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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첩 May 07. 2019

연필의 입학 나의 전학

수첩과 연필의 어린 시절(5)

많은 걱정과 고민의 시간이 지나고 연필이 입학을 했다. 연필이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였다.  학교는 도시의 저쪽 끝에 있었고, 우리 집은 도시의 가운데를 축 삼아 지도를 반 접으면 데칼코마니처럼 포개질 이쪽 끝에 살았다. 학교는 9시까지 가야 했던 걸로 기억한다. 엄마는 내가 눈 비비며 일어날 때 연필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도저히 매일 몇 년 동안 할 일은 아니었다.


사실 입학 전부터 부모님은 연필이 학교 근처로 집을 보러 다녔다. 주말마다 집을 봤다. 참 많은 집을 보러 다녔는데, 부모님이 중개사와 집을 보러 가면 나는 연필이와 차에 남아서 기다렸다. 간식도 먹고 차에 있는 오디오로 노래도 듣고. 가끔 집을 보러 간 게 오래 걸리면 연필이가 지루해 잠이 들었다. 나는 절대 잠들면 안 될 것 같아서 눈을 부릅뜨며 차창 밖으로 동네를 살펴봤다. 이 동네에서 살 수도 있단 말이지. 낯선 동네에서 과연 나는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첫 돌 전부터 살던 동네를 떠날 생각을 하니 불안해졌다. 그러다 과자를 먹고 있는 연필이를 봤다. 그래, 연필이가 학교를 가게 됐는데 그게 뭐 대수라고. 난 괜찮아, 연필아.


엄청 친절했던 새 친구들


그렇게 연필이가 입학한 지 몇 주가 지난 뒤 우리는 이사를, 나는 전학을 했다. 아이들은 굉장히 친절하고 잘 대해줬다. 불안과 걱정은 괜한 것이었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 집에 가서 놀던 때였다. 친구 어머니는 간식을 만들어 방에 넣어주시면서 내게 저녁도 먹고 가겠냐고 물었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사양했다. 몇 번 더 권하던 친구 어머니 내게 집에 누가 있냐고 하길래 엄마랑 동생이 있을 거라고 했다. 그분은 아, 그렇구나,라고 몇 번 말하더니 간식 먹으면서 재미있게 놀라고 다시 웃으며 방을 나갔다.

이후 우리 집에 놀러 와 엄마가 만들어준 간식을 먹고 간 아이들은 더 이상 부담스럽게 과한 친절을 베풀지는 않았다. 여전히 상냥하고 잘 대해주긴 했지만. 한참 지난 후 그 때 친구 중 한 명이 말했다.  엄마가 없는 아이인 줄 알았다고. 아니면 엄마가 바빠서 나를 챙겨주지 못하는 줄 알았거나. 전학 날 나는 아빠와 학교를 갔었다.


셔틀버스가 안 지나간다고?


그런데 이사할 때 부모님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우리가 이사 온 집 쪽으로는 연필이 학교의 셔틀버스가 지나가지 않는다는 거였다. 엄마는 더 먼 곳도 셔틀버스가 다니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는 안 다닐 줄 몰랐다고 했다. 가까이 이사를 왔지만 꼭두새벽에 눈 비비고 나가지 않는다는 것 말고는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버스를 타기까지 걷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를 기다리기도 힘들었다. 결국 엄마는 운전대를 잡았다. 이것이 면허만 따 두었던 엄마가 운전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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