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가 주는 위로
이순신 장군님은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1위라고 합니다.
2위가 세종대왕이구요.
나라의 영웅이 직접 쓴 일기를,
그것도 전쟁 중의 일기를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죠.
그만큼 보고 느낀 것도 많았구요.
생각보다 인간적인 내용이 많아서 재밌었습니다.
조직사회에서 빌런 같은 사람들,
리더의 중요성,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들까지.
인상깊었던 구절들과 부분들을 소개해드리면서
느낀 것들을 같이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발포 2호선과 가리포 2호선이
명령도 안 했는데 돌입했다가
얕은 곳에 걸려서 적들에게 습격을 당했다.
마음이 분하여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다.
(중략)
경상도의 좌위장과 우부장은
못 본 체하며 끝내 구원해 내지 않았으니,
그 괘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참으로 통분, 통분했다.
이 때문에 경상도 수사 원균에게 질문도 했는데
실로 한심한 일이었다.
오늘의 억울함을 무슨 말로 다 하랴.
이 모두가 경상도 수사 원균 때문이다.]
장군 부하들이 너무 의욕적으로 싸우다가
적들에게 당하게 됩니다.
근데 경상도 수군 녀석들이 못 본 척을 합니다..
그래서 경상도 수사 원균한테 따지는 내용입니다.
이 때, 이순신 장군님은 전라도 좌수사를 맡고 있었고,
원균은 경상도 우수사를 맡고 있었는데요.
조선에는 수군이 5개가 있었고,
충청 수사,
전라도 좌수사, 전라도 우수사,
경상도 좌수사, 경상도 우수사.
이렇게 5명의 장군이 있었습니다.
원균은 지금으로 치면 옆팀 팀장인겁니다.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원균에 대한 스트레스를
일기에 풀어내십니다.
[우수사와 활을 쏘았다.
아주 형편이 없으니 우스운 일이다.]
장군이라는 게, 활도 잘 못 쏜다!
이런 내용입니다ㅋㅋ
[영남 수사 원균이 와서 술주정을 부리므로
배 안의 모든 장병들이 놀라고 분개했다.
그 고약스러움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영산령이 취해 넘어져 정신을 못 차리니 우습다.]
이순신 장군님도 술을 마시기는 하시는데
전쟁 중이기도 하고, 나라가 위기니까
적당히 마시는데요.
원균은 그냥 술에 취해서
장병들한테 술주정부리고
그러니까 참 우습다, 한심하다고 쓰신 겁니다.
[조금 있다가 윤동구가 그의 대장 원균이
임금께 올리려는 문서 초본을 가지고 왔는데,
내용의 고약함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었다.]
[원 수사가 거짓 내용으로 공문을 돌려
부대를 크게 동요시켰다.
진중에서도 이렇게 속이니
그 음흉하고 고약한 것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원균은 말 그대로 빌런입니다.
근데 이런 사람들은 보통 아부를 엄청 합니다.
회사 빌런들이 생각나는데요..
본인의 공은 크게 부풀리고,
주변 사람들의 공은 축소시키구요.
그 내용이 고약하다.
거짓 내용으로 공문을 보낸다.
이런 내용을 쓰신 겁니다.
[경상도 우병사 최경회의 답장이 왔다.
내용을 보면, 원 수사가 송경략이 보낸 화전을
혼자서 쓰려고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습다.]
원균은 명나라한테 지원받은 불화살까지
혼자서 다 쓰려고 합니다.
사실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 같아 보입니다.
조직생활에 저런 사람 꼭 있죠..
이순신 장군님마저도 이런 빌런들 때문에
열받고, 스트레스 받고,
부하들이 죽고, 모함도 당하셨다는 게,
어떻게 보면 영웅도 저렇게 힘들어했다는 게
'나만 그렇게 힘들어한 게 아니구나..'
평범한 저한테는 조금 위로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수군을 거창으로 붙들어 왔다고 하며,
원수(권율)가 방해하려 한다”고 하니 가소롭다.
예부터 남의 공을 시기하는 것이 이 같으니,
무엇을 한탄하랴.]
행주대첩의 권율장군님이 나옵니다.
원균은 권율장군이 방해하고 있다면서
권율장군을 좀 음해하는, 시기하는 상황입니다.
참 이런 사람들 보면, 수가 얕죠..
금방 들킬 거짓말인데도 뻔뻔스럽게 하고..
윗사람한텐 아부하고, 아랫사람한텐 갑질하고..
과시하고.. 실력은 없고..
이런 원균이 어떻게 이순신과 같은 직급일까요?
리더가 누군지 보면 됩니다.
선조입니다.
그 유명한 졸장, 선조.
서울을 버리고, 도망가면서도 백성들에게 피해를 주고
백성들에 대한 공감능력도 없고.
그러다보니 저런 빌런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게 된 것 같습니다..
역시 리더가 중요합니다.
[(선조) “수군의 여러 장수들과 경주의 여러 장수들이
서로 화목하지 못하다고 하니
앞으로는 그런 습관을 모두 버리라”는 내용이었다.
송구하고도 통탄스럽기 그지없었다.
이것은 원균이 술에 취해서 망발을 부렸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선조의 무능함이 보입니다.
원균이 거짓 보고를 하고, 술주정 부려서
어떻게 보면 원망을 사고 있는 것인데요.
그냥 너네 다 사이좋게 지내!
역시 선조는 졸장인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냥 그 팀은 문제가 많아!
이렇게 퉁쳐버리면서,
사람관리를 아주 못하고 있죠..
저는 그래서 이순신 장군이
원균에 대한 원망이 더 컸을 거 같아요.
원균은 저 모양인데, 윗사람은 또 저러니..
임금 욕도 못하고.. 원균만 탓을 했겠죠..
원균은 실제로 초반에 일본군을 막아내지 못하고
전투가 나면 도망가는 모습도 나옵니다.
이순신이 전라도 좌수사인데도
경상도까지 가서 일본군과 싸우게 되거든요.
그런 상황인데도 저렇게 꼬장을 부리니..
원균 욕을 할 수 밖에 없는 거죠..
그 와중에도 적지만 믿을만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순신을 등용했던 류성룡이라는 신하가 있는데요.
이순신 장군은 무과고, 이분은 문과입니다.
전쟁 중에 류성룡이 죽었다는 소문이 퍼지니까,
'아이고, 이거 나라 큰일났다.' 이렇게 일기를 쓰십니다.
그만큼 선조도 답이 없고, 다른 신하들도 답이 없고
그나마 정상인 동료한테
감정적으로 의지를 하셨던 것 같습니다.
이순신 장군 꿈 속에서 두 분이
조선에 대한 걱정을 하며 대화를 하시거든요.
영웅도 조직생활은 똑같이 힘들었나봐요.
특히나 리더가 선조라서.. 더 그랬겠죠..
류승룡 같은 좋은 동료가 있어서
그나마 버틸만하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저도 회사에서 여러 빌런들 때문에 힘들었지만,
동시에 그걸 치유해주는 것도 동료들이었거든요.
물론, 저는 빌런들의 힘이 더 쎄서
제가 튕겨져 나왔지만요..ㅋㅋ
난중일기 중간에는 원균이 일본군이랑 전투를 하는데,
가장 먼저 육지로 달아났고,
장수들도 그를 따라서 도망갔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반면에 이순신 장군은 아래 부하들이 겁을 먹을 때,
끝까지 뒤로 빼지 않고 일본군들과 싸웁니다.
그 모습을 보고 부하들이 용기를 내서
앞으로 다시 나오구요.
참 그 모습과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우수사 김억추는 겨우 만호에나 맞을까
대장 재목은 못 되는 인물인데,
좌의정 김응남이 서로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억지로 임명해 보냈다.
이러하고서 어찌 조정에 사람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다만 때를 못 만난 것을 한탄할 뿐이다.]
좌의정이 능력없는 낙하산을 꽂았습니다.
리더는 선조고, 좌의정은 저 모양이고..
그래서 시대를 탓하십니다.
그럴 수 밖에 없죠.
세종이나 다른 현명한 리더가 있었더라면,
그런 일이 확실히 줄었겠죠.
근데 리더가 선조다보니,
아랫물도 이 모양인..
아마 이 부분에서 선조 욕을 하고 싶은데,
유교 사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돌려서 말한 것 같기도 했습니다.
왕을 바꿀 수는 없었으니까요..
이런 나르시시스트들이 없어지지 않는게 신기하죠.
시대가 지나도 이런 빌런들은 존재하고,
정상적인 척 하면서 회사 잘 다니죠.
집단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이런 인간들이 없어져야 하는데,
아니 왜 자연선택되지 않는거지?
왜 멸종하지 않는거지?
궁금했습니다.
일단, 이런 인간들은 자기 확신이 있습니다.
카리스마도 있어보이구요.
말빨도 좋아보이고, 과장된 자신감이 있죠.
그걸 앞세워서 사람들 눈에 띄기 쉽구요.
보통 신입들이 회사에 들어가면요,
그런 나르형 인간들이 주목을 먼저 받습니다.
근데 대부분 동기들 사이에서는
빌런 취급 받는 동기인 경우가 많아요.
왜냐면, 신입들은 큰 역할을 못하는 게 당연한 건데.
나르들은 그걸 잘 포장하고, 과시하거든요.
그래서 실제 능력과 별개로
그런 자신감 있는 나르들이 주목받는 거죠.
연애나 결혼에서도 단기적으로는 이성을 유혹해서
대를 잇게 됩니다.
집단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나르 한명이 가져오는 피해는 굉장히 큽니다.
하지만 자연선택은 집단 전체의 차원이 아니라,
개인 차원, 개체 차원에서의
생존과 번식에서 이루어집니다.
집단을 망치더라도
개인이 생존과 번식을 하면 살아남는 거죠.
그니까 집단에 필요해서 계속 살아있는 게 아니라,
집단에 폐를 끼치면서도 개인은 살아남았기 때문에,
계속 존재한다는 겁니다.
이런 나르시시스트들의 피해를 줄일려면
리더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360도 인사평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후임들은 다 알거든요.
누가 빌런인지.
네.. 얘기가 좀 샜는데요.
다시 난중일기로 돌아와서
이순신 장군님은 종종 몸이 아프기도 하십니다.
[몸이 몹시 불편해서 움직이기도 어려웠다.]
[병세에 차도가 없었다.
기운은 더욱 빠져서 종일 괴로웠다.]
[기운이 조금 나는 듯하므로
따뜻한 방으로 자리를 옮겨 누웠다.]
[19일 맑음. 몸이 불편해 종일 신음했다.
20일 맑음. 몸이 불편했다.
21일 맑음. 몸이 불편했다.
22일 맑음. 몸이 조금 나은 것 같았다.]
[26일 맑음. 병세가 아주 심해서
사람을 거의 알아보지 못했다.]
나이가 많으시기도 했고,
시대가 시대인지라 자주 아프십니다.
시대의 영웅도 아프셨다는 게
평범한 우리가 '나만 허약한 게 아니구나'
이렇게 위로를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다보면,
어.. 근데 노량해전에서 전사하시는데..?
그러면 이 글쓴이는 실제로 글을 쓰다가 돌아가셨겠네?
어떻게 보면 비극을 읽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나라의 영웅이지만,
일기가 승리의 기록이 아니라
아프고, 화나고, 열받고, 동료한테 의지하고
이런 인간적인 면들을 볼 수 있어서
비극적이면서도 우리한테는 위로가 되는 거 같아요.
나도 힘든데, 영웅도 그렇구나.
이런 내용이 많아서 참 좋았던 거 같아요.
회사를 다녔을 때 읽었어도 좋았을 것 같구요.
결국에는 영웅의 일기를 보고 싶어서 봤는데,
한 평범한 인간의 일기를 본 느낌이라
그런 면에서 힐링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읽어보시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게 재밌으실 것 같습니다.
오늘도 빌런들 때문에 힘드실,
많은 직장인분들 응원하면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