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걱정인가 싶지만, 그럼에도... 사람마다 몸 상태가 다르고 알레르기 반응하는 물질도 다르니 제 경험은 그저 참고만 하시고 병에 대한 상담은 의사와 하십시오.
"집 앞까지 가요. 너무 늦었는데.”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면 야근 후 택시를 탔습니다. 도착할 때가 되면 결혼 전 부모님과 함께 살던 시절, 집이 큰길가라 큰 길 횡단보도 앞에 세워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가끔 친절한 택시 기사분들께서는 집 앞까지 가자고 하셨어요. 대부분 아버지 뻘 정도 되는 기사님들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자식 뻘 되는 사람이 집에 들어가는 길이 걱정되는 마음에서 그러셨겠죠.
이 앞이 집이라고 하면 대부분 기사님들은 그래요, 하면서 세워 주셨는데 가끔, 진짜 완강하게 본인은 택시 돌려 나오는 것이 안 힘들고 괜찮다고 설명하시는 분도 계시고, 집 노출되는 게 걱정되어서 그런가 보다며 집 앞까지 가자고 한 걸 사과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러면 저는 “아뇨, 기사님. 진짜 여기가 집이에요”라고 한 번 더 말하곤 했습니다. 그중 한 기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아가씨, 부모님께 감사해야겠어요.”
차를 타고 얼핏, 회사와 거리가 먼데 사시네,라고 하시길래 부모님과 함께 산다고 했더니. 부모님께서 큰 길가에 자리 잡으셔서 밤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집에 올 수 있지 않냐는 뜻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저희 부모님은 이곳에 사는 것에 대해 미안함과 약간의 죄책감 같은 걸 가지셨습니다. 큰 길가라 아무래도 공기가 안 좋을 거고 그것 때문에 비염에 걸린건 아닐까 라고 생각하셨거든요.
한 때는 부모님께서 한적한 동네로 이사를 갈까 생각하신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비염이 아주 심할 때 “수첩이 엄마, 이사를 가보는 건 어때?” “교외로 집을 옮겨 봐” “산 옆으로 가서 살아보지”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숲세권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숲은 대부분의 사람이 선호하는 곳이고, 그곳에 사는 것이 건강에도 좋겠지요. 공기 좋은 곳에 가려는 이유가 제 비염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주요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 계획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이사를 갔다면 제 비염이 좀 덜해졌으려나요?
"큰 길가에 살아서 그렇게 비염이 심했었나 봐."
결혼 후 신혼집에 따로 나가 살게 되었을 때 비염이 조금 덜하자 엄마는 다시 그 생각을 했습니다. 글쎄요. 신혼집은 큰 길이 바로 마주하지는 않지만 조금만 걸어 나가면 교통량이 많은 큰 도로가 있었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몸이 덜 힘들어서였을 수도 있고, 신혼집이 따뜻해서였을 수도 있는데. 신혼집은 창이 많아 해가 많이 들어(여름에는 매우 덥지만) 겨울철에도 흐린 날만 빼면 난방을 많이 하지 않아도 따뜻했습니다. 아니면, 생각지 못한 다른 이유 때문일 수도 있는데.
지금 사는 곳은 숲이 근처에 있습니다. 제 비염 때문에 이리로 이사 온 건 아닙니다. 그냥, 어쩌다 보니 이런저런 상황과 요건이 맞아서 오게 되었습니다. 숲이 가까이 있으면 좋습니다. 아무래도 창문을 열면 상쾌한 숲 내음이 나는 것 같고, 새도 지저귑니다. 그런데 비염이 나아졌느냐,라고 누가 묻는다면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 사이 정이 들어 이 동네가 무척 좋지만. 당연한 말이겠지만 숲세권이 제 비염을 해결해주지는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