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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과수 Apr 23. 2018

삼롱시장과 수영장

방콕 라이프 +4

방콕, 미국 대사관에서 열린 Famers' market


오늘 아침은 파머스마켓에서 산 빵과 건강 주스



오늘 점심은 동네 bearing soi2에 위치해 있는 로컬 Thai food 식당에서 팟팍사이무(돼지고기 야채볶음 덮밥)를 먹었다. 단돈 40밧에 든든한 끼니를 해결할 수 있고 맛도 끝내준다. 오늘은 동네에서 벗어나 삼롱시장에 다녀오기로 했다. 삼롱시장은 BTS Sukhumvit Line에서 종점역인 Samrong 역에 위치한 작은 재래시장이다. 방콕 하면 가장 유명한 짜뚜짝 시장도 있지만 천막 때문에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아 찜통이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그곳은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난 더위에 무척 약하니까. 도착한 재래시장은 육류, 생선, 채소를 파는 구역이 나눠져 있었고 한국의 오래된 시장과 비슷한 분위기의 동네 시장이었다. 시장은 언제 가도 마음이 편하고 정겹다. 판매하는 사람도 구매하는 사람도 누구 하나 체면 차리는 사람 없이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에만 집중하니까.


우연히 발견한 그릇가게에서 법랑 도시락을 구매하고 시장을 조금 더 둘러보다 보니 점점 더위에 지쳐 집에 가고 싶어 졌다. 시계를 보니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생각해보면 매번 가장 더운 시간에 나가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수영복을 챙겨 아파트 단지 안 수영장으로 향했다. 요 며칠 수영장 가는 것이 하루 일과 중 하나가 됐는데 신기한 건 첫날에는 혼자 수영을 했고, 둘째 날부터는 나를 포함해 두 명, 셋째 날인 오늘은 세명의 사람이 수영장에 모였다는 것. 별거 아니지만 어쨌거나 나에게는 흥미로운 일이었다. 깜깜한 밤에 야외 수영을 한 건 처음이었는데 가만히 물속에 드러누어 발끝으로 살랑살랑 물장구를 치니 하늘에 있는 별이 덩달아 나를 따라온다. 밤하늘을 보며 수영을 하고 있자니 마치 우주 속을 헤엄치고 있는 듯 신비롭고 가슴 벅찼다. 수영을 끝내고 선베드에 앉아 글을 쓰기 위해 블랙노트를 펼쳤는데 며칠 전 썼던 글에 눈길이 갔다. 그날도 지금처럼 수영을 마치고 글을 썼던 모양이다.

  

black note 0301

수영을 처음 하러 왔다. 수영장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줄 았았으면 진작 올 걸 그랬다. 어제만 해도 여행을 온 첫날 카메라를 고장 내서 세상이 무너진 듯 눈앞이 캄캄했는데, 수영 한번 했다고 카메라는 이제 안중에도 없다. 사는 게 그런 것 같다. 없으면 안 될 것 같고 안되면 안 될 것 같은 일들도, 안된다고 한 들 또 다른 것들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렇게 또 다른 것에 다른 행복을 느끼게 되고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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