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 동료/친구 7 - 살다 보면 다 비슷해져

중년 남자의 잡생각

by B 밀


재수할 때 친구들을 만났다.

거의 30년 지기인데,

점점 만나는 주기가 길어지다가

이번에 한꺼번에 보는 것은 4년 만이다.


대화의 주제는

아이들 이야기가 1/3, 건강이 1/3,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1/3이다.


난 여기서 가장 어린 자녀를 두었기에

각자 나에게 훈수를 두느라 바쁘다.


친구들 직업은 사업가 A, 언론인 B, 의사 C,

변호사 D, 공기업 직원 E이다.

친구들 중 가장 큰돈을 번 친구 F는

수년 전부터 누구와도 연락이 되질 않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다 똑같은 친구였는데,

나이를 먹고 각자의 삶의 수준이 달라지면서

친구들 사이에도 계급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점점 만나는 주기도 멀어지게 되고.

(잘 나가는 친구들과 그렇지 못한 친구들의

자격지심이 특히나 심해지는 시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한 번 더 나이를 먹고 나니,

삶의 수준에 있어선 차이가 나도

사는 건 다 비슷해짐을 느끼면서 또 대화가 통한다.




집안이 좋아 어릴 적부터 부러워했던

사업가 A와 언론인 B는


A는 아버지의 사업이 무너지게 되어 힘들고,


B는 몇 년 전 얻은 암에

이번에는 다른 종양 하나를 걷어내야 한다며

수척한 얼굴로 건강이 최고라고 한다.


의사인 C는

큰돈 들여 자식을 외국에서 공부시켰는데

공부는 안 하고, 놀기만 해서

좋은 대학교를 못 갔다며

돈 들여 자식 공부시킬 필요가 없다고 토로한다.

(중간에 이혼이라는 아픔도 겪었다.)


15년이란 장수 끝에 변호사가 된 친구 D는

본인 성적이나 경력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월급쟁이보다 못한 소득의 변호사라며

매번 죽는소리를 했고,

진짜 변호사 맞나? 할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내,

친구들이 만나면

항상 밥을 사 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돌아가신 농부이셨던 장인어른이

유산으로 남긴 농지에

최근에 GTX가 들어오게 되어 대박이 낫다며

공부 같은 거 다 필요 없다고 입에 거품을 문다.

(와이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사를 짓던 평범한

가정주부다.)


이 중 나와 유사하게

가장 평범하게 공기업에 다니는 친구 E는

직장생활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굴곡이 없이

그냥 평탄하게 산다고 한다.


살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어릴 때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하시는 말들을

귀동냥으로 듣다 보면

‘누구네 잘 살 던 집이 이런저런 이유로

폭삭 망했다더라’,

‘누구네가 갑자기 큰돈을 벌었다더라’

하는 말씀들을 하신 것 같은데,

나이를 먹다 보니,

내 주변에도 그런 일들이 발생을 하게 된다.



좋다고 계속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쁘다고 계속 나쁜 것도 아니다.



내 힘으로 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때로는 내 힘으로 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그냥 현재를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술자리가 끝날 무렵,

공기업 다니는 E의 와이프가

술 마신 남편을 데리러 왔다며

일산에서 여의도까지 차를 끌고 왔다.


자발적으로.


있을 수 없는 사건에 우리 모두 놀라

“네가 지금 가장 잘 살고 있구나.”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여보.. 당신은 왜 안 와?

이거라도 이기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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