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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하 Jan 18. 2023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하여

인간관계: 덧없지 않게, 무조건적이지 않은

 나도 취직을 했고, 내 친구들도 하나하나 학생에서 사회인이 되어가고 있다. 이전에는 친구들과 만나는 게 언제나 즐거웠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는 않다. 어떤 친구는 만나고 나면 정말 뿌듯하고 재밌었던 방면에, 어떤 친구는 만나고 나면 유독 마음이 찜찜하게 남는다. 이제 서로의 다름이 좀 보이는 듯하다. 내가 정립되는 과정인 걸까, 마음이 좁아지는 걸까. 기왕이면 전자로 생각해야겠다. 


 몇 년 사이에, 내 마음은 많이 자랐다. 이제야 성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무작정 달려드는 것이 아닌, 약간의 여유도 생겼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별로 안 좋아하는지 좀 알 것 같다. 음식 메뉴만 해도 그렇다. 이전에는 무조건 맛있다고 하면 다 맛있는 줄 알았는데, 먹고도 아 이건 내 입맛이 아니구나 하는 것도 구분할 줄 안다. 내 마음 또한 그렇다. 내 마음은 무한히 퍼서 나눠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기왕이면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면서 인간관계가 좁아진다는 말을 들었다. 새로운 사람을 위해 쓸 에너지가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사람관계 자체가 안정되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전에는 혼자 있기가 좀 심심하고, 가끔 불안하고 허전했다. 다른 사람과 같이 있어야 재밌고 마음도 편했다. 자신을 마주하는 그 고요한 시간이 두려워서 그랬을까? 모든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혼자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혼자는 주로 카페 가서 책을 읽거나, 산책을 간다. 그래도 함께 보내는 시간을 좀 더 좋아한다. 밥도 혼밥보다는 같이 먹는 밥이 즐겁다. 좋은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들이 나에게는 참 좋은 기억들로 남고, 가치 있게 느껴진다. 혼자든 같이든, 내가 보낸 좋은 시간들은 나에게 위로가 된다. 


 내 친구들 한두 명이 나에게 말했다. 자신은 대외활동이나 모임을 많이 해서 사람들을 여럿 만났지만, 그중에 남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고, 그래서 좀 덧없다고 그랬다. 나는 좀 더 운이 좋아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아직 간간히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도 소중한 사람은 손에 꼽는다. 오래된 관계가 조금 더 많고, 직장에서 매일 보며 친해진 사람도 있다. 인복도 어느 정도 운에 달린 것 같기도 하다.  개인의 성품, 잘난 지 못난 지도 중요한 요소지만, 100%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본인이 좋은 사람이면 좋은 사람을 더 끌어당긴다. 내가 한참 힘들어할 때, 친구가 나에게 “너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해주었고, 그것이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인간관계는 경로의 실타래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앞으로 나아가는 전기회선 같다. 각자의 길을 가되, 가다가 비슷한 길로 가는 사람도 있고, 같이 가다가도 서로 길이 나눠질 수 있다. 평생 함께할 것 같다가도, 환경이나 상황이 바뀌면 멀어질 수도 있다. 모든 관계가 영원하고 완벽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점차 벗어나고, 지금 있는 관계들을 소중히 여겨야겠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현재의 관계가 언제까지나 지속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지금이니까. 앞으로 변화할 수 있지만, 그것에 대해 걱정하기에는 내 마음이 아깝다. 


 나는 소중하다. ‘나’라는 절대적인 정의는 없고, 나의 역할, 내가 쌓는 관계들에서 정의되지만, 나에게 느끼는 나의 감정은 내 삶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활력소가 되고, 나의 친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기쁨이 된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내가 발전하는 발판이 된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 내가 없어서는 안 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나와의 관계, 내가 스스로를 어떻게 대하고 생각하는지이다. 프로이트가 이드, 자아, 초자아를 얘기하는 것처럼, 나를 바라보는 시선, 내가 느끼는 감정들에도 여러 방면이 있다. 그 감정들을 지혜롭게 조율하고, 가끔 감정들에 휩쓸려도 내 중심을 잡으려 노력하자. 내가 항상 완벽할 수는 없지만, 좀 더 좋은 나, 스스로에게 편안한 나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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