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상담원
네 번째 상담 날, 비가 잠깐 그친 오후였다. 골목 바닥에는 아직 물웅덩이가 남아 있었다. 문을 열자 은은한 코튼향이 났고, 대기실엔 낯익지 않은 사람이 앉아 있었다. 서른 즈음으로 보이는 남자, 목이 조금 늘어난 회색 맨투맨을 입고 있었다. 접수 창구 앞에서 기다리는 태도도, 순서를 재촉하지 않는 표정도 이상하게 편안했다. 예약표에 없는 이름인 것 같았다. 그가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오셨어요?”
나는 잠깐 머뭇거렸다.
“네… 몇 번 왔습니다만, 아직은… 처음 같아요.”
그가 웃었다.
“처음 같을 때가 많죠. 저는 그냥 들렀어요.”
“상담… 받으러요?”
“아뇨. 차 마시러요. 가끔 와요. 여기 공기가 마음을 가라앉히거든요.”
그 말은 어딘가 수상할 정도로 가볍고, 동시에 믿을 만했다. 카운터 쪽에서 세현이 머그컵을 두 개 들고 왔다.
“따뜻한 거 드릴게요. 오늘은 진저.”
내 컵을 건네며 세현이 낮게 웃었다.
“비 온 뒤에는 다들 목이 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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