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라고 배웠는데, 이제는 노동자라고?
# 1. 노동절
최근 고용노동부가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새로운 정부의 공약 중 하나였다고 하는데요.
저는 좀 의아했습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 건설회사에서는 회사는 관리직이고 실제로 일하시는 분들을 지칭할 때, 노동자라는 말을 쓰지 말고, 근로자라는 말을 쓰라고 했거든요. 노동자라는 말이 기분이 나쁠 수 있기 때문에 순화된 근로자라는 말을 써라. 해서 저는 근로자라는 말이 입에 붙어있는데 이번에 발표를 보면 정반대였습니다. 그래서 좀 공부를 해봤습니다.
# 2. 근로자
근로자는 우선 한자어입니다. 부지런할 근, 일할 노를 쓴 거죠.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이다. 노동자도 한자어입니다. 같은 일할 노자에 움직일 동자죠.
우선 우리가 느끼기에는 노동자는 뭔가 더 약간 와일드하고, 격렬한 노동을 할 거 같은 그런 이미지이고, 근로라는 건 뭔가 좀 정적이고 약간 화이트칼라 느낌이 듭니다. 근데 왜 이번에 고용노동부는 근로라는 단어를 빼고 노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려고 하느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근로자라는 말이 부지런하게 일한다, 조금 순종적이고 수동적이고 모범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에 노동자라는 말은 조금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그런 느낌을 가진다고 합니다.
# 3. 역사적으로
옛날에는 근로라는 단어와 노동이라는 단어가 별 차이 없이 쓰였다고 합니다. 근데 일제강점기 때, 부지런하게 일해야 한다는 느낌을 담아서 '근로정신대', 국가를 위해 솔선수범하는 조직이라는 뜻으로 썼다고 하구요. 군수공장이나 조선소에 끌려가서 강제노동을 했다고 합니다. '근로보국대', 힘써 일해서 나라의 은혜에 보답해라.라는 뜻으로 강제노동을 시켰다고 합니다. 이렇게 좀 안 좋은, 착취적인 단어로 악용이 됐구요.
이거는 또 군사정권과 연결이 됩니다.. 대부분의 해악은 이때 일제강점기 때 생기고, 군사정권 때 강화된 거 같아요.. 박정희 정권 때, 노동이라는 말들을 모두 제거하고 근로라는 단어로 대체합니다. 노동운동이라는 게 투쟁적인 성격이 강했고 북한에서 자주 쓰는 단어다 보니까 그런 거부감이 반영됐다고 합니다. 이때, 노동절이 근로자의 날로 바뀌었다고 하구요.
독재정권 때, 노동자의 권리와 삶이 좀 억압됐었죠. 그러면서 노동이라는 단어는 투쟁, 파업, 계급 간갈등을 상징한다면서 금기어처럼 취급했다고 합니다. 대신에 근면하고, 성실하고, 충성의 의미가 있는 근로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 4. 지금은
저는 요 단어들을 통해서 좀 느낀 게.. 참 여러 방면에서 아직도 그런 군사정권의 잔재들이 남아있고, 특히나 제가 다녔던 회사도 군사정권의 혜택을 받아서 대기업이 된 케이스인데. 역시 그런 잔재들이 남아있고, 여러 다양한 포장 수단을 통해서 현재까지 그런 문화들을 이어오고 있었구나. 느낀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도 거기에 가랑비 옷 젖듯이 정말 스며들어 있었고.. 참 신기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정리해 보자면, '노동'이라는 단어는, 권리, 교환가능한 자산, 투쟁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이 들어있는 단어라고 합니다. 반면에 '근로'라는 단어는 성실하게 일하라는 약간의 도덕적 요청이 들어있다. 그래서 주체성이 있고 권리를 담고 있는 노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이런 결론입니다.
# 5. 댓글 반응
저는 최대한 중립적인 위치에서 이런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 궁금증을 다루려고 하는데요. 조금 좌파냐, 뭐 좌좀, 좌빨, 이런 댓글들이 많이 달립니다. 물론 좋은 댓글들도 많지만요. 근데 저는 조금 중립적인 위치에서 말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예전에 그런 댓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니들이 자꾸 오른쪽으로 가더니 나보고 좌파냐고 하면 어떡하냐" 전에 영상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제 개인적인 정치성향이 있지만, 그거랑 관련 없이 중립적으로 주제들을 다루려고 하구요. 조금 우리나라가 우편향적으로, 우경화가 되어있기 때문에 어떤 분들께는 좌파다, 이런 이야기를 하실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가 이렇게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면 당연히 제 이야기에도 비판을 하는 댓글이 달릴 수도 있는거구요. 하지만 뭐 가면 뒤에 숨어서 지랄하네, 개소리하네.. 뭐 빨갱이니.. 그런 댓글들은 조금 금지어로 차단을 하려고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그냥 제 얼굴이 드러나는 걸 원치 않아서, 많이 내향적인 사람인데, 저를 알아보는 걸 원치 않아서 가면을 쓰는 거거든요. 뭐 자랑스럽게 말을 못 해서, 당당하지 못해서 가리는 게 아니고요.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악플이 달리면 기분이 안 좋은데, 얼굴을 내놓고 하는데 악플이 달리면 기분이 더 안 좋을 것 같구요ㅋㅋ
근데 얼굴을 드러내고 하면 또 악플을 고소할 수 있으니까, 법적 처벌을 할 수 있는 점은 또 장점인 것 같기도 하네요. 시간이 지나서 이 가면에 대해서는 생각이 또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너무 가면 가지고 뭐라고 하지는 말아 주시고..
악플들은 고소가 안되기 때문에 최대한 필터링해서 뜨지 않도록 해보겠습니다. 제가 상처받는 것도 있지만, 그 악플들을 놔두면,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댓글창이 좀 혐오나 공격적인 말들로 더럽혀질 수 있어서 필터링을 하고 있으니까요. 혹시라도 악플이 아닌데 필터링이 되셨더라도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말아 주시고..
네,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