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기부가 더 효율적이잖아

효율적 이타주의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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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하는 거 좋지. 근데 나는 체력도 안 좋고.. 가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할껄.. 그냥 내가 지금 돈 버는 걸로 기부하는 게 아마 더 효율적일거야." 저는 이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거기 가는 차비, 내 밥값, 이렇게 투자해도 막상 가면 큰 도움이 되지 못할거다.. 그런 생각으로 봉사활동을 많이 해보질 못했습니다.


유기견 산책 봉사를 해봤는데 하필 그날이 폭염이어서.. 더워 죽을 뻔 했었거든요..ㅋㅋㅋ 갔다와서 하루 정도 앓아누웠더니 봉사활동은 나랑 안 맞나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기부를 하자. 이렇게 생각을 했었는데요.


이 생각은 사실 ‘효율적 이타주의’라는 말로 설명됩니다. 우리는 자원과 시간이 한정되어있으니, 이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 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다. 철학적으로는 공리주의에 가까운 겁니다. "최대한 많은 선을 추구해야한다."


우리가 400만원이 있습니다. 이걸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할 수도 있지만, 아프리카로 400만원을 보내면 수백명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겠죠. 효율적 이타주의의 시선에서 본다면, 장학금은 비효율적인 선이 되는 거고, 아프리카로 보내는 돈은 효율적인 선이 됩니다.


호주의 철학자 피터 싱어가 대표적인 효율적 이타주의자인데요. 이 분은 얕은 연못에 이걸 비유합니다. 새로 산 비싼 신발을 신고 기분 좋게 걸어가고 있는데 바로 옆의 얕은 연못에 한 아이가 빠져있다면, 당연히, 비싼 신발이던 뭐던, 아이를 먼저 구하려고 뛰어들겁니다. 도덕적으로 상식이죠.


그렇다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아프리카에서는 지금도 굶어죽는 아이들이 생기는데, 그 비싼 신발 값을 아껴서, 그 아이들을 살리는 게 똑같은 논리로 맞지 않겠냐는 겁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소고기 먹을 거 돼지고기 먹고, 그 돈으로 생명을 구하고, 에어팟 살거, QCY 사서, 남는 돈으로 생명을 구하고, 포르쉐 살거, 모닝 사서, 남는 돈으로 생명을 구하자. 이런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우리의 사치를 희생해서라도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의무다.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이 논리에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고, 전재산을 기부하거나,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렇게 효율적 이타주의는 가치 계산에 따른 최대 행복의 실현이라는 공리주의 사상을 실천으로 확장한 운동으로 여겨집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픈 AI의 샘 알트먼도 이 운동에 동의하는 대표적인 인물이구요. 또 하나의 대표적인 인물은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 입니다.


샘 뱅크먼 프리드는 대학시절부터 ‘효율적 이타주의’의 논리에 영감을 받아서 "돈을 일단 최대한 많이 벌어서, 그걸로 기부를 하고, 세상을 이롭게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만들고, 전세계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원했던 대로, 거금을 기부합니다. 그러면서 효율적 이타주의 진영이 확보한 자금이 약 46조 정도까지 많아집니다. 여기까지 보면 정말 그럴듯하죠.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이 신화가 무너집니다. 효율적 이타주의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켜버리는 맹점이 있었습니다. 마키아밸리즘 같은 거죠. "나는 어차피 기부를 하기 위해,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벌기 때문에 그 과정은 큰 상관이 없을거야. 어차피 기부하려고 하는 건데."


샘 뱅크먼 프리드는 고객들의 돈을 빼네 거액의 광고를 하고 그래서 또 다른 고객들이 돈을 맡기면 그 돈을 빼네 암호화폐를 사고, 이런 폰지사기식 구조로 FTX를 키워왔던 거죠. FTX는 현재 파산했고, 샘 뱅크먼 프리드는 감옥에 들어가있습니다. 재밌는 건 이런 샘 뱅크먼 프리드의 스토리가 효율적 이타주의의 철학이 얼마나 위험한지, 도덕적으로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줍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수해가 난 지역이 정말 많죠.. 저도 군생활하면서 울산 태화강 복구를 해본 적이 있어서, 이 수해 복구가 얼마나 힘든 건지 압니다. 근데 지금 저는 수해현장에 가서 삽질하는 것보다, "내가 회사 다니면서 돈을 벌어서, 그걸 기부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봉사를 가지 않았습니다. 극단적으로, 연봉이 몇백억인 스타 강사나 스포츠 스타들이 직접 와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그 시간에 강의를 하나 더 해서 돈을 많이 벌고 그 돈으로 기부를 하는 게 더 낫지 않냐는 거죠.


하지만 이 주장엔 많은 맹점이 있습니다. 우선 인간은 돈으로, 또는 어떤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존엄성이 있습니다. 숫자로 환산하면 안된다는 거죠. 인간의 고통, 윤리, 공동체의식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10만원으로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2명 살릴 수 있다고 해도, 우리는 10만원으로 친구 아버지 장례식에 가서 부의금을 넣습니다. 아프리카 아이들을 살리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해도, 우리는 정서적으로 가깝고, 책임감을 느끼는 인간관계를 더 옳다고 느끼는 거죠. 돈으로 측정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겁니다.


도덕은 꼭 효율적이어야 할까요? 비효율적인 도덕은 도덕이 아닐까요? 전세사기로 돈을 번 사기꾼이 면죄부를 받고 싶어서 1억을 기부하는 것과 시민들이 만원씩 모아서 5000명이 5000만원을 기부하는 것과 어떤 게 더 효율적인가요? 어떤 게 더 도덕적인가요?


효율적 이타주의는 인간을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수단으로 보고, 목적으로 보질 않습니다. 도덕을 숫자로 환산해서, 그 속의 관계와 책임감을 놓칩니다. 결과만 따지고, 과정은 간과할 수 있는 위험성도 있죠. 그 결과로 봉사보다 기부가 낫다는 생각으로 도덕을 아웃소싱 해버리게 만듭니다. 도덕을 외주 주는 거죠. 그리고 인간의 감정에 효율이라는 판단을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자만심, 선민의식이 담겨있죠. 그 효율이 정말 효율적일까요?


"오케이, 효율을 따지면 안되겠다. 근데 내가 봉사활동을 하거나 기부를 하는데.. 무슨 기준으로 해야할까? 나는 당장 먹고 살기 힘들고, 몸과 정신이 힘들어서 봉사하기도 힘든데.. 큰 도움도 안될 거 같고.." 우선, 효율적 이타주의 뒤에 숨어서 회피하지 않는다는 것부터가 도덕적으로 한단계 올라간 겁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생각을 해봅시다.


수해복구.. 장애인 봉사.. 우리는 수해를 당하지 않을까요? 아파트에 사신다구요? 우리가 장애인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장애는 어느순간, 누구나 가질 수 있죠. 그렇게 직장에 못 나가고, 생계가 어려워지면 아파트에 계속 살 수 있을까요? 어쩔 수 없이 주택에 산다면, 비가 들이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누구나 약자가 될 수 있고, 우리는 아직 약자가 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봉사는 어떻게 보면 미래의 나를 좀 더 나은 상태의 현재의 내가 돕는 거죠. 남일 같지가 않으니깐,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니까 봉사를 하는 거죠.


우리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없나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죽지 않고 살아있는 건, 누군가가 목숨바쳐 싸웠기 때문이죠. 누군가가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을 했기 때문에 살아있죠. 우리는 그걸 갚는 것 뿐입니다. 내가 받은 걸 도와주는 것 뿐이겠죠.


봉사라는 건, 누군가의 고통 옆에 존재해주는 거라고 합니다. 실제로 가보게 되면, 여러 힘든 일들이 보이고, 여러 가치들이 보이고, 우리 감수성도 확장됩니다. 아무리 기부를 많이 해줘도, 누군가는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고, 그들 곁에 있어줘야 합니다.


나는 네가 아니지만, 너일 수도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건,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오늘 누군가의 곁에 있어주는 용기다.


우리는 무엇을 얻느냐보다 무엇을 주느냐가 만든다.


행복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때 온다.


봉사를 하면 내가 성장한다고 합니다. 보고 느끼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됨으로써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죠. 그러니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성장한다는 생각으로 봉사를 나가볼까 합니다. 한달에 한 번, 봉사를 다녀오고 영상으로, 글로 남겨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오늘도 한 단계 생각이 성장한 것 같네요..ㅎㅎ


여러분들도 좀 설득이 되셨나요? 아니면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댓글 부탁드리구, 내용 좋으셨다면 좋아요, 구독도 눌러주시고..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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