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대의 항우울제,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과 시대적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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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제목을 다들 한 번씩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일본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입니다.

역시 고전으로 불리구요.


이토준지가 만화로도 그린 작품입니다.

저는 이토준지 만화로 먼저 접하고 소설을 읽었습니다.

이토준지 특유의 기이한 그림체가 흥미로워서 봤는데,

원작도 궁금해서 고전 원작을 보게 됐습니다.


마치 쇼츠는 뇌에 안 좋다고들 하지만,

쇼츠로 잘린 영화에 흥미를 갖게 되고,

결국 그 영화를 보게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이 작품 역시 첫번째 줄이 유명합니다.

특히나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이야기도 들어있어서

더 소설이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전형적인 우울증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청소년 우울증,

나이가 들어서는 성인 우울증.

그걸 숨기려고 익살스러운 행동을 많이 합니다.


어떤 백치 아이가 그걸 정확히 짚어냅니다.

"너 (일)부러 그랬지?"

거기서 마음이 엄청 철렁하고

치부가 드러난 것처럼 생각을 합니다.


저도 어렸을 때, 선생님이나 누가 지적을 하면,

굉장히 마음이 철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돌아보면 학생이 한두번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 때 당시에는 굉장히 크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우울증 특..)


[뭐가 갖고 싶지? 하고 누가 물으면 저는

그 순간 갖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어져버리곤 했습니다.

아무래도 상관없어.

어차피 나를 즐겁게 해줄 것 따위는 없어.

그런 생각이 꿈틀 일어났던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청소년 우울증 증상인 거 같아요ㅋㅋㅋ

중2병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물론 제가 정신과 의사는 아니지만..)

아버지도 굉장히 강압적이고 분위기가 딱딱한 집안이었고,

어머니와의 교류도 거의 없습니다.


어렸을 때, 집안 하녀와 머슴한테서 몹쓸 짓을 당했고,

그걸 가족들한테 말을 못합니다.

호소해도 답이 없을 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

가정이 어떤 분위기인지 보여주죠.


[서로 속이면서,

게다가 이상하게도 전혀 상처를 입지도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이

인간의 삶에는 충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저도 이런 사람간의 관계가 정말 힘든 거 같아요.

좋은 사람한테서 받는 행복과

나쁜 사람한테서 받는 불행,

그리고 좋은 사람의 배신.

이런 것들이 참 쉽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불행이 좀 더 크게 느껴지는 타입이었던 것 같아요.

반대로 외향적인 분들은,

불행보다 행복이 더 크게 느껴지시겠죠?


이토준지 만화에서는

백치 친구도 죽게 되고, 하숙집 아이도 죽고,

같이 약을 먹기도 하고, 굉장히 파격적인데,

소설은 좀 순합니다.


이 인간실격을 보고 정말 한심한 인간이다.

너무 자극적이라는 분들도 있어서 걱정했는데요.

다행히 만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보니

굉장히 순한 맛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술도 못 마셔, 담배도 못 피워,

그저 아침부터 밤까지 2층 삼 첩 방 고다쓰에 파고들어

낡은 잡지 따위를 뒤적이면서

백치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저에게는

자살할 기력조차 없었습니다.]


우울증은 그런 시도를 할 기력이 없죠..

잠깐 힘이 날 때, 그런 시도를 하신다고 합니다.

슬프죠..


내향적인 사람은 어떻게 보면 처세술이 좋습니다.

외향적인 사람이 캐치하지 못하는

세세한 부분을 캐치하거든요.


그래서 처세술이 좋을 수 있지만,

그만큼 사람들한테 상처를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내향적이고 사람들을 피해다니죠.

역설적입니다.


주인공과 친구가 술 취해서 반의어, 유의어 놀이를 합니다.

이 부분을 해석하신 분들도 있었는데요.

저는 그냥 뭔가 같이 술주정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술 취해서 아무말이나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술을 안 먹은지 꽤 됐는데도

정말 친구들이랑 술취해서 아무말이나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ㅋㅋㅋ

그만큼 잘 썼다는 게 아닐까요?


주인공이 우울증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여성 편력,

모르핀에 중독되고, 술값과 약값 때문에 생활고에 빠지고

마지막엔 정신병원에 들어옵니다.


정신병원에 감금되니까 주인공이

"아 나는 인간실격이다."

이제 정신병자라는 낙인도 찍히고 큰일났다.

이 때 시대적인 문제가 나오죠.


지금까지 우울증에, 알콜중독에,

여성 편력에, 약물 중독에, 생활고에

그게 인간 실격이죠.

정신병원에 들어간 순간부터는

치료를 받고 다시 정상적으로 살 기회를 얻은 거죠.

낙인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만화에서는 엄청 늙어보기에 끝나는데요.

이 소설에서는 겨우 스물 일곱이었다고 합니다.

이제 치료 받고 다시 살아가면 딱 좋을 나이죠ㅋㅋㅋㅋ

참, 이 시대적으로 우울증에 대한 인식,

정신병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가 느끼게 됐습니다.


전반적으로 우울증 걸린 사람의 수기 느낌이었습니다.

지금은 우울증이라는 병이 밝혀지고 인식이 바꼈지만,

그 때 당시를 저도 살았더라면

이 소설을 봤을 때 공감이 많이 되고,

심지어 치유되는 느낌까지 받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현대문학을, 최신 문학을

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전을 보니까 시대적 상황에 맞춰서 봐야하고

과학적으로는 이미 해석이 완료된 것들이 많았거든요.


현대문학은 지금 우리가 어떤 고통을 느끼고,

아직 과학적으로 해석되지 않은 그런 고통들을

공감하게 해주고, 치유하게 해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세대의 문제들을 짚어주고, 치유해주는

그런 현대문학을 또 읽어보고 소개해드려보겠습니다.


이 인간실격의 주인공, ‘오오바 요조’가 지금 살아있다면..

이제 27살이면 이제 시작이잖아요?

병원에서 치료를 잘 받고,

우울증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면 얼마나 좋은지,

그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반대로 지금 제가 겪는 고통들이 과학적으로 해결된

미래의 사람들이 저를 본다면, 비슷하게 생각할 것 같아요.

"그 고통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면 얼마나 좋은데!"

근데 그럴 수가 없죠.

우리가 이 시대적 환경에 얼마나 의존할 수 밖에 없는지,

다시 한 번 느꼈던 것 같습니다.

확실히 자기계발서에서 생략됐던, 느끼지 못했던,

여러 커다란 흐름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럼 다음에도 좋은 작품 소개해드리러 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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