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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하 Jul 14. 2023

AI는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2016년, 내가 의과대학 학생일 때 AI 의사 ‘ 왓슨 포 온콜로지(이하 왓슨)’이 출시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왓슨은 암 진단과 치료를 위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이다. 내 동기들은 앞으로 왓슨이 더 발전하여 의사 직업을 앗아갈지 걱정했지만, 우려와는 다르게 왓슨의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의사들이 환자 정보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고, 정작 중요한 해석은 스스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챗 GPT 등 인공지능 챗봇이 각광받고 있다. AI는 사람의 직업 중 어떤 것을 뺏어갈까, 두려움도 있다. 작가, 예술가 등 창작을 하는 직업도 대체될 수 있다고 하는데, 내가 앞으로 계속하고 싶은 두 가지 사회적 역할, 의사와 작가 둘 다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면 많이 상심할 듯하다. 하지만 나의 동네 의사 경험으로 한 가지 예측해 보자면, 의사를 AI로 대체하기는 꽤 어려울 것이다. 의사의 어떤 역할은 온전히 사람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와 환자는 진료실 안에서 치유 관계를 맺고, 질병에 대한 해결책을 같이 찾아 나간다. 환자마다 원하는 치료는 다르다. 관리가 잘 되는 고혈압 환자, 잠시 목감기가 온 환자는 의사의 약 처방과 간단한 상담 정도면 충분하다. 신경의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는 척추관 협착증으로 끊임없이 고통받는 환자, 가족 문제로 잠을 못 이루는 불면증 환자는 약 처방에 더해 위안을 원한다. 자신의 두통이 혹여나 심각한 문제가 아닌지 걱정하는 환자는 의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괜찮다고 자신을 안심시켜 주는 설명이 필요하다.

의사는 대화를 통해 환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치료가 무엇인지, 신체 치료에 더해 마음 치유가 필요한지 잽싸게 포착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과연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필요한 치료를 포착하는 능력은 환자를 아는 것에서 나온다. 왓슨에게 입력할 수 있는 데이터로는 해당 암 환자의 진료 기록, 검사 기록, 유전 정보, 수술 가능 여부 등이 있다.  그러나 환자의 의학적 데이터가 그 환자의 모든 상태를 대변할 순 없다. 환자의 생활 습관, 사회경제적 상황, 심지어 성격까지 환자의 질병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혈압은 스트레스 요인으로 순간 확 수치가 뛸 수 있어서 이를 한 번씩 확인해야 한다. 140/90의 혈압 기준보다 훨씬 높은 160/100의 혈압이 나온다면, 일단 환자의 얘기를 좀 더 듣는다. 잠을 못 잤든 가족 문제가 있든 이유가 있으면 일단 약을 올리지 않고 지켜본다. 일시적으로 오른 혈압은 경과 관찰하면 다시 내려가기 때문이다.

만약 왓슨이라면 그가 고혈압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지만, 그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울 것이다. 왓슨에게는 주어진 정보를 재해석해 유의미한 질문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왓슨은 환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왔는지 아니면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지, 그 비언어적 표현도 알 수 없다.


사실 이러한 한계를 AI가 어찌어찌 넘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고유하게 타인을 인지하고 상태를 판단하는 능력을 AI가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AI가 아직 갈 길이 먼 하나의 과제가 있다. 건강이라는 목표를 향해 환자와 나란히 걷고, 때로는 손을 붙잡고 앞에서 끌어나가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계는 술로 인해 간경화가 온 환자의 눈을 마주치면서 같이 술을 줄여보자고 말할 수 없다. 또는 환자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치료의 방향을 좀 더 고민하지도 않는다. AI가 환자와 의사에게 치료 방향을 제시하는 기능은 뛰어날 수 있어도, 환자의 옆에서 질병을 고민하고 환자를 끊임없이 격려하는 기능을 온전하게 가질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AI와 사람 의사와의 바람직한 관계는 상호 보완 관계이다. AI는 입력할 수 있는 데이터를 뛰어난 정보 처리 능력으로 처리하고 그에 따른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 사람 의사는 환자를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AI가 추천한 치료 방법을 환자 상황에 따라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한다. 환자가 생활 습관을 어디까지 고칠 수 있을지까지도 고려한 후 책임을 지고 결정 내린다. 그리고 환자와 같이 치료의 과정을 걸어 나가며 환자의 아픔을 위로하고 더 건강한 생활을 하도록 격려한다. 사람-AI 하이브리드 조합으로 환자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내가 의과대학 학생 때 활동했던 동아리 중 하나는 자유 발표 동아리였다. 학생들이 각자 관심이 있는 주제를 하나씩 골라 10~20분간 돌아가며 짧게 발표했다. 그중 유독 AI에 관심을 가지던 동기가 있었다. 그는 발표 시간에 AI의 전망, 인공지능 의사 등에 대해 간단히 발표하고 다음과 같은 말로 맺었다.

“제가 지금까지 AI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제 직업을 잃을까 봐 걱정되어서였는데, 뜯어보니 꼭 그렇지는 않은 듯합니다. 이제 AI에 대해 그만 알아보려고요.”

당시 나는  말을 듣고 그냥 그렇구나, 하고 막연하게 안심했다. 그러나 동네 의사 역할을 하는 지금은  확실하게 믿는다. 의사는 환자에 관한 관심과 의사로서 지는 책임, 환자를 대하는 따스함을 가졌다는 점에서 대체될 수 없다. 동시에 의사는 사람만의 능력을 중요시하고 갈고닦을  진정으로 빛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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