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도 현재 나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vise versa야.

by 무하

혼술의 횟수, 불어난 살, 불안감, 우울감은 비례했다.


불안할 땐 에세이를 쓰고, 우울할 땐 운동화로 피신하라니, … 멋지다.

과거의 내가.


과거의 나도 내 롤모델이 될 수 있구나!


오늘부터 내 목표는 딱 1년 전의 나이다.


프사오에 미친 놈(프친놈), 런친자(러닝에 미친자)로서 적당한 식단을 지키며 운동에서 엔도르핀(엔도카바노이드)을 만드는 사람.

자주 글을 쓰고, 소설 쓰기 모임에도 빠짐없이 나가고 틈틈이 글감을 아이폰 메모장에 기록하는 사람.

가공식품보다 야채와 고기로 요리를 해 먹는 사람.

운동을 하고 피곤해서 핸드폰 없이 침대에서 잠드는 사람.

아침저녁으로 감사일기를 쓰는 사람. 매일 사르르 다이어리를 쓰는 사람.

주말이면 전시회에 가고, 독립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가는 사람.

숏폼 대신 책을 읽는 사람.


매일 운동하는 게 디폴트일 때는 당연했는데, 한 번 무너지니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술을 마시면 자제력을 잃는다. 근성장이 아니라 부피성장을 한다. 글을 쓸 수도 있을 시간에 술을 마시니 글을 써야 한다는 마음만 부채로 남는다.

글을 쓰면 마음의 찌꺼기들이 배출되는데 그러지 못해 중금속처럼 지방에 축적된다.

다음 날 피곤해서 겨우 출근을 하니 긍정확언도 못 듣고 아침 일기도 건너뛸 때가 많아진다.

이렇게 쓰고 나니 술맛이 떨어진다. 다행이다.


브런치에 올린 글은 발행을 누른 순간, 과거형이 된다.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니라 말하는 작가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써야 했는데, 글 대신 술로 채운 밤들이 문제였다.


책장을 정리하며 10년 넘게 버리지 못한 앞장만 쓴 노트를 넘겨 보았다.

왜 10년 동안 버리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저걸 어떻게 버리겠어.

2012년이면 신규 발령이 난 해였다.


올림픽공원의 가을 단풍이 절정이던 햇볕 좋은 가을날, ‘열정락서’라는 삼성에서 진행하는 강연회에 갔다.

학교를 조퇴하고 가서 더 설렜다.

강연을 들은 날 바로 집에서 정리한 노트인 것 같다. 그때도 일기 쓰고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다.


얘도 롤모델이다.

이렇게 사진을 올리는 이유는 오늘은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노트에 있는 박명수 님은 지금 유튜버로서도 활약 중이다.

2014년에 생소한 외국어를 배워보자는 다짐은 2024년 듀오링고를 시작하며 실현 중이다.

27세에 ‘꿈너머 꿈’을 찾아 헤매던 내가 대견하고 안쓰럽다.


과거의 나도 현재의 내 롤모델이 될 수 있지만, 현재의 나도 과거의 내가 바라보면 롤모델일 것이다.

돌고 돌아 결론은 결국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인가?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내일의 나, 모두 다 빠짐없이 나. 이기에 사랑하라는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가 스친다.

비록 잠깐 벗어난 길을 걷고 있지만 그래도 다 나니까 사랑해 줘야지.

지금 이렇게 반성하는 나도 내가 사랑해 줘야지 누가 사랑해 주겠어?


그래도 어제와 오늘은 무게도 치고, 유산소도 적당히 하고, 과식하지 않았다.

이런 날들을 더 늘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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