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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첩 Jun 07. 2019

그것은 열등감 때문이었을까

번외 편-수첩 생각(2)

수첩 네 집은 영원히 가져가야 할 짐이 하나 있잖아요. 돈이 많아도 해결할 수 없는 거."

이런 이야기를 했던 C라는 사람이 있었다. 짐은 동생 연필이를 말 하는 거였고, 연필이의 장애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이 말을 하기 전에 C는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 했었다.


그전에 우리 가족은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우리 가족이 제일 불쌍하다는 말이었다. 돈이 없으면 벌면 되지만 연필이의 장애는 돈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고 했다. 왜 하필 그 사람은 가족의 문제를 돈과 장애로만 생각한 걸까. 자신들의 문제는 돈의 부족이었고, 우리 가족의 문제는 연필이의 장애라고 생각해서라고 짐작해 본다.(물론 나와 가족이 부자는 아니다) 세상에는 돈으로 해소되지 않는 것들이 많은데. 왜 하필 나와 우리 가족의 문제를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콕 집어 말한 걸까. 엄마는 그 말에 좀 어이없어하면서도 속상해했다. 나는 엄마가 더 속상할까 봐 웃기는 소리 한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말라고도 했다. 실은 그 말이 마음속에 깊이 꽂혔나 보다.


입찬소리하시네요. 나중에 돈'만' 없을지 돈'도' 없을지 어떻게 알아요?"

나는 빈정 거리며 C에게 바로 저렇게 답을 했다. 아마 그전에 들었던 비슷한 말을 마음에 담아뒀기 때문일까.

곰곰 생각해보면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돈이 엄청나게 많아도 연필이의 장애가 없어지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단순히 돈이 많다고 해서 연필이가 나중에 혼자 잘 살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반응을 한 걸까. 이렇게 비꼬듯 대꾸한 것은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자리 잡은 열등감 때문이었을까.


나는 그동안 자잘하게, 작은 마음의 생채기들이 날 때마다 화를 내지 않고 냉소를 보내는 태도를 취했다. 

학기 초에 어떤 선생이 내 동생이 장애가 있다는 걸 알고는 그늘진 아이라고 평가할 때도 그랬다. 내 얼굴도 제대로 이름과 연결하지 못하면서, 나와 몇 마디 나눠본 적도 없으면서 웃기고 있네,라고 했다.

내가 성취한 것은 동생의 것과 평균을 내면 1/2만큼 성취한 것이다, 사회적으로 무시받지 않으려면, 그리고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려면 두 배는 더 열심히 하라는 내 또래 사람의 말을 들었을 때도 그랬다. 평균 계산법이 웃기네, 내가 이룬 걸 보니 배 아픈가?라고 허허 웃어버렸다.

장애인 동생을 두고 설마 연애도 하고 결혼을 하려 하냐는 말을 들었을 때도 그랬다. 저 사람은  소개팅 나가는 족족 거절당해서 예민해졌나 보지, 라며 비웃어줬다.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건 내 진짜 마음일까. 나는 열등감에 의한 '열폭'을 하지 않기 위해 일종의 자기 검열을 하고 있던 건 아닐까. 사실은 화나는데. 불쾌한데.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상대를 비웃어버리는 것이야말로 열등감을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뭐 좀 그러면 어때. 화나면 화난다 하고, 개소리는 넣어두라고 하자. 그렇게 하기로 마음만 먹었을 뿐인데, 마음이 엄청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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