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키앤벤코“를 통해 배운 것들
남편은 스페인에서 2D 애니메이터로 일하고 있다. 남편의 오랜 꿈은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아주 오랜 시간동안 스토리를 구상하고 캐릭터를 디자인했다. 혼자 부던한 노력을 거친 끝에, 그 노력을 알아주는 프로듀서를 만나서 펀딩을 받아 몇년간 시리즈와 영화 작업을 계속 해왔다.
그런데 작년 10월, 내가 잠시 한국에 들어와있던 사이 남편이 무거운 얼굴로 연락을 해왔다.
“먹셀로나야, 좋지 않은 소식이 있어. 프로듀서가 프로젝트를 그만해야 할 것 같대”
남편이 얼마나 간절히 이 프로젝트를 위해 일해왔는지를 알기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나왔다. 남편의 좌절한 모습을 보는게 마음이 아팠다. ”괜찮을거야, 방법을 찾아보자“ 하고 남편을 다독이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갑자기 현실의 불안감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당장 다음달부터 내야하는 월세와 생활비, 남편의 프리랜서 세금과 각종 공과금. 내 월급만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당장 한 두달은 괜찮겠지만 1년이 되고 2년이 되면? 프로젝트가 잘 되리라는 보장도 없잖아?
그렇게 남편과 무엇을 할지 상의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당장 뭐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우리가 예전에 사이드 프로젝트로 해보자고 했던 “탐키앤벤코” 작업을 몇 주간 해보겠다고 했다.
남편은 나에게 “그동안 네가 생활비를 감당해야하는데 괜찮겠어?“ 라고 물었다. 일단 당장 구할 수 있는 직장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그동안 저축해돈 돈도 있으니 당장은 쉬어갈 겸 딱 한 달만 해보자고 동의했다.
그렇게 탐키앤 벤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탐키앤벤코는 국제커플이 겪는 문화 차이를 담은, 짧고 재밌는 애니메이션이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릴스 형태로 주 3회씩 업로드를 하기 시작했다. (재밌으니까 심심하신 분들은 놀러오셔도 좋습니당 @tamkiandbenko)
알고리즘 스스로 일하도록 주위 지인들의 팔로우를 만류하고 기다렸다. 마케팅 공부를 하면서 하라는대로 셋업을 마쳤고, 주위의 피드백은 너무 좋았는데도 초반 한달은 팔로워가 거의 늘지를 않았다. 한달간 아무 소득 없이 작업을 하다보니 이 프로젝트를 계속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불안함도 날로 커져갔다. 남편과 작은 언쟁도 오고갔다. 남편은 이럴바에는 안정적인 직장을 잡는게 낫다는 생각을 해서 중간에는 2주정도 작업을 멈추고 회사에 지원하기도 했다.
이렇게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어떤 것을 결정해야 하는지 정답을 모른채 불안하게 잠드는 날들이 길어지던 중이었다.
그런데 알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갑작스레 보너스를 받게 되어 당분간 재정에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동시에 처음으로 광고와 작업 의뢰도 들어왔다. 우리는 이것이 탐키앤 벤코를 다시 시작하라는 사인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릴스의 조회수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20만, 30만 조회수를 넘어 백만, 1.2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게 된것이다.
나는 항상 예측할 수 없는 “나쁜 일” 들이 일어날 것에 초점을 맞추고 그에 대한 대책을 생각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그 예측이 맞았던 적은 별로 없었다. 일어나지 않거나, 오히려 예측하지 못한 “좋은 일”들이 생겨 해결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매 순간 우리는 흔들렸지만 우리만의 정답을 찾기 위해 애썼다. 매번 정답은 아니었지만 그를 통해서 배우는 것들이 많았다.
우리는 프로젝트의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탐키앤 벤코를 통해서 남편은 어떻게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지 더 깊이 알게 됐다. 심플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이해하고, 스토리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기획력을 배우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마케팅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배우게 되었다. 크진 않지만 광고를 통해서 수익도 얻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서로를 신뢰하는 법을 배웠다는 거다. 나는 채널에서 팔로워들과 소통을 담당했고,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분석해 편집 방향성을 제안했다. 나는 남편이 얼마나 성실하고 꾸준히 작업을 해나갈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인지, 저렇게 귀엽고 웃긴 애니메이션도 만들수 있는 사람인지를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8개월이 지난 어느날, 남편이 나에게 이야기 했다.
“먹셀로나야, 나 다시 영화 작업을 해보고싶어.”
탐키앤 벤코를 통해서 남편은 다시 나아갈 힘을 얻었고, 다시 원래 사랑했던 그 일, 깊이 상처받았던, 버려진 것 같았던 그 프로젝트를 다시 한 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우리 둘 사이에는 더 깊은 신뢰가 생겼다. 우리는 결국 우리만의 정답을 찾았다.
그래서 8개월 전의 두렵고 무서웠던 나에게, 탐키앤벤코를 하는게 맞냐고 묻는 나에게, 들릴수만 있다면 진짜 크게 외쳐주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
“괜찮아! 다 잘될거야! 너랑 남편은 잘 할거니까 좀만 더 너를, 그리고 남편을 믿어봐!”
그냥 막연한 긍정이 아니라, 무책임한 소리가 아니라, 너는 정말로 할 수 있다고. 매 순간 너를 돕는 그 손길들을 기억하라고. 남편과 둘이 손을 붙잡고 한 발 한 발씩 떼어보라고.
그리고 이건 지금의 나도 꼭 들어야할, 8개월 후의 먹셀로나도 지금의 나에게 크게 외쳐주고 있는 그 말. “걱정마, 다 잘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