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첩 May 17. 2019

"연필이도 데리고 나와"

성인이 된 연필이

나는 대학을 졸업했고, 연필이는 특수학교 고등부를 졸업했다. 그 후 얼마 안 돼서 만났던 오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다음에 우리 만날 때 연필이도 데리고 와."

친구를 만날 때 굳이 연필이를 데리고 나간 적이 없었다. 친구들과 노는데 집중할 수 없으니까. 아니, 사실 아예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얘는 왜 그런 얘길 하지?

"스무 살 이잖아! 한창 술 마시는 데도 가 보고, 예쁜 카페도 가고, 옷도 구경하고 그럴 나이 아니냐. 우리 놀 때 같이 나와서 놀자고."

그러고 보니 그랬다. 연필이는 학교를 오래 같이 다닌 친구들은 있지만 장애 특성상 서로 교감을 하고 약속하고 뭔가를 함께 하기 힘들었다. 그러니 친구들과 그런 곳을 가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의 취향이나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기에는 부모님보다는 내가 더 수월하겠지. 나는 연필이가 성인이 된 지 조금 지났지만 그 사실을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동생으로만, 보호해야 할 존재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친구를 만날 때 연필이를 데리고 나오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었다. 연필이와 다니다 보면 돌발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놀라거나 싫을 때 나오는 이런 행동을 감당한다는 것은, 오히려 연필이와 둘이라면 할 만했다. 하지만 놀러 나온 친구, 오래 봤어도 연필이의 장애에 익숙하지 않을 친구에게 미안할 것 같았다. 내 마음이 불편한 게 더 컸다. 친구에게 그런 말 해줘서 고맙다고, 하지만 동생과 둘이 다녀봐야겠다고 말했다.


20대 연필이가 좋아했던 것 들


성인인 연필이가 좋아할 것들을 생각해 봤다. 술을 마시는 곳은 깜깜하거나, 큰 소리의 음악이 나오거나, 사람들이 목청껏 떠들거나 했다. 이 중 둘을 함께, 셋을 함께 하는 곳도 많았다. 연필이는 큰 소리가 나는 곳, 어두운 곳을 무서워하므로 이런 곳은 제외. 극장도 제외. 물론 학교나 주간보호센터에서 단체로 극장을 많이 갔지만, 썩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영화를 이해하고 즐기지 못하고 그저 컴컴한 곳에서 팝콘과 콜라로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은은한 음악이 나오고 밝고 쾌적한  자리에 가벼운 먹을 것을 파는 카페는 연필이가 좋아할 것 같았다. 거의 항상 주스나 아이스초코를 남기긴 했지만 케이크는 다 먹었고 무척 편안해하고 좋아했다. 쾌적하고 구경할 것이 많은 백화점이나 쇼핑몰도 좋아할 것 같았다. 연필이는 백화점에 뭔가를 사러 간다기보다는 그냥 그렇게 구경하고 걷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연필이의 백팩이나 옷, 신발을 선물로 사 줄 때도 연필이 나이 때가 좋아할 만한 것이 뭔지 검색을 해 봤다. 지나다니는 연필이와 비슷한 나이 때의 사람들이 어떤 걸 하고 다니는지 이따금씩 보기도 했다. 구입 전 점원에게 요즘 비슷한 나이 때에서 많이 찾는 상품인지 물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산 선물의 만족도는 높았다. 보자마자 맘에 들어하는 것들도 많았다.


이제 연필이는 30대다. 20대였을 때보다 밖에 나가는 걸 귀찮아할 때도 늘었고 그때에 비해 취향도 조금씩 바뀌었다.


 


앞으로 매 주 금요일마다 글을 올리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도움되는 직업을 택하지 말고 도움되는 가족이 되어야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