두 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