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출신의 생각
최근 산재가 매우 화제입니다.
포스코이앤씨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노동부장관이 포스코를 방문했죠.
산재는 바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가 되도록 했구요.
건설사에서 일했던 저로서는
이번에 보고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누구는 여기에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지,
기업을 옥죄면 어떡하냐?
그러면 단가 올라서 부동산 급등한다.
이런 반응도 있는데요.
오늘 그 반응이 왜 잘못된 반응인지
정확히 파악해보겠습니다.
저는 산재가 매년 수십명씩 발생하는,
매년 수십명이 돈을 벌러왔다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그런 회사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물론 원청 직원이라
직접적인 위험 속에서 일을 하진 않았지만,
그런 환경에서 일을 하면서 느낀 점과
추가로 조사한 것들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우리나라의 산재는 정말 많이 발생합니다.
우리나라는 1년에 10만명당 16~20명이 돌아가십니다.
선진국들이랑 비교를 해볼까요?
영국은 1.9 ~ 2.4명,
독일은 2.9 ~ 3.6명,
일본은 6.8명,
미국은 9.6명,
호주는 3.4명입니다.
적어도 2배에서 5배 정도 차이가 나죠.
또, 특이한 점은 건설업 산재 비중이 높습니다.
우리나라는 건설업 산재가 51~53%입니다.
다른 나라의 비중은 훨씬 적습니다.
영국은 28%, 미국은 20%,
독일은 33.8%, 일본은 29%.
우리나라는 산재도 많이 일어나고
그 중에 건설업 산재 비율이 높다는 게 특징입니다.
그러면 왜 그러냐하면
보통 불법하도급 문제가 항상 언급됩니다.
우리나라 건설업에서 하도급은 본래 합법입니다.
우리나라 건설면허는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2개로 나눠집니다.
내가 돈을 가지고 집을 지으려고 한다면,
저는 사업주가 되는 거구요.
저는 종합건설업 면허를 가진 A업체와 계약합니다.
얼마를 줄테니, 몇층짜리 건물을 지어줘.
그러면 A 업체는
전문건설업 면허를 가진 많은 업체들과 계약합니다.
적으면 10개, 많으면 몇백개 업체와 계약합니다.
그러면 그 전문건설업체들은 본인의 직원들
정규직, 일용직 모두 데리고 와서 일을 합니다.
그러니까 법적으로 보장된 하도급은 이렇게
사업주 - 종합건설업체 - 전문건설업체
많아야 1차, 2차 하도인거죠.
근데 여기서 불법 하도급이 등장합니다.
B업체: 1억 받고 유리공사
B업체는 대관, 친환경 인증 업무만 하고 C업체에 재하청
C업체: 8천만원 받고 유리공사
C업체는 유리수입권리만 행사하고 D업체에 재하청
D업체: 6천만원 받고 유리공사
D업체는 유리수입절차만 수행하고 E업체에 재하청
E업체: 4천만원 받고 유리공사
이렇게 불법하도급이 일어나면
1억을 주고 유리를 사서 달아야하는데,
중간 관리비로 다 빠지고
4천만원을 주고 유리를 사서 달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3달 동안 일해야하는 건데
1달 만에 공사를 끝내야 하고,
30명을 써야 하는건데,
20명을 써서 공사를 끝내야 합니다.
안전에 쓰일 돈과 시간이 부족해지는 거죠.
이게 비유라 그렇겠지, 하실 수 있지만 실제로는 더합니다.
얼마 전에 맨홀에서 2명이 돌아가신 사건에서는
인천환경공단에서 A사에게
2억 800만원에 용역 사업을 맡깁니다.
A사는 B사에 하청을 줬고
B사는 C사에 재하청했고
C사는 D사에 재하청했습니다.
돌아가신 노동자는 D사 직원이셨습니다.
이에 대해서 인천환경공단 이사장은
인천환경공단의 책임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뭐 누가 잘못했던 간에, 이런 불법재하도급이
결국에는 면허도 없고, 안전관리 능력도 없는 업체가
현장에서 일을 하게 하는
문제를 발생시키는 거죠.
제가 회사에 있을 때도 이런 불법 재하도급은
정말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아파트 재건축 현장이라면, 사업주는 조합이 되겠죠.
조합이 제가 속한 회사에 1차 하도를 주죠.
저희 회사는 유리 공사를 2차 하도를 줍니다.
그러면 유리공사는 유리공장이 있는 업체만
계약을 할 수 있어서
보통 대형 유리 공장이 있는 업체와 계약을 합니다.
그러면 그 업체는 큰 업체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할 사람 관리까지는 하기 싫어합니다.
그러면 그 유리 업체는 유리만 생산해서 현장에 보내고,
유리공사는 제 3의 업체를 시킵니다.
원래는 그 유리업체에서 사람들을 직접 고용해서
공사까지 해야 맞는건데 말이죠.
근데 그걸 시청에서도 알면서도 문제삼지 않고,
심지어 조합, 그리고 우리 회사에서도 알면서
문제삼지 않습니다.
이미 다 그렇게 일을 하고 있는데,
우리만 어떻게 법 다 지키면서 일하냐는 거죠.
그러면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미국에서는 원칙적으로 산재가 발생하면,
하도급 업체와 원청 업체까지 같이 처벌합니다.
독일도 마찬가지, 원청의 책임을 매우 강하게 묻습니다.
영국은 원청 뿐만 아니라, 사업주의 책임도 묻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재건축조합까지 책임을 지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원청의 경영진을 처벌하겠다는 거거든요?
근데 해외에서는 원청 뿐만 아니라,
쩐주인 사업주도 관리상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법이 나온다고 하면,
사업하기 어렵게 만드냐,
기업들 발목 잡냐,
부동산 공급을 옥죄는 거냐,
이런식으로 언론플레이가 나오겠죠.
하지만 산재를 강하게 처벌하고,
원청의 책임을 강조한다고,
사업하기가 어려워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직원들과 하청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같이 상생하며 성장할 수 있죠.
세계 건설사 순위에는
프랑스, 스페인, 오스트리아, 스웨덴, 스페인, 미국 등
산재 사망률이 우리나라보다 5배는 적은 나라들이
훨씬 잘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산재를 줄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말씀드린 것처럼 산재를 줄이려고
정부나 지자체에서 나서면,
건설사가 광고주고, 심지어 건설사가 모기업인
언론사들이 죽는 소리를 하고 나섭니다.
"아이고 기업하는 사람들 망한다"
"불법하도급 못해서 단가 올라가서 부동산 폭등한다."
그래서 언론개혁도 필요하겠지만,
여기서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고
"불법하도급은 단가를 낮추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단가를 높이는 요인이라는 것"을
정확히 아는 우리 시민들의 인식이 중요합니다.
괜히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일을 할 때도 불법하도급이 이슈가 됐을 때는
관련 산재가 났을 땝니다.
다른 현장에서 산재가 났는데,
그게 불법하도급이 연루가 됐다.
그래서 이번에 국토교통부에서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다.
불법하도급이 진행중이라면 현장별로 리스트를 내고,
자수를 해라, 그러면 이번만 봐주겠다.
이렇게 공문이 내려옵니다.
그러면 솔직하게 불법하도급 리스트를 써서 낼까요?
약점 잡힐까봐 "불법하도급 해당 없음"
이렇게 공문 답장을 보냅니다.
현실이 그렇습니다.
언제 그 리스트를 가지고 현장을 압박할 지 모른다!
숨겨라! 이런 식으로 본사에서 오더가 내려오죠.
그래서 정말 본질적인 이야기이지만,
시민들이 의식이 바뀌고, 그게 올바른 여론을 형성해서
정부나 지자체가 힘을 가지고
산재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야합니다.
그렇게 작지만 정직한 전문건설업체들이 성장하고,
종합건설업체는 그런 정직한 전문건설업체들과 계약하고,
사업주들은 정직한 종합건설업체와 계약을 하겠죠.
그러면 다른 선진국들처럼 산재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정확한 여론을 형성해야
정부와 지자체가 불법하도급을 더 이상 봐주지 않고,
건강한 산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돈을 벌 수 없게
확실히 조치를 할 수도 있구요.
이번에 포스코 이앤씨가 사망사고가 또 나니까
건설업 면허 취소까지 언급을 해서
확실히 강경하게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포스코이앤씨는 건설업 중에서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기업문화가 굉장히 개방적인 곳이거든요.
다른 보수적이고, 정말 폐쇄적인 건설사가 많고,
산재도 다른 회사들이 훨씬 많습니다.
근데도 이렇게 확실히 신호를 보내는 것이 좋았고,
아마도 다른 건설사들도 주의를 해야겠다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1억짜리 공사를 2,3,4차 재하도를 줘서
5000만원에 하게 하면,
3일 공사할 거, 하루만에 끝내야 하고,
안전에 쓰일 돈도 그만큼 줄어들고,
안전에 신경쓸 인력도 줄어드니까요.
불법하도급은 잘못된 관례다.
우리나라는 산재가 굉장히 많은 나라고,
그 중에 건설업 비중이 굉장히 높다.
그래서 우리가 올바른 여론을 만들어서
힘을 실어주자는 얘기를 해봤습니다.
저도 원청 직원이었지만,
나도 현장을 돌다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참 그럴 때마다 가끔 섬뜩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협력업체 직원들은
더 얼마나 위협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건지..
더 이상 돈 벌러 나가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이런 컨텐츠를 만들어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