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 가족 18 - 천문대

중년 남자의 잡생각

by B 밀


요즘 세대와는 다르게

나의 초등학교 시절에는

선생님이 꿈이 무엇이냐고 여쭤 보시면

한 반의 절반은 대통령이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나 역시 대통령 아니면

법관이라고 대답한 기억이 난다.


중학교에 올라오면서

이것저것 하고 싶은 다른 것들이 생겨났다.

화가가 되고도 싶었고,

컴퓨터 공학자가 되고도 싶었고,

물리학자가 되고도 싶었다.


또 다른 꿈 중 하나는 천문학자였다.


중 1 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나서

우주를 연구하는 것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당시엔 흔치 않았던

천체망원경을 사 달라고 졸라

어머니가 어딘가에 가서

제법 괜찮은 천체망원경을 사 오셨다.


문제는 몇 번 안 봤던 것 같은데

아버지께서 그딴 걸 왜 보냐며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자꾸 핀잔을 주어

비싼 돈을 주고 산 천체망원경을

꺼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시간은 흘러 천문학자가 되겠다는

꿈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가끔 밤하늘의 별을 찍은

사진을 보면

넋을 놓고 바라볼 때가 있다.




육아 휴직 때,

아이들에게 별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래서 몇 군데 장소를 물색하여

와이프에게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라도

한 번 별을 보러 가자고 권유했다.



와이프 왈


“좋은 생각이긴 한데, 그거 밤에 보는 거 아냐?

애들도 어리고, 잘 때도 마땅치 않고,

밤까지 깨어나 있을 수 있을까?”


그래도 한 번 더 가보자는 제안에


“아니.. 나도 멀리 가기가 좀 그래..”

(결국 자기가 가기 싫은 거였네)


와이프는 완곡히(?) 거절을 했다.




시간이 지나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뒤

어느 날 와이프가 이야기한다.


“오빠, 누구네 집은 천문관측을 한다고

애들이랑 양평을 다녀왔대.

날씨도 맑아서 별 관측하기도 좋았다고 하고,

애들도 좋아했다고 하더라고.


오빠도 휴직할 때

그런데 좀 알아보고

한 번 데려가지 그랬어?”


“뭐? 아니 내가 가자고 했을 때는 싫다며?”


“오빠가 언제 그랬어? 잘 못 안 거 아냐?”


“아니, 다른 것도 아니고, 별 보는 거

내가 좋아한다고 몇 번을 말했었는데,

그걸 잊어버렸겠어?

그때는 꺼려했잖아. 애들도 어려서 힘들다고.”


(무엇보다 당신이 가기 싫다고 했잖아.

라고 말했다가는 큰 싸움이 날 것이다.

위의 글을 봐라. [아니.. 나도 멀리 가기가 좀 그래.]

라고 했지 ‘싫어!’ 라고는 안 한 것이다.)


“그랬나? 기억이 잘 안 나.

여하튼 이젠 애들도 좀 컸으니,

기회 되면 함 알아봐.”


그래,

애들이 6개월 만에

다섯 살 정도는 더 컸지!



배알도 없이

핸드폰으로 천문대를 검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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