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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하 Aug 06. 2024

러너입니다.

무게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

달리기 석사를 시작했다고 선언한 시기를 찾아보니 3월 중순이다. 유산소 운동으로서 걷기에 더해 달리기를 병행하기 시작한 시기가 2024년 2월이었고, 3월부터는 걷기를 그만두었다. 하루 중 운동에 투자하는 시간이 너무 긴 것이 아닌가 하는 만성적 고민에 대한 답을 달리기에서 찾았다. 달리기는 가장 빠른 시간에 체지방을 줄여주면서 신체를 강화해 주는 극효율의 운동이다. 게다가 특별한 도구나 기구가 없어도 된다. 필요한 것은 내 몸뚱이와 의지뿐! 러닝을 디깅 하다 보니 숨이 찰 정도로 뛰는 것이 창의력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님은 그래서 매일 아침 조깅을 하신다고 했다(뇌과학자가 직접 실천하는 최적의 운동법 영상 링크​). 뇌건강에도 러닝은 필수인 것이다. ‘숨이 차야 운동’이라는 지론은 경험에 과학적 근거까지 더해져 강화되었다.


스스로를 ‘러너’라 칭하는 게 쑥스러운 단계를 지나 자연스러워졌다. 밑창의 탄성이 높아 장거리를 더 가벼운 발로 빠르게 뛸 수 있게 돕는 카본 플레이트 러닝화, 러닝용 양말과 모자, 쇼츠 등 본격적 장비도 마련했다. 4월이 되니 10km를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되었다. 매번 고비는 있지만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뛸 수 있는 기본 거리가 10 km가 된 것이다. 심지어 음악 없이도 호흡에만 집중하며 달리는 것도 가능했다. 음악도 없이 러닝 하는 사람을 철천지 원수를 갚는 사람에 비유한 밈을 본 적이 있다. 퍼온 밈은 헬스장의 예인데 비슷한 밈이었다.

나 또한 음악 없이 달리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러닝용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정도로 음악은 달리기를 지속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이어폰 고장으로 맨귀로 달려보기 전까지. 음악이 없으니 내 호흡과 신체 상태에 대한 집중이 올라갔다. 새소리도 더 잘 들렸다. 10km를 뛰는 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음악을 들으며 뛸 때가 더 많지만 러닝에 집중이 필요한 날에는 일부러 에어팟 없이 달리기도 한다. 5월 바다의 날 하프 마라톤에서는 21km를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어폰 없이 달렸고, 땡볕이 힘들었지 음악 없는 게 힘들지 않았다.


불연속적으로 보이는 성장 사이에는 연속적인 달리기가 있었다. 월별 애플 피트니스 기록에서 달리기와 웨이트 트레이닝 통계를 보자면, 3월부터는 달리기가 웨이트 트레이닝 횟수를 역전했다. 뒤로 갈수록  한 번에 달리는 거리는 길어지고 속도는 빨라졌다.


5월에 데이트 이슈(걷기를 12회 진행)로 달리기를 많이 못하게 되었고 6월에는 운태기(운동태만기)가 왔지만 나의 신체는 웨이트뿐만 아니라 러닝에도 적응하게 되었다. 7월부터는 밖을 달리기 힘든 날씨가 되어 스탭퍼(천국의 계단)로 유산소 운동을 하고 있다. 동남아보다 덥고 습한 계절을 지나는 요즘, 러너로서 선선한 가을을 기다리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설레는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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