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다. 요즘 한창 독감 및 코로나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나는 진료실에서 문진을 하고, 주사는 주사실에서 간호 선생님들이 놓아 주신다 65세 이상이나 13세 이하는 무료로 독감주사를 맞을 수 있고, 아니면 유료로 독감을 맞는다. 코로나 백신은 현재 2가 백신이 나와서 원하는 사람은 예약 및 잔여백신으로 맞을 수 있다.
독감은 대부분 부담 없이 맞는 편이지만, 코로나 예방접종은 부작용이 걱정되어 꼭 맞아야 하는 지 물어보시는 어르신들이 많다. 나는 무조건 맞아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위험과 이득을 생각하면 맞는 게 더 좋다고 대답한다. 코로나 백신은 감염 확률을 60%가량 낮추고 코로나에 감염되었을 시 사망이나 중증 확률을 95% 이상 낮춰주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출처).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가 계속 있기 때문에 백신도 그에 맞춰서 접종받는 것이 좋다. 독감 예방주사 또한 70~90% 의 감염 예방 효과가 있다.
백신이 중요한 이유는 개인에게도 감염 예방 효과가 있지만 다수가 맞게 되면 집단 면역이 형성되어 바이러스가 살아남기 어려워진다. 내가 맞음으로써 어린이나 노인 등 취약한 사람이 병에 걸릴 확률이 낮아지는 것이다.
@ 2020 ADB
바이러스와 세균, 백신과 치료제 사이에는 “Moving target”, 즉 움직이는 과녁이라는 팽팽한 긴장감이 있다. 특정한 병균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면, 그것에 효과가 있는 종류의 균은 사멸하고 돌연변이들만이 살아남아 해당 병균의 주요 균주(유전자 종류가 동일한 균 집단)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에 맞춰 새로운 백신 및 치료제를 개발한다. 다시 유효 균주는 박멸되고, 돌연변이 균들만 살아 남아 번성한다.
한 편, 몸의 면역체계도 만만치 않다. 특정 병균이 들어오면 병균을 직접 공격하고 잡아먹는 백혈구와 항체, 즉 병균을 잡는 총알을 내보내는 백혈구들이 반응한다. 병균을 다 잡고 나면, 대부분의 백혈구는 죽지만 일부 백혈구는 기억 세포로 분화해서 몸 속에 오래 살아남는다. 이후 그 병균이 다시 오면 기억 세포들이 바로 반응해서 몸의 면역체계가 더 빨리 작용할 수 있도록 한다.
백신은 바로 이 기억하는 면역체계를 이용한다. 죽었거나 약화된 균을 몸에 주입하여 몸이 이 질병에 대한 예습을 하게 하고, 이후 실제로 균에 노출되었을 때 감염 자체를 막거나 우리 몸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몸과 질병의 관계를 통해 우리 사람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3억 명의 사망자를 낸 천연두는 변이가 없기 때문에 감염이나 예방접종 후에 다시는 걸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예방접종이 폭넓게 보급되면서 천연두는 인류가 세계에서 박멸한 첫 번째 바이러스(질병)가 되었다. 병균 자체는 높은 치사율을 지녔지만, 변하지 않기에 의학에 의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사회 또한 그렇다. 다양성이 없고 변하지 않는 사회나 단체는 점점 후퇴하고 사라진다.
이전에 “슈퍼집단”을 주제로 한 닭에 대한 실험이 있었다. 달걀을 낳는 암탉 중 가장 많이 알을 낳는 닭들을 모아서 기르면 어떻게 될까? 가장 많은 달걀을 얻게 될까? 답은 오히려 평균적인 닭 집단보다 생산량이 떨어졌다. 알을 많이 낳는 암탉은 공격적인 성향이 있고, 이런 닭들이 모이면 서로 공격하여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아 알을 못 낳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능력이 뛰어난, 그리고 모나지 않은 사람을 참 좋아한다. 그런 사람들은 어느 모임이나 단체에서든 환영을 받는다. 그리고 그 반대인 사람들은 참 살아가기 고달프다. 사람들의 은은한 눈총과 무시를 받고, 스스로도 자신감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필요가 없는 사람인가?라고 질문한다면, “인간은 다 소중하다”라는 원론적인 말로만 답변할 필요는 없다. 다양한 특징을 가진 사람, 다양하게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우리 사회의 변화와 다양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상한 돌연변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 이는 더 이상 위협적인 걱정이 되지 않는다. 무언가 다르고 어색한 존재가 이 사회를 살리는 구성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기억하고 배우듯, 우리의 생각과 마음도 그렇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망각하지만, 손톱만큼 남은 기억들은 이후에 비슷한 상황을 대처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어떤 힘든 일들이 있더라도, 그 시련에서 살아남고, 기억을 하는 한 그것은 각자의 백신이 될 것이다.
나는 “꽃길만 걷자” 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무균 지대에 살지 않으며, 무균 지대에 사는 생물체는 굉장히 취약하기에 이러한 곳이 이로운 환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건강한 생물체란, 병균이든 어떤 다른 생물체나 환경이든 상호작용하며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생명체이다.
켈리 클락슨의 노래 “What doesn’t make you kill you make you (stronger)” (너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너를 더 강하게 할 거야)처럼, 우리가 처한 어쩔 수 없이 힘든 상황들은 우리를 더 튼튼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