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민주주의, 노조가 잘 작동하는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 1. 노조 무조건 나쁜가
저번 글에서 '노조가 무조건 나쁜가?', "노조를 외면하면 결국 손해는 근로자 우리다." 이런 이야기를 해봤는데요. 그러면 노조는 어떻게 바뀌면 좋을까요? 노조가 잘 작동하는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직원 민주주의가 자리 잡은 나라들을 찾아보면서 우리가 어떤 노조를 만들어나가면 좋을지 공부해 봤습니다.
# 2. 독일: BMW그룹, 알리안츠 보험
독일은 직원 민주주의가 잘 정립된 나라라고 합니다. 나치 시절, 모든 노조가 해산되고, 통제를 받다 보니.. 반성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헌법으로 보장되게 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미트베슈팀문’이라는 "공동 결정 제도"가 있다고 하는데요. 기업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반드시 참여되어야 하는 제도입니다.
단순 참여가 아니라, 500인 이상의 기업에서는 이사회의 1/3이 노동자 대표여야 하고 2000인 이상의 기업에서는 이사회의 절반이 노동자 대표여야 한다고 합니다. 이래서 독일에서는 "노조는 파업하고 민폐주는 단체다" 이런 선입견이 없다고 합니다. 파업을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이미 제도적으로 협상 테이블 위에 앉아있고, 기업 경영에 영향을 주고, 여러 제안도 하고, 정당한 권리 행사 주체로서 존중받고 있다고 합니다.
# 3. 스웨덴: 볼보, H&M
스웨덴은 무려 1938년도에 ‘살츠셰바덴 협약’을 통해 노사대립을 완화시키고 노사관계의 토대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 협약을 통해 특이하게도 정부나 법이 노사를 중재하는 게 아니고 노사 간 자율합의가 중심이 됐다고 합니다.
실업급여, 고용보험, 직업훈련을 모두 노조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고 하구요. 국가가 복지 예산을 일부 지원하지만, 노조가 복지 운영 주체로 작동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근로자 입장에서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으면 손해라고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노조 가입율은 13%인데 비해 스웨덴의 노조 가입율은 약 70%라고 합니다.
정말 박봉 받고 고생하는 대학원생들도 노조가 있다고 하구요.. 노조는 파업하고 민폐주는 곳이 아니라 복지를 제공하는 사회보험 같은 개념이라고 합니다. 노조는 근로자를 대표해서 임금 협상과 해고 통지 기간 설정, 근로자 직업 교육, 직장 내 괴롭힘 대응.. 이렇게 주체가 되어 근로자들을 지켜주고 있다고 하네요.
# 4. 미국: 스타벅스, 아마존
미국의 경우에는 노조가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원래는 공장, 철도, 광산 근로자 중심으로 노조 운동이 강력하게 벌어졌는데요. 냉전 시대와 레이건 정부 이후, 노조는 사회주의라는 '반노조 프레임'이 퍼지면서 급속하게 약화되었다고 합니다. 전체 노조 가입율은 10% 정도로 우리나라 수준이구요. 노조가 있는 곳은 대부분 교육계나 경찰 같은 공공 부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을 다루는 이유는 새로운 노조의 형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 유니온'이라는 스타벅스 근로자 노조는 24년 10월에 노조가 결성됐구요. 온라인을 기반으로 업무 플랫폼인 슬랙 채널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게 정말 흥미롭죠. 아마존의 경우에도 노조에 내는 조합비가 없고, 자발적으로 SNS를 통해서 생겨났다고 합니다. 물류센터 근로자 중심으로 생겨난 거구요. 우리나라로 치면 쿠팡 물류센터 근로자가 인터넷으로 노조를 만든 거겠죠. 새로 사회에 진출한 젊은 세대에서 새로운 노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늘어났고, 조직적인 노조보다는 네트워크를 통한 유연한 조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 5. 우리 노조의 미래
우리 사회에서 근로자들의 인권을 위한 노조 문화가 잘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여러 방면에서의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독일처럼 제도를 통해 협상테이블에 근로자들이 이미 앉아있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기업들에 근로자 대표들이 이사회 일정 비율을 차지하도록 제도화하면, 파업을 하거나 단체행동을 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이사회에서 근로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겠죠.
스웨덴처럼 자율적인 합의 기구를 통해서 협상을 할 수도 있겠죠. 노조 가입율을 높이고 다양한 직종의 노조가 생겨서 노조가 직접 실업급여, 이직, 직업훈련 등을 맡아서 일종의 사회보험처럼 작동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젊은 세대를 위한 디지털 기반 노조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 기반, 네트워크식의 노조가 생겨나서 플랫폼 근로자, 프리랜서, 배달 근로자들도 가입하고 큰 비용 없이, 투명하게, 근로자들을 대변할 수도 있겠죠.
다음 노조 시리즈 3편에서는 조용하지만 강하고, 근로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진짜 노조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공부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