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의 잡생각
재수할 때 친구들을 만났다.
거의 30년 지기인데,
점점 만나는 주기가 길어지다가
이번에 한꺼번에 보는 것은 4년 만이다.
대화의 주제는
아이들 이야기가 1/3, 건강이 1/3,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1/3이다.
난 여기서 가장 어린 자녀를 두었기에
각자 나에게 훈수를 두느라 바쁘다.
친구들 직업은 사업가 A, 언론인 B, 의사 C,
변호사 D, 공기업 직원 E이다.
친구들 중 가장 큰돈을 번 친구 F는
수년 전부터 누구와도 연락이 되질 않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다 똑같은 친구였는데,
나이를 먹고 각자의 삶의 수준이 달라지면서
친구들 사이에도 계급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점점 만나는 주기도 멀어지게 되고.
(잘 나가는 친구들과 그렇지 못한 친구들의
자격지심이 특히나 심해지는 시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한 번 더 나이를 먹고 나니,
삶의 수준에 있어선 차이가 나도
사는 건 다 비슷해짐을 느끼면서 또 대화가 통한다.
집안이 좋아 어릴 적부터 부러워했던
사업가 A와 언론인 B는
A는 아버지의 사업이 무너지게 되어 힘들고,
B는 몇 년 전 얻은 암에
이번에는 다른 종양 하나를 걷어내야 한다며
수척한 얼굴로 건강이 최고라고 한다.
의사인 C는
큰돈 들여 자식을 외국에서 공부시켰는데
공부는 안 하고, 놀기만 해서
좋은 대학교를 못 갔다며
돈 들여 자식 공부시킬 필요가 없다고 토로한다.
(중간에 이혼이라는 아픔도 겪었다.)
15년이란 장수 끝에 변호사가 된 친구 D는
본인 성적이나 경력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월급쟁이보다 못한 소득의 변호사라며
매번 죽는소리를 했고,
진짜 변호사 맞나? 할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내,
친구들이 만나면
항상 밥을 사 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돌아가신 농부이셨던 장인어른이
유산으로 남긴 농지에
최근에 GTX가 들어오게 되어 대박이 낫다며
공부 같은 거 다 필요 없다고 입에 거품을 문다.
(와이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사를 짓던 평범한
가정주부다.)
이 중 나와 유사하게
가장 평범하게 공기업에 다니는 친구 E는
직장생활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굴곡이 없이
그냥 평탄하게 산다고 한다.
살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어릴 때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하시는 말들을
귀동냥으로 듣다 보면
‘누구네 잘 살 던 집이 이런저런 이유로
폭삭 망했다더라’,
‘누구네가 갑자기 큰돈을 벌었다더라’
하는 말씀들을 하신 것 같은데,
나이를 먹다 보니,
내 주변에도 그런 일들이 발생을 하게 된다.
좋다고 계속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쁘다고 계속 나쁜 것도 아니다.
내 힘으로 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때로는 내 힘으로 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그냥 현재를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술자리가 끝날 무렵,
공기업 다니는 E의 와이프가
술 마신 남편을 데리러 왔다며
일산에서 여의도까지 차를 끌고 왔다.
자발적으로.
있을 수 없는 사건에 우리 모두 놀라
“네가 지금 가장 잘 살고 있구나.”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여보.. 당신은 왜 안 와?
이거라도 이기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