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법률사무소 무진 Jun 29. 2022

엄마표 영어 1년차 : 흘려듣기 영상 -1편-


1. Timothy Goes to School 과 Max and Ruby


영어 첫 시작 1년차에는 흘려듣기 중 일부로 하루 25분 가량의 애니메이션(TV 시리즈) 2개를 시청했습니다.


아이가 강아지를 워낙 좋아해 Paw Patrol을 일찌감치 골라두고, 다른 하나를 고르기 위해 열심히 후기들도 읽어 보고 자료도 찾아봤지요. 처음 시작하는 만화영상으로 'Timothy goes to school'(티모시네 유치원)과 'Max and Ruby(맥스앤루비)'를 많이들 추천해 주시더군요.


간략히 소개하자면, 'Timothy goes to school'은 Timothy라는 남자아이가 유치원에 처음 가면서 겪게 되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습니다. 'Max and Ruby'는 장난꾸러기 어린 남동생 Max와 동생을 돌보며 놀아주는 누나 Ruby의 이야기에요. 주로 집이나 동네에서 둘이 놀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 많지요. Max는 거의 말이 없고, Ruby가 수다쟁이에요.


유튜브에 모두 공개되어 있어 (화질은 별로지만) 찾아보니 'Timothy goes to school'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우선 Timothy라는 아이 캐릭터가 조금 부끄러움은 타지만, 필요할 때는 할 말도 하고 의리도 있고 꽤나 똑똑한, 뭐랄까 엄마들이 좋아할만한 성격이에요. 그리고 배경이 집과 학교(유치원)라서 양쪽에서 하는 기본 생활영어를 모두 배울 수 있다는 점, 학교에 선생님과 다양한 친구들과의 대화, 단체생활에 적응해가며 아이가 겪는 실수와 교훈 등 모든 것이 교과서처럼 완벽했지요.


그래서 큰아이 입학하고 3월에 처음 영어를 시작할 때 'Timothy goes to school'을 보여줬는데, 생각만큼 반응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Max and Ruby'를 더 편하게 보더군요. 여자아이인 둘째는 Timothy를 조금 더 좋아해 주기는 했는데, 여러 번 반복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아마도 생각보다 Timothy goes to school의 영어가 좀 어려웠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유치원생들 만화니 당연히 쉽겠지 했는데, 집중해서 보니 Max and Ruby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더군요. Max and Ruby에서 우선 동생 Max는 거의 대사가 없어요. Ruby는 상당히 수다쟁인인데, 동생과 둘이 노는 내용이 많아서 대부분이 "Max 어디 숨었니? 이거 먹자, 우리 정원에서 놀까? 와 꽃이 예쁘다!" 뭐 이런 식입니다.


반면 Timothy는 유치원이지만 우리로 치면 학교나 마찬가지에요. 친구들 중에는 친절한 아이도 있지만 Timothy를 싫어하거나 놀리는 아이도 있고, 학교생활을 처음 겪는 Timothy는 여러가지 고민도 하고 어려움도 겪습니다. 그래서 대화의 수준이 생각보다 높습니다. 유아기때 영어공부가 된 아이들이라면 문제 없겠지만, 태어나 처음 영어를 접하는 우리 아이에게는 너무 어려웠던 것입니다.


물론 Paw Patrol이라고 영어가 쉬운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Paw Patrol은 애니메이션 특유의 교육적 대화보다는 실제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대화가 많기 때문에 어른들에게는 Paw Patrol이 더 어렵게 들립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Paw Patrol은 화려한 볼거리와 매 회 반복되는 스토리 구조상, 영어를 못 알아들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이지요. 반면 Timothy는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지루해집니다.


결국 엄마의 기대만큼 대단한 인기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Timothy가 영어 배우기에 좋은 컨텐츠라는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순서를 추천한다면, 'Max and Ruby'를 영어 시작하는 맨 처음에 본 다음에 2-3개월 익숙해진 후 'Timothy goes to school'를 보면 가장 좋겠다 싶어요. 물론 아이가 싫다하면 억지로 보여주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요즘 볼 만한 영상이 참 많잖아요.



2. Paw Patrol


Nickelodeon의 히트작, 'Paw Patrol'('퍼피구조대')입니다. 사실 내용만 보자면 유치원생 수준이라 혹시 8살 아이들이 싫어하면 어쩌지 싶었는데, 두 아이 모두 다행히 잘 봐줬습니다. 엄마표 영어 첫 1년 내내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꾸준히 본 영상은 Paw Patrol이 유일합니다. 


Paw Patrol의 스토리 구조는 우리나라의 '로보카 폴리'와 비슷합니다. 마을 주민이나 동물들이 크고 작은 위험에 처해 Ryder(강아지들의 리더인 남자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강아지 구조대가 출동해 해결하는 구조가 매회 반복되지요. 차이점이라면, 로보카 폴리 주인공들은 뭐랄까 모범적이고 반듯한데, 여기 강아지들은 조금 더 개구쟁이들이에요. 로보카 폴리의 사고들이 주로 안전수칙을 무시해 생긴 경우라면, Paw Patrol은 그보다는 덜 심각한 해프닝들이 많고, 사람보다는 주로 동물들을 많이 구해줍니다.


이 작품의 최대 장점은 영어를 전혀 몰라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흘려듣기 영상으로 이보다 더 큰 장점이 어디 있을까요. 여기서 일어나는 마을의 사건사고라는 것이 고양이가 지붕에 올라갔다가 무서워서 못 내려온다거나, 산에 놀러갔는데 절벽에서 돌덩이가 떨어져 길이 막혔다는, 뭐 그런 수준이거든요. 볼륨을 끄고 봐도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있어요(ㅋㅋ). 게다가 강아지들이 타고 다니는 변신자동차나 비행기들만 봐도 눈이 즐겁고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그리고 강아지들의 캐릭터가 잘 만들어졌습니다. 강아지들이 개구쟁이라서 장난도 치고, Ryder가 정해준 규칙을 조금씩 어기고 말썽피우고 그럽니다. 밉상 그런건 전혀 아니고, 과자 하나만 먹어라 그러면 다 먹어치우고, 그거 만지지 말아 하면 건드렸다가 살짝 부러져서 몰래 가려놓고 뭐 그런 거요. 아이들이 엄마 말 안 듣는 것처럼 말이죠. 그게 아이들의 유머코드에 잘 맞는지, 우리집 아이들은 그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좋아라 박수치고 웃고 합니다.


언뜻 뻔한 스토리 같지만, 비슷한 코드의 다른 작품들이 반짝 나왔다 사라져 갈 때 Paw Patrol은 매번 똑같은 플롯의 12분짜리 이야기로 시즌7이 되도록 살아남고 있습니다. 탄탄한 기획과 제작역량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지요.


영어 수준에 관하여 말하자면, 제가 원어민이 아니라 완벽한 분석은 못하지만 미국에서 1년 체류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듣는 귀는 '조끔' 있는데, 제 귀에는 이 Paw Patrol의 영어가 자연스러워서 좋았어요. 우리말이든 영어든 어떤 영상들은 성우 억양이 뭐랄까, 연극배우처럼 과장되어 일상의 자연스러운 말투와 괴리감이 느껴질 때가 있더군요. 사실 영어 학습교재로 애니매이션을 추천하는 이유가 성우들의 발음이 명확하다는 것이지만, 너무 '성우스러운' 말투는 거슬릴 때도 있습니다. 실제 대화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Paw Patrol 성우들, 특히 강아지들은 대체로 힘을 좀 빼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아, Ryder는 완전 반듯반듯 캐릭터라 말하는 것도 뭐 그냥 아나운서 수준입니다). 수능식 듣기평가에 익숙한 한국 어른들에게는 다른 만화보다 Paw Patrol의 영어가 말하는 속도도 빠르고 슬렁슬렁 넘어가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요. 영어가 너무 쉬워서 공부에 도움 안 될까 하는 고민은 내려 놓으셔도 됩니다. 억양 뿐 아니라 표현이나 단어도 모범적인 교과서식 문장보다 실제로 미국 아이들이 일상에서 쓰는 표현들이 많이 나옵니다. 아주 좋아요. 마음에 쏙 들어요.



3. Super Monsters


다양한 수퍼파워를 가진 몬스터들(마법사, 드라큘라, 늑대인간 등)이 다니는 유치원 이야기입니다. 큰애는 유치하다고 절대 안 본다고 해서 한 편도 안 봤고, 반면 둘째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해서 전 시즌을 3번이나 반복해서 봤어요. 

울집 아이들은 8살에 영어를 처음 시작했기 때문에 1년차 상반기에는 어쩔 수 없이 나이보다 어린 연령대를 시청자로 하는 영상들을 주로 볼 수밖에 없었어요. 나중에 영어가 늘면서 2년차부터는 오히려 영상 고르기가 쉬웠는데, 1년차에는 정신연령은 높은데 영어수준은 낮으니 이것저것 시도해 본 영상만 수십 개가 넘습니다. 이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둘째는 유아들이 나오는 프로그램도 잘 봐 주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이 Super Monster가 처음 영어 배우기에 참 좋은 작품이거든요. 일단 유아 캐릭터의 특성상(성우는 어른들입니다) 말이 빠르지 않고 문장도 쉽지요. 그럼에도 '유치원'이라는 사회생활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친구들, 선생님과의 대화가 풍부하게 나옵니다. 또 수퍼파워를 가진 몬스터라는 소재를 적절히 섞어 놓아서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어요. 아이들이 마법을 쓰고, 하늘을 날아다니고 변신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그리고 내용도 상당히 교육적이랄까요, 한 아이가 가진 고민거리나 어려움을 친구들이 알게 되고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한다는 구조의 스토리가 반복됩니다. 울집 딸램은 이런 내용을 좋아해서, Super Monsters를 볼 때면 그 조그만 아이 얼굴에 흐뭇한 엄마미소가 가득하고 그랬답니다(ㅋㅋ).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 넷플릭스를 구독해야만 전체 시즌을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 맛보기 영상들이 있으니 아이에게 먼저 보여주고 나서 판단하시면 되겠네요. 둘째 때는 이 Super Monster 덕분에 첫째 때처럼 이것저것 영상 찾아보는 수고를 많이 안 하고 수월하게 상반기를 잘 넘겼던 기억이 납니다. 


◎ 본문의 내용을 다룬 유튜브 영상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쌍방폭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